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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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 그리고 신간 <브링 미 백>까지. 개인적으로는 대표소설 <비하인드 도어>의 수준을 뛰어넘는 차기작이 나오진 않은 것 같아 아쉽긴 하다는 게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스릴러 반전 소설로는 기본 수준 이상은 되는 작가의 소설이니 여름맞이 스릴러 소설로 읽기에 딱 좋아요.

 

12년 전 당시 상황으로 시작하는 인트로 부분이 압도적입니다. 인트로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독자의 손길을 제대로 잡아끌고 있어요.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이라니!

 

연인 관계였던 핀과 레일라. 곧 청혼을 하려고 마음먹은 핀은 여행 중 레일라의 실종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맞이합니다. 레일라가 사라진 장소엔 평소 가지고 다니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만 남겨진 채.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 살아는 있는지조차 모른 채 12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그러다 갑자기 레일라를 봤다는 목격담이 들리고, 집 앞에 누군가 두고 간 마트료시카 인형을 계기로 레일라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그 세월 동안 핀에게는 곧 결혼을 앞둔 연인이 생겼습니다. 기막히게도 그 상대는 레일라의 언니 엘런입니다.

 

실종된 전 여친의 언니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핀에게는 12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레일라에 관한 소식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과거를 회상할수록 레일라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마트료시카 인형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의문의 메일도 도착하고요. 레일라의 언니 엘런도 동생의 생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이 상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핀에게 당황합니다.

 

 

 

레일라는 정말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지금까지 왜 나타나지 않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레일라가 살아 있다고 믿게 만들려는 자는 누구인지.

 

반전 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책이어서 반전을 예상하고 읽어나갔기에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B. A. 패리스 작가의 대표소설은 여전히 <비하인드 도어>인 걸로 ㅎㅎ), 떡밥은 어찌나 잘 흘려두는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잠시 중단했을 때 결말이 궁금해 금단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어요 (이 부분만큼은 작가가 이겼...). 모든 이들을 한 번씩 다 의심하게 만들거든요. 12년 전 그날의 일을 하나씩 독자에게 꺼내는 핀의 사연을 읽다 보면 핀마저도 의심하게 됩니다.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중독된 이들의 이야기 <브링 미 백>. 방어기제용 페르소나를 쓴 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결말을 알고 난 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소설이에요. 범인 찾기에 주력한 시선을 그들의 내면 심리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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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생애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스기 류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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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나온 찰스 다윈 전기는 다윈이 만년에 쓴 자서전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서전을 쓰던 시점엔 다윈의 청년 시절 회상이 단편적인데다 그 시절 기억이 이미 옅어지기도 했었다고 해요.

 

대망의 <종의 기원>을 출간하기까지의 다윈 학설의 기초는 갓 30대를 넘긴 시점에 이미 완성되었기에 야스기 류이치 저자는 청년 다윈에 주목합니다. AK의 이와나미 시리즈에 등장한 책 <다윈의 생애>는 청년 다윈의 진실한 모습을 묘사하며 진화론의 탄생 과정을 보여줍니다.

 

 

 

작은 책이지만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꽉꽉 담겨있습니다. 박물학자 다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의 의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저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의 집 가계도 따위 궁금하지 않아! 싶어도 인간의 성품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집안 내력이라는 것도 무시하지는 못하고요. 조부는 학설 체계로 정리해내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워낙 공상과도 같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에도 실증을 중시하는 다윈의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열여섯 살에 형을 따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에 입학한 다윈. 호불호가 강했던 다윈이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게 되는 결심을 하기까지, 다윈이라는 인간의 기초가 어떻게 다져졌는지 들려줍니다.

 

 

 

비글호에 타고 출항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어요. 무려 5년간의 항해 기록을 세운 비글호 항해. 저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어려운 이들에게 <비글호 항해기>를 추천하고 있어 저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유년기의 다윈, 에든버러의 다윈, 케임브리지의 다윈, 항해하는 다윈... 다윈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다윈이라는 인간 형성의 배경을 들여다보는 <다윈의 생애>.

 

 

 

비글호 항해 중에 노예제도에 더욱 반대하게 된 다윈. 다정한 기질과 정의감은 항해 중 노예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더욱 불타오릅니다. 책 곳곳에서 청년 다윈의 진보적 사상과 인도주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비친 말년의 다윈 때문에 자칫 한창때의 다윈을 놓치지 않길 소망하는 마음을 볼 수 있었어요.

 

최근에 읽었던 책 <다윈의 실험실>에서 다윈과 가장 깊게 교류한 식물학자 후커를 알게 되었는데 <다윈의 생애>에서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더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서전에도 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부분들을 살피며 인간적인 발전을 추적합니다. 다윈 일생의 과업인 실증 정신이 다져진 배경, 다윈에게 강한 영향을 끼친 일화 등을 통해 박물학자 다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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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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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혹은 그만두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책 <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휴직, 퇴사, 은퇴 등으로 갑작스레 텅 빈 공간이 생긴다면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다양한 활동과 준비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여행을 손꼽습니다. 여행을 위한 퇴사를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은 인생 전환기에 떠나는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자존감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내 삶을 탄탄히 할 자존감에 집중했습니다.

 

저자의 퇴사 여행은 사실 의문을 설득해야 하는 여행이었다고 해요. 속으로는 흔들리면서도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은 척 말이죠. 그런 의문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공감을 만듭니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 시절. 자존감도 하락하고 돌아와서 무엇을 할지 답도 없었고, 여행이 좋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과거의 기억을 잃고 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결국 여행의 기회를 잡아봅니다. 지나고 보면 그 기간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담당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퇴사가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선택의 사항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말이죠.

 

 

대부분 여행을 떠나며 나의 일상은 잊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은 여행에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 책 속에서

 

가이드북에서 본 정보 관련 에피소드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모로코 등 트래블로그 시리즈 가이드북을 본 분들이라면 그 사진이 이렇게 탄생되었구나 하며 읽는 재미가 있겠어요.

 

 

 

누군가에게 비치는 '나' 대신에 그냥 '나'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여도, 새롭게 발견하는 '나'일지라도 본연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의 가치. 매일 용기가 필요한 여행은 나에게 더 열린 마음을 갖도록 북돋아줍니다.

 

성수기에 남들 다 가는 여행지 외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여행을 한다면 더욱 뜻깊을 거예요. 여행의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여행을 함으로써 맞바꿀 수 있는 것들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대부분 돈과 시간일 테니 여행에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강박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놓친 고기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평생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행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다는 것, 한층 성숙해지고 변화한 생각과 가치관을 얻는 여행이라면 인생의 한 기간을 날려먹는 게 아니라 나를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자존감여행이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 건지, 이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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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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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환기에 떠나는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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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김동하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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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민박집 '루저들의 살롱'을 운영 중인 김동하 작가의 에세이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여정이 담겼는데, 기대 이상으로 울림 주는 메시지가 많았어요.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그와 그녀. 낯선 여행지에서의 뻔한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기기엔 청춘의 고민을 치열하게 맞닥뜨리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각자의 고민을 둘이 함께일 때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마주하는 순례길에서 사랑이 싹트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행지의 낭만에 취한 사랑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요.

 

서로가 사랑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두려운 시절. 성숙해지고 싶어 여행을 했건만 치졸해지고 흔들리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지금의 행복을 유보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깨쳐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관계는 단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가로 유지되지 않았다. - 책 속에서

 

관계에 관한 깨달음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이들이 하는 생각이라기엔 정말 성숙한 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삶에는 종종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긋하게 나이 든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잊고 있었던 기억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가질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표현하려 애쓰지만,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까지도 보여줘야 하는 함께라는 관계. 원래의 삶을 되찾고 싶은 욕심도 불쑥 듭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용기 내어 입 밖에 내는 끊임없는 대화는 그들의 관계를 점점 더 끈끈하게 합니다.

 

 

 

각자의 '나다움'을 많이 잃고 나서야 다름과 같음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속에서


처음엔 공통점이 많은 서로인 줄 알았다가도 살다 보면 다른 점 투성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함께 산다는 것은 이토록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젊은 친구들이 보여줍니다. 실패로 이어진 한 해를 서로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이방인 신세인 베를린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생존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같은 장면을 보는 듯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나른한 여유가 느껴지는 김동하 작가의 문체가 꽤나 맘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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