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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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펴보는 다양한 관점 중,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은 책이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창조적 언어 혁명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김성도 언어학자의 사피엔스 보고서 <언어인간학>. KBS <생각의 집> 프로그램으로 편집 방영되기도 한 인문 과학 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 강의를 토대로 한 책입니다.

 

<언어인간학>에서 말하는 '언어'는 음성 언어 외에도 시각 언어, 문자 언어, 몸짓 언어, 디지털 언어를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언어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소통과 의미에 사용되는 모든 기호 체계를 언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사학, 인류학, 미술사, 인지과학, 기호학은 물론 지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영역들을 아우르는 언어학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언어 중 우리에게 알려진 언어는 무려 7,000여 개. 이 언어들은 모두 5만 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를 기초로 합니다. 언어의 기원과 문자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고유성으로서의 언어를 탐구해 봅니다.

 

 

 

언어의 사유의 주체인 호모 사피엔스. 인지혁명을 통해 가상적이며 허구적인 언어가 탄생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인류는 단순히 지금에서 벗어나 '내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할 수 있는 의미를 구축하기 시작한 겁니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인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해요.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도 사피엔스의 성공에는 이야기의 힘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려줬죠. 공통의 신화를 가질 수 있는 근거인 허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 언어의 유일무이한 특질입니다.

 

언어학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질문이 등장합니다. 언어는 과연 발명일까 발견일까를 묻습니다. 사실 언어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가설이 워낙 많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세 번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인류. 쇼베 동굴과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이미지는 세 번째 인류 여행 시기에 이뤄진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이거든요. 당시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지구를 누볐던 인간 종은 현재 밝혀진 바로는 최소 여섯 종.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한 종으로 남은 무기는 '언어'였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유성에는 언어와 정교한 도구 제작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이 완결된 성대 특징을 가졌다고 해요. 언어 능력의 소유는 인간의 고유성과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언어를 통해 사유 능력과 창조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추상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상이 아닌 추상적 기호를 볼 수 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가 좋은 사례입니다. '추상'은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이라는 겁니다.

 

현재 인류가 소장하고 있는 가장 찬란한 영상 아카이브라는 선사시대 동굴벽화. 이미지에 매료당하는 인간 본성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호모 그라피쿠스 Homo graphicus라고 명명합니다. 우리가 자각하는 이미지는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기에 이미지에는 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호모 스크립토르 Homo scriptor 라고 명명한 문자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나아갑니다. 선사와 역사의 경계선이죠. 기억과 지혜의 완벽한 보증수표인 문자는 구술을 밀어냅니다.

 

 

 

이미지 언어와 문자 언어에 이어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인 음성 언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후와 유럽 식민지 시대에 언어의 대이동이 일어났습니다. 호모 로쿠엔스 Homo loquens는 완벽한 분절 언어를 구사하는 말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현대의 대표 언어학자 촘스키와 소쉬르의 입장을 각각 소개하며 언어를 파헤칩니다.

 

그런데 어떤 연구 결과든 언어를 바라보는 입장만큼은 언어가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아요. 저자는 의사소통에 목소리를 통한 말하기가 인간 언어에서도 반드시 필연적일까 묻습니다. 북소리 언어, 휘파람 언어처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수단인 언어를 단순히 음성 언어로 한정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제는 매체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세상을 압도해 소통의 혁신이 일어난 시대를 사는 호모 디지털리스 Homo digitalis. 현대는 역설의 시대이듯 과거 구석기시대 호모 그라피쿠스로의 새로운 귀환에 초점 맞춥니다.

 

추상성을 표현하다 표음화된 문자로 연결되었고, 일차원적 직선의 문자는 인간의 생각을 오히려 수축하게 했기에 다시 귀환한 호모 그라피쿠스 본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자와 활자 같은 기억의 인공물은 오히려 인간의 자연적 기억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퇴화를 유발한 셈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통신 기술의 발달이 기억의 변화에 또 다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기억되고 아무것도 망각되지 않는 디지털 세계. 기억과 망각 속에서 성립되는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잊혀질 권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창조적 언어 혁명을 통해 인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호모 사피엔스. 선사시대 벽화부터 디지털 이모티콘까지 언어로 보는 인간 사유의 역사 <언어인간학>. 넓은 의미의 언어를 통해 언어와 사유의 주체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폈습니다. 추측이 난무하는 언어의 기원과 인간성의 연결 고리에서 '왜'라는 탐구를 하도록 촉발하는 부분이 많아 생각하며 찬찬히 읽어볼 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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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미소짓는 부엉이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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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웃들의 지혜는 성공한 이들의 지혜보다 못한 것일까. 그런 선입견을 깨뜨린 책이 있습니다.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우리 이웃들에게서 찾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 세상엔 왜 이리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까요. 나보다 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자존감은 바닥 칩니다.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에서는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를 찾거나 소소한 일상의 행복 찾기를 통해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면 평범한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제 마음에 콕 와 닿은 글은 편견에 관한 블라人드 테스트 이야기인데요. 뷰티 프로그램의 화장품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누군가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미치는 영향을 꼬집습니다. 제가 은근 이런 아집이 있는 편이라 새겨듣고 고쳐야 할 부분이었어요. 첫인상의 비중이 강렬하다 하지만 까도 까도 새로운 면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같은 관태기 시대에는 관계 맺음의 깊이가 얕아, 까보기도 전에 이런 편견이 자리 잡은 채 끝나버리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울어도 소용없고 사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
기도를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비로소 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 책 속에서

 

나의 재능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것도 지칩니다.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눈치 보기 일쑤입니다. 자책할 만한 실수담, 일상의 걱정거리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들이 평소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남에게 맞추면서 사는 삶 때문에 생기는 게 많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나 스스로의 기준이 아닌 다른 이와 사회의 기준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은 게 오히려 가슴에 더 와 닿을 때처럼 이웃들의 조언은 무겁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 나누다가 뜻밖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지혜로운 이웃들은 거창한 버킷리스트보다 소소한 행복 리스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남이 아닌 내가 온전히 설계하는 인생을 통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마음이 원하는 거 말고 그 외에 다른 이유를 찾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이 인상 깊었어요.

 

 

 

다섯 명의 공저자들이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엮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야기들을 굳이 주제별로 구분하진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웠어요. 한 가지 주제로만 이야기했으면 살짝 지루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령, 성별, 직업군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 중 공감 덜 되는 이야기도 있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조차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관점을 넓히는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찾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이웃 부엉이들의 지혜. 평범한 이웃들의 평범하지 않은 지혜로 고민을 어루만져 보세요.

 

"훌륭한 사람이 꼭 위인전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어떤 위인보다 훌륭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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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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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에서 코너 역을 맡아 랜선 아들로 떠오른 핫한 소년 연기자 루이스 맥더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할리우드 Top 연기파 배우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의 아성에 뒤지지 않는 호소력 짙은 연기를 선보였죠. 연기도 좋았고, 내용은 더욱 좋았던 영화 <몬스터 콜>.

 

영화 덕분에 원작을 알게 되었는데요.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읽어야 할 감성 판타지 동화 <몬스터 콜스>는 이미 2012년에 국내 출간된 책이었어요. 영화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봤는데 와우... 감동 눈물이 주룩주룩.

 

 

 

<몬스터 콜> 영화 원작 도서 <몬스터 콜스>는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2012년에 동시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 작가, 편집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입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시본 도우드가 인물, 틀, 시작 부분까지 구상했지만 이른 죽음으로 사후에 패트릭 네스 작가가 시본 도우드의 구상을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패트릭 네스 작가의 글과 짐 케이의 일러스트 조합이 정말 멋집니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열세 살 코너.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코너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정체는 거칠고 길들어지지 않은 기색의 목소리를 가진 장대하고 강력하고 우람한 모습의 몬스터입니다. 오래된 나무 주목이 몬스터 형태로 변해있는 겁니다. 꿈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 코너의 방 창문에 나타난 몬스터.

 

 

 

하지만 코너는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에 두려워할 만한 더 끔찍한 일이 있으니까요. 코너에게는 아픈 엄마가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아빠는 먼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기에 만나기도 힘듭니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면 유독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외할머니께서 오시는데, 권위적인 외할머니와 코너는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 신세고요.

 

몬스터는 코너가 원하는 게 있기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면 아무 때나 걸어오지 않는다."는 몬스터는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것이 '너의 진실'이 될 거라고 말이죠.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전 있는 이야기였어요.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진실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무엇 때문에 몬스터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코너.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  책 속에서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아픈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은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길 바랐던 코너의 모순된 마음을 알아채고 진실이 드러나도록 말이죠.

 

현실에서는 엄마가 곧잘 코너를 안심시키려고 말하는 괜찮아질 거라고, 나아질 거라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코너의 악몽 속에서는 언제나 엄마의 손을 놓으며 끔찍하게 끝납니다. 벼랑 가장자리에서 버티며 온 힘을 다해 엄마 손을 잡고 있지만 결국 엄마는 떨어집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을 놓은 거라고 위안 삼지만, 코너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저 다 끝나길 바란 겁니다. 코너는 고통 때문에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떠나길 바라면서도 간절히 구하고 싶었던 모순을 안고 있었던 코너를 통해 <몬스터 콜스>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를 벌주고 싶어 한 코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부재와 애도에 관한 주제로 이 책만큼 멋진 책도 없겠다 싶었어요. 가족 모두 함께 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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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 쌩초보도 5주면 쓸 수 있는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
제리안 지음 / 앵글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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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표지와 리얼한 제목이 눈길 사로잡은 책,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보통의 글쓰기 책이 아니라 잘 되는 로맨스 소설의 비밀을 파헤쳐 기초부터 핵심까지 전수합니다. 웹소설만 다루는 게 아니라 로맨스 글쓰기 법의 모든 것이라 해도 될만한 책입니다. 독자의 성은을 입은 로맨스 소설을 분석한 이 책이 로맨스 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바야흐로 로맨스가 빠지면 안 되는 시대. 수술하다 의사끼리 사랑, 재판하다 변호사와 검사가 사랑, 범인 잡다가 눈 맞은 형사들의 사랑. 로맨스만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장르는 없다고 합니다. 탐정 로맨스, 경찰 로맨스, 법정 로맨스, 오피스 로맨스, 칙릿 로맨스, BL 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모든 이야기에 사랑이 들어갑니다. 도대체 로맨스가 뭣이기에! 게다가 로맨스 소설 속 지긋지긋한 클리셰가 '나'의 현실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자들은 알지만, 남자들은 모르는 '심쿵 유발' 감정은 바로 설렘입니다. 여자들의 첫 로맨스가 동화 속 주인공에서 시작해 10대에는 순정만화로 빠져들죠. 20대엔 현실인 듯, 현실 같은, 현실 아닌 로맨스를 추구하며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러브 픽션에 빠져듭니다. 연륜이 쌓인 3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19금 로맨스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이렇듯 로맨스는 설렘을 안겨주고 영혼의 만족을 줍니다. 꿈과 사랑과 판타지의 종합세트입니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공식이라 할 수 있는 20가지 머니코드를 소개합니다. 로맨스 소설이 거기서 거기인 듯 보이지만 대박 로맨스의 공통점을 분석해 한국 로맨스의 장르적 관습까지 짚어가며 돈 버는 로맨스 소설 쓰기 20가지 법칙을 알려줍니다.

 

한국 로맨스의 관습, 1화의 중요성, 설정, 고증 절차, 보여주기와 감추기 기법, 진부함을 바꾸는 융합, 군더더기 없애기, 유머 코드, 세밀한 긴장감, 특별한 키스의 법칙, 관능, 애정공세, 명품 조연 서브, 감정 폭발, 찰나의 미학, 스토리텔링, 피날레 등에 관한 20가지 법칙. 이것만 지키면 대박 작가 된다라기보다는 이런 것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쪽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한편 망하는 로맨스 5가지 실패 코드도 알려주는데요,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실패 코드를 가진 로설들은 공감도나 재미가 별로였던 까닭을 알게 되어 독자로서의 눈을 높이게 되는 장점도 있네요.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법, 타이밍의 예술 러브신 쓰는 법, 대사 잘 치는 드라마처럼 맛깔나는 대화 쓰는 법 등 대박 소설을 위한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랑, 연애에 능통하다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사건 자체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 로맨스 소설은 심리학입니다. 주인공의 심리를 작가가 잘 풀어내야 하고, 독자의 심리도 파악해야 합니다. 로맨스 소설을 쓰기 전에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게 심리학과 연애학이라고 해요.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되려면 그만큼 로맨스 소설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로맨스 하면 할리퀸이죠. '계약' 로맨스의 조상으로 불리는 린 그레이엄 작가는 현재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합니다. 1949년부터 출간된 브랜드 할리퀸의 역사와 대표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형 할리퀸이라 불리는 요즘 로맨스 소설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제리안 저자는 2006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수상 후 교육신문, 여행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달달 로맨스 소설을 쓰는 전업 소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순수문학에서 로맨스 소설로 넘어오면서 처음엔 우여곡절 실패담이 많았기에 로맨스 소설을 분석하게 되었고, 로맨스 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게 되었네요.

 

옛 트렌드부터 요즘 핫한 것까지. 읽다 보니 로맨스 소설의 역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를 꿈꾸지 않습니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의 또 다른 활용법으로 사용했어요. 독자로서 좋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이런저런 요소를 캐치하는 눈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모쏠들의 연애 지침서가 되기도! 사랑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버무려져 있으니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경우 쏠쏠한 도움 될 겁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로맨스 소설의 핵심을 잘 짚어준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로설 작가들이 최소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뿌듯하게 읽을 수 있는 로설이 많아질 테니 독자로서도 반가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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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하는 주무르는 수 요리 : 기초편 엄마와 함께 하는 주무르는 수 요리
정대현.이명우 지음 / 석문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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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수학. 다들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요. <엄마와 함께하는 주무르는 수 요리>를 체험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 끊임없이 수학적 사고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요리하면서 수학 개념이 연결되는 걸 직접 보면서 정말 수학은 졸업 후 끝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수학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그것조차 어렵게 받아들이는데요. 얼어붙은 상태에서 접하려니 머리가 팍팍 안 돌아가더라고요.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학교 수학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하는 교육 속에서 떠먹여 주는 식의 공부를 하는 아이들. 이제 요리하면서 수학 개념을 체득해보세요. 

 

 

 

수 요리방에서는 36개의 요리로 12년 수학의 맥을 1년에 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놓았습니다. 수학의 전체 구조와 큰 그림을 이해하게 되면 초등학생도 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예요. 수의 곱에서 소인수분해, 인수분해, 방정식, 함수까지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수학은 수와 형과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를 사칙연산하여 도형과 식으로 표현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수학 문제는 '푸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걸 이해하려면 수학의 추상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해요. 단순 간결하게 표현하는 추상적 상징과 기호 말이죠.

 

그래서 수 요리의 시작은 창조적 관점에서 시작합니다. 수학 개념과 문제가 탄생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신'이 되어 생각해볼 때 아이들의 창조성이 발휘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요리입니다. 태양계 경단을 만들며 어림잡기, 비율과 비례, 길이와 부피 개념을 알게 됩니다. 공갈빵·치즈가래떡구이·매작과를 만들면서 추상적 상징인 수를, 쿠키·초콜릿으로 사칙연산을, 포춘쿠키·수박화채·샌드위치·와플·소스·유부초밥으로 식, 구체면선점, 진법, 좌표, 차원, 명제를 배웁니다.

 

본책과 워크북 분권 가능해서 본책은 엄마가 주로 활용하게 되고, 워크북은 아이가 사용하면 되니 편리했어요. <엄마와 함께하는 주무르는 수 요리>는 총 세 권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해요. 이번 책은 기초 편에 해당합니다. 이후 기본, 심화까지 나올 거라는군요. 

 

 

 

수학은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정리된 학문입니다. 토론을 위해 꼭 필요한 게 바로 명제예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문장인 '명제'는 우리 일상에서 참, 거짓 논리를 파악할 때 유용합니다.

 

논리적으로 뜻이 분명하여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문장의 예를 아이와 함께 연습해봤어요. 처음엔 참인 문장만 명제라고 생각하는 혼동을 일으키더라고요. 거짓 문장은 명제가 아니다고 생각한 거죠.

 

참과 거짓을 알 수 없는 문장도 연습했는데요. "엄마, 게임 조금만 더 하고 갈게요."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문장을 만들어내면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문장과 아닌 것의 차이를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명제의 정의를 명확하게 깨달으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기준과 원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겠죠. 다른 이의 주장이 맞는지, 나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집니다. 

 

 

 

명제 유부초밥은 고추냉이를 넣은 초밥을 찾는 방식으로 요리와 수학 개념을 통합했습니다. 명제인 문장을 이해하게 되면 고추냉이를 찾기 위해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데 사용할 수 있어요. 

 

 

 

수 요리 디저트 코너에서는 명제를 그림으로 변환해서 보면 직관적으로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수, 형, 식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합니다.

 

 

 

유부초밥을 만드는 레시피가 소개되는데요. 수 요리방에 직접 체험하러 갔을 때도 레시피대로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고 적절히 응용하면 되더라고요. 

 

 

 

수 요리 워크북 코너는 저학년용과 고학년용으로 나눠 명제 개념을 정리해봅니다. 본책에는 질문과 답변 힌트도 잘 나와있으니 수포자 맘들도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유부초밥은 시중에 파는 유부초밥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밥만 준비하면 끝! 책에서는 고추냉이를 넣지만, 고추장 등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우리 아이는 냉장고를 살펴보더니 쌈장을 가져왔어요.

 

유부초밥 4개 중 1개의 유부초밥만 다른 맛입니다. 유부초밥 하나를 가리키며 "여기에 고추냉이가 들어 있나요?"라고 질문할 경우, 최소 한 번이나 최대 세 번의 질문으로 찾을 수 있죠. 그리고 4개의 유부초밥을 2개씩 나눠 어느 묶음에 다른 맛의 유부초밥이 있는지 찾아내려면 질문 두 번으로 찾을 수 있어요.

 

고학년 워크북에는 고추냉이 초밥을 만든 사람만 거짓말을 한다는 조건을 둡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접했던 방식이라 아이가 낯설어하지 않더라고요. 설명으로 하면 오히려 복잡하고 직접 해보면 수월하게 이해되는 명제 개념이었습니다.

 

창조적, 입체적, 통합적 관점으로 세상 속 수학을 배우는 <엄마와 함께하는 주무르는 수 요리>. 기초 편에 수록된 12개의 수 요리로 창의력 팡팡 자극하는 놀이수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요리하면서 놀이수학을 접하면 꽤 시간이 흘러도 학교 수학 공부할 때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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