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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를 위한 리셋 그리고 우리의 선택 - ESG,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약속! ㅣ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유재열 외 지음 / 소금나무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ESG경영인증원 소속 10명의 전문가가 공동 집필한 <환경, 지구를 위한 리셋 그리고 우리의 선택>. 환경공학, 행정, 경영, 자원순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실무자와 연구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학문적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정책·산업·소비 현장을 두루 아우른다는 점에서 실용적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음을 전제로, 생활 속 선택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각 장마다 지금 여기서 당장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무엇일까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돕습니다.

플라스틱은 20세기의 발명품 중 가장 빛나는 혁신이자, 21세기의 가장 골칫거리로 꼽힙니다. 유재열 저자는 플라스틱, 우리 일상의 숨은 영웅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의료기기, 식품 포장재, 가전제품까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 후의 처리입니다. 재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합니다. 남은 것은 매립과 해양 유입,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으로 되돌아옵니다.
저자는 플라스틱의 순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폐플라스틱을 단순 소각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재활용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플라스틱을 악으로만 몰아붙이는 대신,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새로운 산업적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을 짚어줍니다.
권재철 저자는 패션 산업을 보이지 않는 쓰레기 제조기라고 표현합니다. 옷은 방대한 탄소와 물을 소비하는 산업의 산물입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은 값싼 옷을 대량으로 만들고 버리게 함으로써 환경 비용을 치솟게 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소비자 인식입니다. 유행을 좇아 옷장을 채우는 대신, 가치 중심의 소비를 선택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옷 한 벌이 아니라, 내 선택이 지구를 바꾸는 메시지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선우 저자는 쓰레기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로 읽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버리는지 살펴보면 우리의 소비 습관과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겁니다. 나는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버림의 방식과 과정 속에 숨겨진 무심함을 짚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쓰레기를 감각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문제는 기술적 해법만이 아니라, 덜 버리는 삶을 되찾는 감수성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미니멀리즘,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 운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행은 자유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지구에 큰 발자국을 남깁니다. 항공 여행 한 번이 수 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인기 관광지가 쓰레기와 오염으로 신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박종희 저자는 지속 가능한 여행의 사례를 제시합니다. 가까운 국내 여행으로 항공 이동을 줄이거나,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숙박과 소비 방식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행이 탈출이 아니라, 지구와 조화로운 공존의 연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습니다.
유민형 저자는 친환경이 유행이 된 시대를 비판합니다. 기업들이 환경을 단순 마케팅 도구로만 활용할 때, ESG의 본질이 희석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팔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환경을 상품이 아닌 지켜야 할 가치로 바라보길 권합니다. 가격이나 편리함보다, 제품이 지닌 윤리적·환경적 가치를 우선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기업도 변합니다. 결국 ESG는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의 전환이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행정학자 이은학 저자는 행정이 ESG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습니다. 기업과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공 부문이 ESG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합니다. ESG 행정을 단순 규제가 아닌 참여와 협력의 플랫폼으로 제시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친환경 예산 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처럼요. ESG가 기업만의 용어라는 인식을 깨는 중요한 장입니다.
에너지 문제를 다룬 이광호 저자는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화력·원자력·재생에너지라는 복잡한 선택지에서 옵니다. 지금의 값싼 전기 뒤에 숨어 있는 사회적 비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과 비용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라는 관점도 짚어줍니다. 전기를 절약하는 행동 하나가 연대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울림을 줍니다.
김춘택 저자는 배터리를 미래 산업의 심장이라 부릅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폐배터리 문제는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습니다. 그는 폐배터리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배터리 순환경제를 강조합니다.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재활용하거나, 희귀 금속을 다시 추출해 새 배터리를 만드는 산업 모델이 그것입니다. 순환이 곧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환경과 산업의 접점을 짚어줍니다.
책을 다룬 김헌준 저자의 장은 특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책 한 권, 얼마나 많은 자원이 들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종이, 잉크, 물류, 포장까지 책은 적지 않은 환경 비용을 남깁니다. 전자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독서 역시 환경적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짚어줍니다. 독서의 환경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소량 인쇄 후 주문형 제작 POD 방식, 공동구매형 출판, 중고서적 활용, 지역 도서관 이용, 북쉐어링 등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지적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지구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문화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류지헌 저자는 시민참여와 연대를 강조합니다. ESG는 개인, 기업, 행정 어디 한쪽의 몫이 아니라고 합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일깨워 줍니다.
ESG 전문가 10인이 제시하는 일상 속 환경 혁명 『환경, 지구를 위한 리셋 그리고 우리의 선택』. 거대한 정책이나 기술 혁신을 기다리는 대신, 오늘부터 실천 가능한 작은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값싼 옷 대신 오래 입을 옷, 가까운 여행지에서의 친환경적 소비. 이런 작은 리셋이 모여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천의 안내서이자 다짐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