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한 완벽주의자 - 실패가 두려워 멈춰 선 당신에게
피터 홀린스 지음, 박정은 옮김 / 넥서스BIZ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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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게으름을 의지력 부족이나 나약함으로 치부하나요?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올가미, 당신의 게으름은 두려움의 다른 얼굴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의 『나태한 완벽주의자』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파고듭니다. 게으름 뒤에 숨겨진 복잡한 심리 메커니즘을 해부합니다.


피터 홀린스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오랜 심리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쌓아왔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자제력 수업』, 『뇌를 위한 최소한의 습관』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내면으로부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도 행동 전환의 구체적 방법을 소개합니다.


게으름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회피와 자기비판이 맞물린 복합적 반응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일을 미루는 문제가 아니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망이 과부하를 일으켜 뇌가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되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일을 피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엔 죄책감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어, 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할 일을 마친 것도 아닌 경험 숱하게 많을 겁니다.


나태함이 쉬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쉬지 못하는 불안의 산물임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완벽주의자는 한 번의 실패조차 용납하지 못하기에 행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무너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는 왜곡된 안전장치가 우리를 가두는 겁니다.


이 현상을 심리적 안전지대(Safe Zone)라 부르며, 이곳이 바로 게으름의 본거지라고 진단합니다. 문제는 그 안전지대가 행동하지 않는 이유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완벽주의자는 스스로에게 “아직 준비가 덜 됐어”라고 합리화하며 시간을 지연시킵니다. 그 완벽한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나태한 완벽주의자』는 게으름을 병이 아닌 방어기제로 읽는 순간, 자기비판이 아닌 자기이해로 시선을 돌리게 만듭니다. 두려움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행동하는 능력이야말로 게으름을 이기는 가장 근본적 처방인 겁니다.


게으름의 본질이 불편함의 회피였다니요. 그렇다면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편안함을 행복으로 착각하지만, 실상은 도전의 감각을 잠식하는 마취제라고 합니다. 현대인의 게으름은 대부분 이 편안함의 잠식에서 비롯됩니다. SNS의 끊임없는 피드, 자동 재생되는 영상, 클릭 한 번으로 열리는 쇼핑 앱. 모든 것이 즉각적인 쾌락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집중력은 갈기갈기 찢깁니다.


『나태한 완벽주의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첫째, 감정과 행동의 분리입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상관없이 언제나 행동할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행동이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둘째, 의도적인 불편함의 훈련입니다. 매일 아침 찬물로 세수하기, 일부러 계단 이용하기, 10분간 스마트폰 없이 커피 마시기처럼 사소하지만 의식적인 불편을 받아들이는 습관입니다. 이런 훈련은 뇌의 변화 저항 회로를 재설정합니다.


뇌과학 관점에서 작은 불편함은 도파민 시스템을 기대-보상 회로로 재구성하여 행동의 지속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불편함의 반복이 성취의 쾌감을 대체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터 홀린스가 강조하는 감정 조절의 90초 법칙 또한 흥미롭습니다다. 분노, 두려움, 피로감이 몰려올 때 단 90초를 기다리면 감정의 파도는 잦아듭니다. 행동 전환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 심리 전략입니다.


미루기의 악순환을 끊는 작지만 강한 습관들을 다룹니다. 열정과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저절로 얻어지는 마음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 의식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기분이 좋아져야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은 허상이었던 겁니다.





저자는 게으름을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게으름을 이해하라고 권합니다. 네 가지 실천 축을 제시하며 자기비판에 시달리는 완벽주의자들에게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자신을 질책하며 악순환에 빠지기보다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자기비판은 도파민 분비를 억제해 행동 동기를 마비시킵니다. 반대로 자기용서는 학습 회로를 안정시켜 다시 시도할 여유를 줍니다. 자기용서는 행동 복원의 출발점입니다.


『나태한 완벽주의자』는 꾸준함을 의지력의 산물이 아니라 리듬 관리의 결과로 봅니다. 인간의 생리적 주기를 활용하는 울트라디언 리듬(Ultradian Rhythm)을 통해 지속적인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완벽주의자는 결과의 완벽함에 집착하지만, 저자는 과정의 지속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꾸준함이란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이니까요.


책에서 소개하는 구체적인 루틴의 예시도 도움됩니다. 뇌의 성취 회로를 강화할 수 있는 단순한 행동들입니다. 완벽주의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결심이 아니라 덜 복잡한 환경이라는 걸 깨닫게 된 시간입니다.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 준 『나태한 완벽주의자』. 자기비판을 자기이해로 바꾸는 용기를 선물합니다.  일을 미루는 나를 이해할 때, 비로소 새로운 루틴이 탄생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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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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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소설은 스티븐 호킹의 인용구로 시작합니다. "인생이 아무리 힘들어보여도 아직 할 수 있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거의 전신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과학자입니다. 그의 삶 자체가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정신의 승리를 보여줍니다. 마누엘의 이야기는 스티븐 호킹의 삶과 평행선을 이룹니다. 죽어가는 몸 안에 갇힌 살아있는 정신 그리고 그 정신을 다른 매체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


인공지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카를 올스베르크 저자는 2007년 첫 소설 『시스템』으로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마인크래프트 세계관을 활용한 청소년 소설로 아마존 2위까지 오르며 청소년과 성인 독자 모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와 주제의식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을 염두에 둔다면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다루는 『무한대의 소년』의 기술적 설정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열다섯 살 마누엘은 직업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여드름이 언제 사라질지 걱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루게릭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누나 율리아는 동정 대신 농담으로, 부모는 눈치를 보며 애써 일상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헤닝 야스퍼스의 인터뷰에서 기발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소프트웨어를 다른 기계로 옮길 수 있듯 인간의 정신을 몸에서 꺼내서 기계에 전송한다는 계획입니다. 윤리적인 이유로 인간 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한부 인생인 마누엘은 스스로 그 실험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실패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무한대의 소년』은 의식의 복제와 존재의 정체성, 마인드 업로드라는 철학적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공상과학 스릴러 소설입니다. SF적 장치를 빌려 인간 존재의 경계를 묻습니다. 단순히 AI와 인간의 대립을 그리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를 데이터화할 때 나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야스퍼스는 인간 역시 진화가 만든 아주 복잡한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격, 생각, 기억, 희망, 바람은 다 정보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이 정보들이 두뇌의 하드웨어에 저장되어 있을 뿐, 근본적으로는 다른 저장 수단으로 옮겨도 상관없을 거라고 합니다. 


야스퍼스의 비밀 실험실에서 불멸 프로젝트를 맛보기로 체험한 마누엘은 지금까지의 가상현실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제 발로 걷고 제 손으로 뭔가를 잡을 수 있는 기분이 어떤지를 경험합니다.


마누엘의 정신이 머물 공간은 인공 지능이 자체 창의성을 발휘하여 생성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마누엘의 세상은 무한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계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살아가게 됩니다.


🔖 어쩌면 이것도 새로운 형태의 종교에 불과할지 몰랐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믿음. 다만 낙원이 내세가 아니라 기계 안에 있다는 것이 다를 뿐. - p82


작가는 영혼의 존재 여부, 생사 결정권 문제, 자아 문제 등 인간됨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시간을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지금'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허상인지 자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시간은 환상에 불과한 것 같아…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고.",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미 생각을 했으니까 과거인 거야."라는 고백처럼 말입니다.


기억과 자아도 동일한 맥락에서 재구성됩니다. 기계가 기억을 이식하거나 복제할 수 있다는 설정은 '나'라는 주체가 기억에 얼마나 의존하는가, 그리고 그 기억이 사라지거나 바뀌었을 때 '나'도 바뀔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불러옵니다. 마누엘은 자신의 존재가 기억과 결부된 자아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그 기억이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과 마주합니다.





불멸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지자 극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입니다. 마누엘은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겁을 내는 미치광이 종교 집단에게 납치되고 맙니다. 마누엘의 선택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놀라운 반전과 함께 스펙터클하게 펼쳐집니다.


기술 진보가 인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통념을 넘어서 작가는 기술이 인간을 정의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기계와 인간의 범죄적 연결망,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의 윤리, 기술 뒤에 숨어 있는 욕망 등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SF의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인 마인드 업로드를 다루면서도 기술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작가의 이력 덕분에 기술이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기술이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가 직면할 실존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제기했던 질문을 21세기 맥락으로 업데이트합니다.


서사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기술과 인간, 기억과 자아, 시간과 존재라는 통상적 경계를 흔드는 요소가 매력적인 『무한대의 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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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피아노 특강
이승훈 지음 / 좋은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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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0년 연구의 결실 『클래식 피아노 특강』이 바꾸는 연습의 패러다임을 만나보세요. 피아노는 누구나 손끝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음악이 '산다'는 건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수천 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건반의 본질을 탐구한 이승훈 피아노 릴렉스 연구소장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클래식 피아노 특강』은 그 여정의 응축된 기록이자 피아노라는 예술의 물리적, 정신적 지형도를 그려낸 책입니다.


피아노는 손끝의 힘으로 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울린다고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교본이 아니라, 몸-두뇌-정서의 유기적 관계를 해부하며 연주자의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매뉴얼입니다.


피아노 교육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는 지도 원리서로, 오랜 시간 통증과 좌절로 고통받은 피아노 애호가에게는 치유서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피아노 연습의 난관이 손의 미세한 움직임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 근본 원인은 두뇌의 과도한 긴장 그리고 그 긴장이 몸의 축을 왜곡시키는 데 있다고 합니다.


모든 긴장의 원인은 척추가 굽으면서 생긴다고 합니다. 척추의 직립이 단지 자세 교정이 아니라 음악의 중심축을 바로 세우는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독창적인 훈련법을 소개합니다. 척추를 한 줄의 선처럼 세워 걷는 훈련을 통해 몸의 중심을 회복하면, 손의 미세한 떨림이나 팔의 긴장이 자연히 풀린다고 합니다.





피아노를 명상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명상하듯 연주하는 피아노 대가들 챕터에서 지메르만과 라두 루프의 연주 자세를 비교합니다. 루프가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연주하는 모습은 피아노를 호흡의 공간으로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릴렉스는 힘을 빼라가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라는 메시지입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미묘한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


이어서 피아노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터치에 집중합니다. 좋은 터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각의 철학을 펼칩니다. 에밀 폰 자우어의 손을 예로 듭니다. 자우어는 19세기 말 황금의 손으로 불린 거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외형상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손의 구조가 아니라 감각의 민감도, 그리고 손가락 하나하나의 독립적 인식이 터치의 본질임을 짚어줍니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 전체로 건반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손가락에 힘을 싣는 방식 대신, 등과 어깨, 팔의 흐름을 통해 건반을 만지는 감각을 훈련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승훈 소장은 듣기와 청취를 구분합니다. 피아노 연습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가 바로 귀가 멈춘 상태에서 손만 움직이는 연습이라고 말합니다.


조성진은 듣기에 목숨을 걸고, 임윤찬은 심장에 묻는다며 음악이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정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음의 질감과 방향성을 읽는 능력입니다. 이와 관련한 훈련법, 청취 루틴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기술과 감정이 별개가 아니며 연주의 질은 결국 정서적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모든 미소는 움직임을 좋게 한다며 두뇌가 안정감을 인식하고, 신체의 미세 근육을 이완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미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손이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심리적 회복탄력성, 식이와 멘탈 관리 등 감정이 안정되면 두뇌가 리듬을 정돈하고, 결과적으로 손의 긴장도 완화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아노는 결국 마음의 거울이자 정서의 리듬 트레이너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생각이 먼저 움직이는 연습의 과학에 대해 마무리합니다. 단순한 연습 팁이 아니라, 두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인지 기반 훈련법입니다. 머릿속으로 연습해서 서울대 피아노과를 간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도 기적의 연습 방법 두들기기, 박자기 활용 300%, 운지법과 암보 등 구체적인 조언들이 이어집니다.


피아노 연습을 단순한 반복이 아닌, 두뇌의 학습 시퀀스로 재해석한 『클래식 피아노 특강』. 피아노를 잘 배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더 깊게는 자신의 몸과 감정, 사고를 조율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읽고 나면 피아노 앞에서 앉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피아노를 기술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배우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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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행사 조니 김
이정주 지음, 안상선 그림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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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했던 꼬마에서 우주로 간 조니 김. 현실을 뚫고 별이 된 청년의 이야기 『우주 비행사 조니 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Please don't tell my mom about that man!"이라는 밈이 돌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가 이 사람 알면 나 비교당해서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조니 김입니다. 네이비실 특수부대원,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나사 우주비행사라는 삼중 타이틀을 보유한 이 남자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입니다. 


『우주 비행사 조니 김』은 완벽한 성공 신화를 다룬 인물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인간이 자신 안의 두려움을 정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조니 김이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그는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조니 김의 압도적인 경력 뒤에 숨어 있던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초등학생부터 읽기 좋은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울림이 깊습니다. 조니의 삶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무력감에서 자기 주도적 삶으로 나아가는 존엄의 복원이기 때문입니다.


조니 김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하는 매일이었습니다. 가정폭력, 인종차별, 학교 따돌림. 그가 경험한 현실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비춘 현실입니다.


조니는 아빠의 폭력에 맞설 힘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행동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원초적 부끄러움을 가지기도 합니다. 나중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합니다. 이 다짐은 단순한 복수심이 아니라, 더는 무력한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우주 비행사 조니 김』은 조니의 성장 동기를 트라우마의 극복이 아닌 사랑의 회복으로 해석합니다. 조니는 단순히 강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회복되려는 길을 선택합니다.


조니 김의 인생은 대학 입학 대신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네이비실을 택하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조니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구원의 통로였습니다.





네이비실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 폭력 앞에 당당히 맞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을 보면, 힘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니에게 힘은 누군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능력입니다. 네이비실에서 외부의 적과 싸우는 군인이 아니라, 내면의 나약함과 싸우는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네이비실로 복무하던 중 조니는 동료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전쟁터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며 의사가 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다짐을 합니다.


조니 김은 직업을 전환한 것이 아니라, 책임의 범위를 확장한 겁니다. 총 대신 청진기를 들고, 훈련 대신 연구로, 전장에서의 구출 대신 병원에서의 생명 구조로 나아갑니다.


조니 김의 세 번째 도전은 우주였습니다. 계기는 한 사람의 강연이었습니다. NASA의 우주비행사이자 의사인 스콧 파라진스키의 강연을 들은 뒤, 또 한 번의 결심을 합니다.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실천합니다. 네이비실에서는 국가를 지켰고, 의사로서는 생명을 구했으며,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향합니다.





NASA의 선발시험은 1만8천 명 중 단 12명만이 통과하는 극한의 경쟁이었습니다. 그는 성공의 이유를 꾸준한 연습과 작은 개선이라 말합니다. 이 겸손한 태도야말로 그의 진짜 위대함입니다.


조니 김은 말합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이런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면 좋겠습니다.”


지금 세대는 건물주와 안정을 꿈으로 말하지만, 조니 김은 기여와 도움을 꿈꿨습니다. 그의 삶은 꿈이란 생존의 장식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임을 보여줍니다.


『우주 비행사 조니 김』은 꿈을 왜 꾸어야 하는가를 묻는 책입니다. 나는 내 삶을 통해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청소년에게는 도전의 의미를, 어른에게는 초심을 되돌려주는 거울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나 역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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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 지음, 이은미 옮김 / 퍼스트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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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은 사실상 착각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이 상처로 뒤바뀌는 미묘한 경계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해부합니다.


도모다 아케미 교수는 일본 후쿠이대학교 아동마음발달연구센터장이자 소아정신신경학의 권위자입니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에서 멀트리트먼트(maltreatment) 개념을 통해 아이의 뇌에 상처를 남기는 부모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멀트리트먼트는 학대와 거의 같은 의미이지만 정확히는 아이의 마음과 신체의 건전한 성장 및 발달을 저해하는 양육을 통틀어 칭하는 말입니다.


학대라는 단어가 주는 극단적 이미지 너머,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 부적절한 태도. 그것이야말로 아이의 신경 회로를 바꾸고, 평생의 정서적 패턴을 새기는 보이지 않는 학대라고 말합니다. 부적절한 태도는 체벌, 폭언, 방임, 심리적 냉대, 무시 그리고 아이 앞에서의 부부싸움까지 포함됩니다. 부모의 의도가 선하더라도, 아이의 뇌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합니다.


특히 체벌을 강력하게 경계합니다. 체벌은 훈육이 될 수 없다며, 뇌 손상과 직접 연결 짓습니다. 체벌을 받는 순간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편도체의 과활동을 유발하고, 이는 감정 조절 능력과 인지 기능의 발달을 방해합니다. 심리적 멀트리트먼트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습니다. 가시 돋친 말 대신 냉담한 침묵으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태도 또는 비교와 조롱으로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동도 뇌 발달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는 신경학적 증거를 통해 이런 양육의 문제를 설명합니다. 부모의 말투와 행동이 아이의 시냅스 연결을 바꾸고, 장기적으로 IQ, 기억력, 공감력까지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는 편도체입니다. 공포를 관장하는 이 영역은 부모의 폭언이나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과도하게 발달합니다.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는 방어적 뇌가 되는 겁니다.





다음은 전전두엽, 즉 이성적 판단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반복된 부정적 자극은 전전두엽의 발달을 억제해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남깁니다. 문제는 이러한 뇌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상 흔적이 없고, 겉보기엔 멀쩡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내면적으로 늘 경계하고, 사랑받는다는 감각을 신경망 차원에서 배우지 못합니다.


또한 부모의 다툼이 아이의 IQ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도 명확히 드러냅니다. 아이는 직접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공포의 현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동일한 신경학적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이는 후일 정서 불안, 관계 회피, 낮은 자기 효능감으로 이어집니다.


다행히도 성장이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는 어른의 뇌조차 희망이 있듯,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아이의 뇌도 적절한 치료와 케어를 하면 당연히 회복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즉, 손상된 뇌는 끝난 것이 아니라 도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자는 아이의 회복을 위해 다층적인 치료법을 소개합니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되 아이의 자율성과 감정 표현을 존중하는 놀이치료, 노출치료, 지지적 정신치료의 효과를 상세히 다룹니다. 조기 대응이야말로 뇌와 마음을 회복시키는 속도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부모 자신의 상처를 먼저 자각하고 개입할 때, 아이의 뇌는 놀라운 속도로 회복한다고 합니다. 부모의 치료가 곧 아이의 치유임을 의미합니다.


이 책의 중심축은 애착입니다. 애착을 단순한 정서적 유대가 아니라, 뇌 발달의 결정적 인자로 봅니다. 아이는 부모와 애정과 신뢰를 주고받음으로써 인간관계에 대해 배우고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깨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아이의 뇌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불안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타인에 대한 신뢰 회로가 약화되고, 성인이 되어도 관계 맺기와 감정 공감이 어렵습니다.





책에는 구체적인 사례 연구가 여럿 등장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회복법 중 놀라우리만큼 단순하지만 효과가 좋은 건 바로 공감적 대화입니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며 언어로 그 감정을 명명해주는 순간, 뇌의 편도체가 안정되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줍니다. 아이 마음을 보듬어줄 대화의 기술은 신경학의 영역에 속하는 거였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 줍니다. 결국 부모의 인식 전환을 요구합니다. 아이를 작은 어른으로 간주하면, 자연히 지시와 통제의 언어가 따라옵니다. 그러나 미성숙한 뇌는 욕구를 억제할 기능이 덜 발달했기에, 이 시기의 행동은 불순종이 아니라 발달 과정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지켜보는 자세입니다. 화내기 전에 조금만 참고 지켜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기술로 앵거 매니지먼트(분노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를 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배워야 합니다. 아이가 아닌 부모부터 말이죠. 부모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릴 때, 아이는 그 모습을 그대로 학습하며 자기조절 능력을 키웁니다.


육아를 하며 자주 후회하는 부모 그리고 아이의 정서 발달을 다루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신경과학과 윤리의 경계에서 부모됨을 다시 묻는 책 『아이의 뇌는 부모의 태도를 기억한다』. 부모의 태도, 말, 표정, 침묵 그 모든 것이 아이의 뇌 속 마음을 형성합니다. 아이의 뇌는 부모의 실수를 기억하지만, 동시에 부모의 회복 또한 기억합니다. 상처를 남긴 사람이 치유의 주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그 가능성을 이 책에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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