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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생애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스기 류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5월
평점 :
숱하게 나온 찰스 다윈 전기는 다윈이 만년에 쓴 자서전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서전을 쓰던 시점엔 다윈의 청년 시절 회상이 단편적인데다 그 시절 기억이 이미 옅어지기도 했었다고 해요.
대망의 <종의 기원>을 출간하기까지의 다윈 학설의 기초는 갓 30대를 넘긴 시점에 이미 완성되었기에 야스기 류이치 저자는 청년 다윈에 주목합니다. AK의 이와나미 시리즈에 등장한 책 <다윈의 생애>는 청년 다윈의 진실한 모습을 묘사하며 진화론의 탄생 과정을 보여줍니다.
작은 책이지만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꽉꽉 담겨있습니다. 박물학자 다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의 의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저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의 집 가계도 따위 궁금하지 않아! 싶어도 인간의 성품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집안 내력이라는 것도 무시하지는 못하고요. 조부는 학설 체계로 정리해내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워낙 공상과도 같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에도 실증을 중시하는 다윈의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열여섯 살에 형을 따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에 입학한 다윈. 호불호가 강했던 다윈이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게 되는 결심을 하기까지, 다윈이라는 인간의 기초가 어떻게 다져졌는지 들려줍니다.
비글호에 타고 출항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어요. 무려 5년간의 항해 기록을 세운 비글호 항해. 저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어려운 이들에게 <비글호 항해기>를 추천하고 있어 저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유년기의 다윈, 에든버러의 다윈, 케임브리지의 다윈, 항해하는 다윈... 다윈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다윈이라는 인간 형성의 배경을 들여다보는 <다윈의 생애>.
비글호 항해 중에 노예제도에 더욱 반대하게 된 다윈. 다정한 기질과 정의감은 항해 중 노예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더욱 불타오릅니다. 책 곳곳에서 청년 다윈의 진보적 사상과 인도주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비친 말년의 다윈 때문에 자칫 한창때의 다윈을 놓치지 않길 소망하는 마음을 볼 수 있었어요.
최근에 읽었던 책 <다윈의 실험실>에서 다윈과 가장 깊게 교류한 식물학자 후커를 알게 되었는데 <다윈의 생애>에서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더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서전에도 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부분들을 살피며 인간적인 발전을 추적합니다. 다윈 일생의 과업인 실증 정신이 다져진 배경, 다윈에게 강한 영향을 끼친 일화 등을 통해 박물학자 다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