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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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산티아고 순례길,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준비하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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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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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숲속 수의사의 자연 교감 에세이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홋카이도 동부 고시미즈에 자리한 진료소 수의사 다케타즈 미노루는 산업동물 수의사이지만, 야생동물의 보물창고인 홋카이도 지역인 만큼 상처 입은 야생동물들도 돌보게 됩니다. 40년여에 걸쳐 경험한 홋카이도 동부의 자연에 대한 보고서이자 즐거움에 대한 기록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위트 넘치는 말솜씨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본 안에서도 외국이라 부를 만큼 독특한 자연을 이루고 있는 홋카이도의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북쪽 고장 원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오호츠크해에 사는 동물들과 유빙 이야기를 가까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접할 수 있다니. 아열대 기후의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천연기념물 푸르푸르소라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남북으로 긴 영토여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숲속 수의사가 사는 마을은 인구 6천 명이 채 안 되는 마을로 차가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북쪽 땅입니다. 겨울이면 유빙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꺼꺼꺼꺼껑 하며 우는 청자색의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가 해안을 메운다고 합니다. 오호츠크해에 사는 바다표범에게 유빙은 얼음의 요람이고, 그곳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기압이 북상하는 시기엔 폭풍우에 휩싸여 새끼 바다표범이 표류하기도 합니다. 수의사가 있으니 사람들은 매번 이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래서 수의사의 한 해는 어김없이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고 투덜댑니다.


얼떨결에 납치를 당해 수의사집에 오는 동물들도 많습니다. 어미가 사람을 피해 잠시 숨은 사이 버려진 새끼라 판단하고 덜컥 데려와버리는 겁니다. 풀베기가 끝난 시기에는 제초기에 다친 어린 눈토끼들이 대거 입원합니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입원해 있으니 동물들의 먹이를 구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큰고니는 야채 지스러기, 옥수수, 밀을 먹고 너구리는 과일과 고리를, 청설모는 호두와 소나무씨를, 하늘다람쥐는 꽃눈과 낙엽송 그리고 겨울눈을 챙겨줍니다. 섬올빼미에게는 한겨울에도 펄떡거리는 살아 있는 생선을 줘야 했습니다. 야생 상태에서 먹던 먹이를 주어야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적응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긴급 피난을 위한 진료소일 뿐인데 식객들이 평소에도 참 많은 숲속 수의사의 집. 수렵금지가 해제되는 시기에 사냥한 오리가 날개만 부러지고 멀쩡하자 먹을 수 있는 오리냐 상처 입은 동물이냐를 두고 논쟁이 오가다 결국 환자 동물설을 주장한 아내와 딸들의 기세에 졸지에 입원 환자가 되어버린 에피소드처럼 숲속 수의사의 집에서 벌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큰곰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붉은여우는 수의사집에 상주하며 살 정도입니다. 일본에 사슴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야생의 사슴 떼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게 사슴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사슴도 뿔이 약한 시기엔 캥거루처럼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권투하듯 싸움을 한다는 거였어요.


"선생님, 올해에도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활짝 핀 꽃이 있어요." 하며 시시때때로 연락 오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동물들의 동향을 발 빠르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다들 유능한 생태학자가 된 듯 자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유명한 홋카이도 원시림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도끼를 대지 않은 천연림이 많은 곳입니다. 동부 해안선에는 2백 년도 더 된 떡갈나무숲도 있다고 합니다. 농지를 종횡단 하는 방풍림의 존재도 기특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산악지대와 바다를 오가는 통로로 잘 활용합니다.


"자연이란 무대는 관객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내보낼 배우와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었다." - 책 속에서


사진을 찍으러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야생동물들. 겨울에 눈이 쌓이면 너무나 많은 흔적에 놀라게 된다고 합니다. 눈 위의 작은 흔적에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눈은 자연의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농사를 짓는 곳이기에 자연의 존재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사건들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찍 눈이 내려 수확량이 제로였던 해도 있었고, 눈이 늦어진 해에는 위장용 흰 털을 가진 눈토끼가 많이 사냥당하기도 했습니다. 납중독으로 천연기념물이 대거 폐사하고 농약 친 땅에 머물다 순식간에 죽어나간 조류들 등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천연기념물 보호가 산업을 창출하지만 반면 이름 없는 것들은 소외되는 현실도 짚어봅니다. 그 많던 반딧불이, 뻐꾸기는 이제 보기 힘듭니다.


쉴 새 없이 진료소를 찾아오는 야생동물, 숲속에서 만나는 자연 속 이웃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홋카이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자연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있어 읽는 내내 포근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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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실험실 -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
중앙일보 밀실팀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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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년 초 중앙일보에 입사한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밀착 취재하며 연재한 '밀레니얼 실험실'. 그 글을 다듬고 보강한 책 <밀레니얼 실험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9년 여름. 경험도, 지식도, 인맥도 부족했던 입사 1~2년 차 기자들이 모여 평범한 20대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보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돈이 되는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밀실팀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밀레니얼들의 현주소를 담아냅니다.


꿀알바로 소문난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는 20~30대들. 일반적인 임상시험보다는 안전한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출시하기 전 진행하는 의무 임상시험입니다. 건장한 청년도 이틀간 수십 차례 채혈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을 돈벌이에 기꺼이 내놓는 현실에 씁쓸해지지만, 그곳으로 공시생, 주말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취준생들이 몰려듭니다. 코시국이라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먹먹해지기만 합니다. 요즘 시대에 굶는 청년들이 많다니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 줄로만 알았습니다. 요즘 배 곪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합니다. 돈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밥을 안 먹는 것이고, 매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서울에 두 군데 있다는데, 그곳에는 매일 100명 이상이 몰려듭니다.


장례지도학과가 개설된 학교가 늘어난 것처럼 20대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0대들의 관심과 사회의 관심은 다릅니다.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폐쇄적인 장례 문화 속에서 여전히 편견이 있는 직업군입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일하는 타투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화임에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짚어줍니다.


주체적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하는 학식, 급식의 현실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SNS에서는 개말라가 될 친구를 구하는 1020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거식증을 옹호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겁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을 안기는 사회 속에서 몸무게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입니다. 마른 몸을 끊임없이 노출하며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국평오라는 말을 아시나요. 국민의 평균 수능 등급은 5등급의 줄임말인데 국민 전체를 향한 표현입니다. 지역주의, 학벌주의 사회로 인한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편가르기를 일삼으며 소통이 부족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치솟는 집값을 보며 느끼는 불안과 좌절은 청년들을 부동산 공부로 이끕니다. 영끌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은 그나마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고 영끌조차 남의 이야기인 경우가 현실입니다.


지금의 한국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마주해야 할 이슈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20대 여성들의 탈연애 경향이 높아짐에 비해 20대 남성들은 고민해 볼 필요조차 느낀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젠더 갈등은 20대 성별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밀레니얼 실험실>에서는 왜 밀레니얼 세대가 82년생 김지영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성중립 화장실이 대학에 처음 설치되었다는 뉴스가 화제입니다. 장애 유무나 남성과 여성처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모두의 화장실입니다. 트랜스젠더 이슈는 물론이고 <밀레니얼 실험실>에 등장한 모든 이슈들이 구체적으로 사회에 편입되어 현실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고 앞에서 아이 낳고 살림할 희생종을 구한다는 현수막을 버젓이 내건 경악할 만한 사건도 벌어졌지요. 여성에 대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합계 출산율은 0.84명. 출산율이 떨어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발 벗고 소개팅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당부하는 사회자의 말이 "이 자리에서 애를 낳아줄 여자를 찾으면 큰일 납니다."였는데 이 말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이 기괴합니다. 여성을 희생종으로 여기는 사고가 팽배했던 시대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겁니다. 미혼남녀 단체 소개팅 자체가 부정적이진 않지만, 지자체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한국 사회의 비혼, 만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빠들의 육아는 방송과 현실이 무척 다르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싱글대디와는 다른 미혼부 사례는 출생신고부터 아이 엄마의 협조가 없으면 가로막히기 때문에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최근에야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소송을 거쳐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을 정상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인식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짚어줍니다.


한창 좋을 때여야 하는 20대. 왜 그들은 피를 뽑고, 굶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야 하는 걸까요. 그들도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취준생 83.1퍼센트가 식비 부담 때문에 하루 한 끼 이상 굶는다는 리서치 결과가 나왔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나 연구에서 굶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외되어 있습니다. 청년 빈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고, 사지 멀쩡한데 왜 일을 안 하냐는 식의 이야기가 난무할 뿐입니다. 굶는 청년들이 수면권과 문화활동 보장이 될 리도 없습니다.


젠더, 가족, 비건, 종교, 취업, 라이프스타일 등 요즘 시대,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을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으로 직접 들려주는 <밀레니얼 실험실>.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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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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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의 비움 작가의 다재다능한 빛깔을 만날 수 있는 시화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 미니멀리스트이면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비움 작가만의 감성이 듬뿍 담긴 매력적인 시집입니다.


사랑, 이별, 가족 그리고 삶을 때로는 생생한 표현으로 때로는 보일 듯 말 듯 함축된 은유로 포장하며 이야기하는 <나도 옛날엔 그랬어>. '뭘 해도 좋았고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았다'는 시절의 사랑을 그린 시는 순식간에 시간여행에 빠져들게 하는 설렘을 안겨줍니다.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웠던 시절, 이유 없이 좋았던 사람이 있었던 시절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건져올립니다. 하지만 이별의 진통을 겪는 애틋한 감정이 이내 이어집니다. 유독 이별 노래를 좋아해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의 시에는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슬며시 배어있습니다.


부산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담담히 숨을 고르기도 합니다. 영혼을 다듬고 만지는 시간입니다. 그의 시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서 비움에 대한 시작점도 마주하게 됩니다. '비우는 건 살점을 파내는 기분'이라지만 응어리를 추려 빼내는 것과도 같습니다. '욕정을 켜켜이 새겨 너의 안에 숨겨 두었다.'는 문장처럼 비움은 존재하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선명함과 개운함으로 이어지는데 필요한 여정입니다.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은 다 좋아 보이고 남의 생각은 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내 것은 마땅찮습니다. '나의 눈엔 쓰레기 남의 눈엔 그럴 듯'하다는 냉담한 반응을 내리기도 합니다. <나도 옛날엔 그랬어>에 수록된 시와 그림에는 야박한 평가를 내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한국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해 꾸준히 시를 연재해온 비움 작가. 그저 좋은 문장, 예쁜 말로 다듬어 짧게 쓰면 시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를 배우고 나니 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파야, 슬퍼야, 눈을 가늘게 떠야, 혼자 있을 때 시가 오더라고 합니다. 시가 써지지 않을 때는 잠시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억지로 잊어버린 연인처럼 말이죠. 오만을 버리고 나면 그제서야 슬쩍 돌아오더라고 고백합니다.


어머니와 반려묘 단무의 이야기처럼 가족을 그린 시는 사랑스럽고 뭉클합니다. 자식을 꽃으로 보살핀 어머니에게 한아름 눈물꽃으로만 남게 한 건 아닌지 먹먹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물 흐르듯 쉽게 읽히는 시도 있고 난해한 시도 있다고 밝히는데,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 중에서도 저는 설화 느낌이 물씬 나는 산문시 형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움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소설로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러스트 27화가 곳곳에 자리 잡은 <나도 옛날엔 그랬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비움 작가만의 하모니가 멋지고, 볼거리가 가득해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판형에 표지까지 어여쁘니 휴대하기에도 좋고, 선물하기도 좋은 시집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 축제용으로 학생들이 참여한 시화전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그땐 시를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숙제처럼 여겨져 힘겹게 해치우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시화집이 그 시절의 고달픔도 그리움으로 바꿔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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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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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 관심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뇌과학 교양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원제 Mister Cerveau)>. 80페이지 얇은 분량이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만만찮은 내용이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유머가 담겨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만화가 장이브 뒤우는 이 책에서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직관적으로 구현한 만화로 뇌 탐험을 나섭니다. 미스터 브레인이라는 캐릭터가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요. 호두를 닮은 뇌로만 생각했다가 웅크리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싸하더라고요. 주름을 펴고 일어난 미스터 브레인과 함께 평균 1.36킬로그램의 뇌 곳곳을 누벼봅니다.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뇌의 기본적인 특징, 뉴런,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뇌-기계 인터페이스, 각종 뇌 질환, 역사적으로 유명한 뇌 등 뇌의 구조와 기능, 뇌 연구사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 보입니다.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책임지는 뇌. 한 부분만 이상이 생겨도 문제가 생깁니다.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생각'은 뇌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폭풍우가 지나가는 듯한 반짝임들이 슈슉! 활성화된 뉴런들이 전류를 일으키는 장면을 만화로 표현한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뉴런은 신경계의 기본 세포로 약 천억 개가 있습니다. 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뉴런은 뇌의 전체 세포들 중 일부일 뿐이라고 합니다. 심장, 위, 장 등 몸 곳곳에 뉴런이 있다고 합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한 세포인 겁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다섯 감각으로부터 받은 정보와 연결되는 뉴런입니다. 신경세포는 피가 운반한 포도당과 산소를 먹고살기에 10초 동안 공기가 부족하면 뇌는 기절한다고 해요. 그렇게 몇 분이 지속되면 사망에 이릅니다.


우리 뇌는 MRI를 통해 활성역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요,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구역이 활성화된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얼굴 인식 구역과 형태 인식 구역이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감정, 기억, 습관, 학습 등이 함께 작용해서 내가 보는 것을 정한다고 합니다.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기도 합니다. 감각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도면 등으로 기억을 떠올립니다. 기억 정보를 담고 있는 해마가 잘 훈련되면 런던 택시기사들의 해마다 평균보다 커지는 것처럼 뇌 근육도 단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GPS에만 의존하다 보니 해마 기능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처럼 뇌는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역동적인 기관입니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르지요. 기억력은 가소성에서 비롯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시냅스의 연결이 변하고 새로운 연결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순환이 멈추고 영역 간 소통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뇌졸중인 경우 그렇게 됩니다. 시냅스 전달 설명을 할 때에도 도로에서 자동차가 이동하는 비유로 설명하기도 하고, 뉴런의 그림을 통해 시냅스를 통과하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등 다채롭게 전달하고 있어 반복학습이 자연스럽게 되기도 합니다.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전달을 담당하는 화학 배달부인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설명도 이번 기회에 재미있게 배웠습니다.


디폴트 모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요. 몽상하기처럼 거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 같은 멍때리기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보다 몽상할 때 뇌는 양쪽 네트워크가 넓게 활성화된다는 놀라운 사실! 뇌의 모든 영역이 오히려 서로 대화를 하는 겁니다. 자유롭게 산책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기억에 영향 끼치는 특정 질병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근처에 집중해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뇌 건강에 도움 되는 몽상을 적극적으로 해볼까요. 동시에 수면의 중요성도 알려줍니다. 눈을 감으면 뇌파 리듬이 줄어드는데 뇌는 낮 동안 온 힘을 다해 일해서 스스로 수축된 상태이기에 잠을 자면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고 원래 넓이를 되찾는 수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면 근육에 있는 전극들이 그 생각에 반응하고 그 신호를 컴퓨터에 보내고 컴퓨터는 인공 팔다리에 명령 내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뉴런의 활동을 해독하는 여정도 신기했습니다. 의식은 뉴런의 활동에서 비롯된 기능이었던 겁니다.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뇌를 안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놀라운 기능을 하는 뇌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 존재의 소중함도 깊어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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