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실험실 -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
중앙일보 밀실팀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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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년 초 중앙일보에 입사한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밀착 취재하며 연재한 '밀레니얼 실험실'. 그 글을 다듬고 보강한 책 <밀레니얼 실험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9년 여름. 경험도, 지식도, 인맥도 부족했던 입사 1~2년 차 기자들이 모여 평범한 20대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보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돈이 되는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밀실팀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밀레니얼들의 현주소를 담아냅니다.


꿀알바로 소문난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는 20~30대들. 일반적인 임상시험보다는 안전한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출시하기 전 진행하는 의무 임상시험입니다. 건장한 청년도 이틀간 수십 차례 채혈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을 돈벌이에 기꺼이 내놓는 현실에 씁쓸해지지만, 그곳으로 공시생, 주말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취준생들이 몰려듭니다. 코시국이라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먹먹해지기만 합니다. 요즘 시대에 굶는 청년들이 많다니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 줄로만 알았습니다. 요즘 배 곪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합니다. 돈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밥을 안 먹는 것이고, 매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서울에 두 군데 있다는데, 그곳에는 매일 100명 이상이 몰려듭니다.


장례지도학과가 개설된 학교가 늘어난 것처럼 20대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0대들의 관심과 사회의 관심은 다릅니다.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폐쇄적인 장례 문화 속에서 여전히 편견이 있는 직업군입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일하는 타투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화임에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짚어줍니다.


주체적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하는 학식, 급식의 현실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SNS에서는 개말라가 될 친구를 구하는 1020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거식증을 옹호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겁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을 안기는 사회 속에서 몸무게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입니다. 마른 몸을 끊임없이 노출하며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국평오라는 말을 아시나요. 국민의 평균 수능 등급은 5등급의 줄임말인데 국민 전체를 향한 표현입니다. 지역주의, 학벌주의 사회로 인한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편가르기를 일삼으며 소통이 부족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치솟는 집값을 보며 느끼는 불안과 좌절은 청년들을 부동산 공부로 이끕니다. 영끌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은 그나마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고 영끌조차 남의 이야기인 경우가 현실입니다.


지금의 한국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마주해야 할 이슈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20대 여성들의 탈연애 경향이 높아짐에 비해 20대 남성들은 고민해 볼 필요조차 느낀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젠더 갈등은 20대 성별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밀레니얼 실험실>에서는 왜 밀레니얼 세대가 82년생 김지영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성중립 화장실이 대학에 처음 설치되었다는 뉴스가 화제입니다. 장애 유무나 남성과 여성처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모두의 화장실입니다. 트랜스젠더 이슈는 물론이고 <밀레니얼 실험실>에 등장한 모든 이슈들이 구체적으로 사회에 편입되어 현실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고 앞에서 아이 낳고 살림할 희생종을 구한다는 현수막을 버젓이 내건 경악할 만한 사건도 벌어졌지요. 여성에 대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합계 출산율은 0.84명. 출산율이 떨어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발 벗고 소개팅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당부하는 사회자의 말이 "이 자리에서 애를 낳아줄 여자를 찾으면 큰일 납니다."였는데 이 말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이 기괴합니다. 여성을 희생종으로 여기는 사고가 팽배했던 시대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겁니다. 미혼남녀 단체 소개팅 자체가 부정적이진 않지만, 지자체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한국 사회의 비혼, 만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빠들의 육아는 방송과 현실이 무척 다르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싱글대디와는 다른 미혼부 사례는 출생신고부터 아이 엄마의 협조가 없으면 가로막히기 때문에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최근에야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소송을 거쳐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을 정상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인식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짚어줍니다.


한창 좋을 때여야 하는 20대. 왜 그들은 피를 뽑고, 굶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야 하는 걸까요. 그들도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취준생 83.1퍼센트가 식비 부담 때문에 하루 한 끼 이상 굶는다는 리서치 결과가 나왔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나 연구에서 굶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외되어 있습니다. 청년 빈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고, 사지 멀쩡한데 왜 일을 안 하냐는 식의 이야기가 난무할 뿐입니다. 굶는 청년들이 수면권과 문화활동 보장이 될 리도 없습니다.


젠더, 가족, 비건, 종교, 취업, 라이프스타일 등 요즘 시대,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을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으로 직접 들려주는 <밀레니얼 실험실>.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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