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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피아노 특강
이승훈 지음 / 좋은땅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0년 연구의 결실 『클래식 피아노 특강』이 바꾸는 연습의 패러다임을 만나보세요. 피아노는 누구나 손끝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음악이 '산다'는 건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수천 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건반의 본질을 탐구한 이승훈 피아노 릴렉스 연구소장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클래식 피아노 특강』은 그 여정의 응축된 기록이자 피아노라는 예술의 물리적, 정신적 지형도를 그려낸 책입니다.
피아노는 손끝의 힘으로 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울린다고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교본이 아니라, 몸-두뇌-정서의 유기적 관계를 해부하며 연주자의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매뉴얼입니다.
피아노 교육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는 지도 원리서로, 오랜 시간 통증과 좌절로 고통받은 피아노 애호가에게는 치유서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피아노 연습의 난관이 손의 미세한 움직임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 근본 원인은 두뇌의 과도한 긴장 그리고 그 긴장이 몸의 축을 왜곡시키는 데 있다고 합니다.
모든 긴장의 원인은 척추가 굽으면서 생긴다고 합니다. 척추의 직립이 단지 자세 교정이 아니라 음악의 중심축을 바로 세우는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독창적인 훈련법을 소개합니다. 척추를 한 줄의 선처럼 세워 걷는 훈련을 통해 몸의 중심을 회복하면, 손의 미세한 떨림이나 팔의 긴장이 자연히 풀린다고 합니다.

피아노를 명상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명상하듯 연주하는 피아노 대가들 챕터에서 지메르만과 라두 루프의 연주 자세를 비교합니다. 루프가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연주하는 모습은 피아노를 호흡의 공간으로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릴렉스는 힘을 빼라가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라는 메시지입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미묘한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
이어서 피아노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터치에 집중합니다. 좋은 터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각의 철학을 펼칩니다. 에밀 폰 자우어의 손을 예로 듭니다. 자우어는 19세기 말 황금의 손으로 불린 거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외형상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손의 구조가 아니라 감각의 민감도, 그리고 손가락 하나하나의 독립적 인식이 터치의 본질임을 짚어줍니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 전체로 건반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손가락에 힘을 싣는 방식 대신, 등과 어깨, 팔의 흐름을 통해 건반을 만지는 감각을 훈련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승훈 소장은 듣기와 청취를 구분합니다. 피아노 연습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가 바로 귀가 멈춘 상태에서 손만 움직이는 연습이라고 말합니다.
조성진은 듣기에 목숨을 걸고, 임윤찬은 심장에 묻는다며 음악이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정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음의 질감과 방향성을 읽는 능력입니다. 이와 관련한 훈련법, 청취 루틴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기술과 감정이 별개가 아니며 연주의 질은 결국 정서적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모든 미소는 움직임을 좋게 한다며 두뇌가 안정감을 인식하고, 신체의 미세 근육을 이완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미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손이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심리적 회복탄력성, 식이와 멘탈 관리 등 감정이 안정되면 두뇌가 리듬을 정돈하고, 결과적으로 손의 긴장도 완화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아노는 결국 마음의 거울이자 정서의 리듬 트레이너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생각이 먼저 움직이는 연습의 과학에 대해 마무리합니다. 단순한 연습 팁이 아니라, 두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인지 기반 훈련법입니다. 머릿속으로 연습해서 서울대 피아노과를 간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도 기적의 연습 방법 두들기기, 박자기 활용 300%, 운지법과 암보 등 구체적인 조언들이 이어집니다.
피아노 연습을 단순한 반복이 아닌, 두뇌의 학습 시퀀스로 재해석한 『클래식 피아노 특강』. 피아노를 잘 배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더 깊게는 자신의 몸과 감정, 사고를 조율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읽고 나면 피아노 앞에서 앉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피아노를 기술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배우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