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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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전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타계 1주년입니다. Notorious (악명 높은) RBG라는 별명으로 유명할 만큼 미국 진보 여성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헌법 자유 수호에 앞장선 법조인입니다.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는 판결문, 의견서 등의 기록에서 그가 꿈꾼 희망과 의지를 건져올립니다. 재판에서 이기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감명 깊은 소수 의견을 내며 왜 잘못되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전체에 여성 법학과 교수가 20명도 안 되던 당시, 긴즈버그 역시 남성 교수보다 낮은 연봉을 받으며 부당한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헌법 내 성차별이 흔했던 시절을 관통한 긴즈버그. 전면에 나서는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법조인으로서 공헌합니다. 성평등에 대한 견해를 헌법 해석과 판결에 반영합니다. 헌법 해석시 어떻게 노력했는지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긴즈버그는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꾸준히 의견을 개진하며 법적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회적, 문화적, 법적 성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성차별도 인종차별처럼 임의의 불평등한 처우임을 증명합니다.


ACLU(미국시민자유연맹) 변호사들과 함께 여성 인권 사업을 추진하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항소인 의견서에 긴즈버그의 목소리가 담긴 1971년 리드 대 리드 사건은 그 시대의 차별을 어떻게 정의하고, 평등을 위해 어떻게 목소리를 높였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 사건은 남성이 여성보다 유산 집행인으로 더 적합하다는 사법적 판단에 대한 항소 재판이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살던 엄마가 아들이 사망하자 자신이 재산 집행인이 되지 못하고, 전 남편이 아들의 재산 집행인이 된 사건입니다. 뿌리 깊은 남성 선호 체제를 보여주는 사례지요. 미국은 주 법이 저마다 있는데 젠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긴즈버그는 '어떤 주 정부도 관할구역 내 사람에게 동등한 법의 보호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수정 헌법 14조 평등 보호 조항을 이용합니다. '남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인종차별에 적용되었던 것을 확대한 겁니다.


1996년 미국 대 버지니아주 재판도 긴즈버그가 세운 큰 공적 중 하나입니다. 여성에게도 사관학교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이었습니다. 성별에 근거해 권리나 기회를 박탈하는 공적 행위를 비판하며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는 존중받을 요소지 어느 쪽이든 폄하당하거나 기회를 제한받을 요소가 아니다."라고 판결문에 명시합니다.


1972년 스트럭 대 국방부의 재판은 임신 중지권 재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공군 직업군인인 대위의 임신이 즉각적인 제대 명령으로 이어진 겁니다.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여성은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임신 중지 사안을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변호한 긴즈버그의 주장은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당시엔 큰 주목을 끈 사건이 됩니다.


"여성의 위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새장일 때가 많다. 우리는 성별 분류가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이후 1973년 로 대 웨이드 재판은 프라이버시 권리에 근거해 임신 3개월 이내에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확립하게 했습니다. 이 재판과 관련해서는 다큐멘터리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2007년 곤잘러스 대 카하트 재판이 부분 출산 임신 중지 금지법을 지지하며 긴즈버그는 이전 판례를 무시하는 이 결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본인은 대법원 입장에 반대한다."며 소수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임신 중지 권리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글로 남은 긴즈버그의 소수의견으로 유명합니다.


젠더 평등에 집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는 데만 집중한 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관한 재판에서는 국가가 장애인을 과도하게 시설 격리하는 차별을 지적하기도 했고, 백인보다 월등히 적은 숫자로 소방관에 채용되는 소수 인종의 현실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긴즈버그는 여성으로서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이후 두 번째로 임명된 대법관이었습니다. 모든 판결이 긴즈버그의 희망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다수 의견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는 소수 의견을 내놓은 긴즈버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긴즈버그의 신념과 원칙은 언제나 인간의 보편적 평등에 기반합니다. 소수 의견을 내놓으며 패배한 와중에도 세상을 바꾼 사례가 많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긴즈버그의 견해를 받아들여 국회에서 공정 임금법이 통과한 사건처럼 말이지요.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임신 출산의 자유, 선거권과 시민권에 대한 자유와 평등과 관련한 13개 사건의 기록을 담은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40년의 세월이 담겼습니다. 젠더에 근거한 차별이 위헌임을 법정과 사회에 알리고 설득하며 호소한 긴즈버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아이러니에 서글픈 마음을 비추기도 하면서 권리란 무엇인지, 온전한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삶에 대한 긴즈버그의 고민이 담겼습니다.


일반인이 판결문을 접하면 딱딱한 느낌은 들 테지만 브라운대학교 교수 코리 브렛슈나이더의 해설이 관련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긴즈버그가 차곡차곡 쌓아온 판례들은 지금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큰 울림을 줍니다. 영화, 다큐멘터리로도 그의 삶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 긴즈버그. 지배적 견해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발휘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시대를 앞서간 차별 정의의 여정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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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7 : 디즈니빌런 스티커 컬러링 7
일과놀이콘텐츠랩 지음 / 북센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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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정도로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인 컨셉을 고수하는 악당의 재발견 시대입니다. 무아지경으로 집중력 발휘할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북으로 만나는 디즈니 빌런들.


백설공주의 사악한 왕비 이블퀸,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 인어공주의 마녀 우르술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마녀 말레피센트, 라이언킹의 스카를 스티커 컬러링으로 만나봅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공주에서 질투와 집착의 화신 퀸. 조금 도와주려는 의도인지 눈과 입술 부분은 이미 색 처리가 되어있는데, 이번 인물들은 난이도가 살짝 있어 크기가 작은 스티커 조각도 꽤 있습니다.


모피가 신앙인 크루엘라. 강렬한 걸크러쉬를 실사로 느낄 수 있는 영화 <크루엘라> 덕분에 크루엘라 도안도 반가웠어요. 증오로 불타오르는 인어공주의 우르술라는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콕 초이스! 다른 도안들을 제치고 아들과 함께 가장 먼저 스티커 컬러링 해봤어요.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말레피센트>도 흥미진진하게 봤던 터라 비주얼 짱인 말레피센트 도안도 곧 해보려고 합니다. 라이언킹의 심바 삼촌 스카의 야비한 표정이 생생한 도안도 있습니다.


스티커 컬러링 디즈니 빌런은 색과 양감에 따라 면으로 나뉜 폴리곤 아트 기법으로 퍼즐 맞추듯 스티커를 번호에 따라 붙이면 근사한 작품이 완성됩니다.


앞부분에는 바탕지가 있고, 뒷부분에는 스티커 페이지가 있어요. 점선 절취선이 있어 모두 깔끔하게 뜯어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서비스 스티커가 더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어디에 붙여볼까 즐거운 고민을 해봅니다.


이번엔 얼굴 부위 조각이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어 핀셋 도움을 받았어요. 아트핀셋으로 붙이는 작업에 익숙해지면 의외로 빠르게 슥슥 붙여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잡념이 많아졌을 때 일단 앉아서 턱턱 붙이기도 했는데, 어느새 집중 모드로 뇌가 전환되는 걸 느꼈어요. 정확하게 붙이려고 하다 보면 세심한 손동작도 절로 나오게 되고, 안티 스트레스용으로 꽤 만족스러워 이렇게 스티커 컬러링 가끔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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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어렵지만 확률·통계는 알고 싶어 알고 싶어
요비노리 다쿠미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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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가득한 세상. 확률과 통계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에서 의사결정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어렴풋한 감각을 넘어 유의미한 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도 또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확률과 통계는 불확실한 것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언뜻 우연처럼 보이는 것을 수학적으로 이해해 보려 하는 노력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느껴져도 확률을 계산해 보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경우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데도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여성, 간호사의 지위가 낮았던 시대에 나이팅게일이 제안한 병원의 비위생적인 환경 개선 노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통계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더불어 세상의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교양이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을 잘라내느냐에 따라 신빙성 없는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유튜버 수학 강사 다쿠미 선생님과 수포자 에리의 대화로 이끌어가는 이 시리즈는 중학생 수준에서 이해 가능한 설명으로 개념을 쉽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전작 <수학은 어렵지만 미적분은 알고 싶어>, <과학은 어렵지만 상대성 이론은 알고 싶어>를 통해 이 시리즈의 팬이 된 저는 앞으로 또 어떤 주제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정도를 확률이라고 합니다. 확률 계산은 무척 간단합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와 사건 A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나누면 끝입니다. 그런데 경우의 수를 세는 방법에서 주의할 게 있습니다. 경우의 수를 올바르게 세지 못하면 엉뚱한 답이 나옵니다.

 

<수학은 어렵지만 확률 통계는 알고 싶어>에서는 경우의 수를 세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학창 시절 수형도를 그려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데요, 귀찮아 보이는 작업이지만 확률 단원은 수형도를 얼마나 그렸는가가 차이를 낸다고 합니다. 수형도를 이해하면 패턴을 알게 되고 공식도 이해하게 됩니다.


5명 중에서 3명을 고르는 것과 같은 조합 계산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용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대회에서 풀리그 방식보다 토너먼트 방식을 하는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10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하면 9경기를 치르면 되지만, 풀리그 방식이라면 무려 45경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서 몬티홀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가 등장했는데, 조건부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처음 선택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행동을 보이는 게 사람의 본능이지만, 실제로 확률 계산을 해보면 선택을 바꾸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도출되어 행동 경제학 관점에서 몬티 홀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자주 이용됩니다.


집단을 수치적, 수량적으로 이해하는 학문 통계학. 유튜브나 블로그 통계, 뉴스 기사 속 통계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합니다. <수학은 어렵지만 확률 통계는 알고 싶어>는 통계학 기본 용어를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통계의 의미를 짚어줍니다.


평균은 반드시 평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데이터의 들쭉날쭉함을 수치화하는 표준편차와 자신이 받은 점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나타내는 편찻값 등 대푯값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뉴스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겁니다.


통계의 상관관계를 확대 해석하는 경우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거죠. 국어 점수가 높은 사람이 수학 점수도 높은 경향이 있다는 상관관계에서 수학을 잘하려면 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수학 점수가 낮으니 국어 공부를 하자는 해석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상관관계의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데이터를 근거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산으로 가기도 합니다. 저자는 어떤 데이터든 허위상관관계일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조언입니다.


쉬운 용어로 수 기호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림과 그래프 등 시각적 효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학은 어렵지만 확률 통계는 알고 싶어>. 데이터로 가득 찬 세상을 수학적 사고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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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9
현택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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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지역별 인문지리서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지역 토박이의 감성과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속초, 인천, 목포, 춘천, 신안, 통영, 군산, 제주 동쪽에 이어 제주 북쪽까지. 앞으로도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에서 어떤 지역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관심 지역이 나온다면 더욱 반가울 것 같아요.


대한민국 도슨트 아홉 번째 책으로 나온 <제주 북쪽>. 제주시 구좌읍, 애월읍, 조천읍, 한림읍을 다룹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먼저 이동하기 바빠 북쪽은 의외로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오래전 제주 버스 여행을 하면서 버스 길에서 무작정 내려 북쪽 몇 군데를 들러보기도 했는데, 새 건물 가득한 남쪽보다 북쪽 구석구석의 분위기가 기억에 꽤 오래 남더라고요.


관광지 위주의 정보가 아닌 그 지역의 땅과 사람의 역사를 들려주는 <제주 북쪽>.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다 보니 제주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치유의 제주입니다. 많은 이들이 한 달 살기 제주를 하고, 주말이면 들러 카페 투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제주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진짜 제주 이야기를 알고 가면 제주가 새롭게 다가올 겁니다.


<제주 북쪽>이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4·3 평화공원입니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봉기,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기까지 무려 삼만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제주는 4·3을 이해해야 아름다운 풍경 너머의 이야기가 비로소 보인다고 합니다. 요즘 공부하는 아이들에 비해 바로 윗세대가 오히려 4·3 사건을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금기시했던 역사이니까요. 강요된 침묵과 역사 왜곡으로 수십 년간 입을 다물어야 했던 처참한 슬픔을 이제는 다크 투어리즘, 평화기행 등 4·3 유적지를 들러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4·3을 알아야 제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을 일컫는 '시엣아이'인 제주 토박이 저자 현택훈 시인 역시 4·3의 아픔을 가진 집안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이 4·3 때 돌아가셨거나 일본에서 돈 벌고 돌아오면 간첩이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처럼 조작간첩 사건도 참 많았다고 합니다.


4·3 당시 토벌대가 쏜 총탄에 평생 후유장애를 가지고 살다 돌아가신 진아영 할머니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평생을 턱에 하얀 무명천을 두르고 다녀 무명천 할머니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사후 추모 공간으로 할머니의 삶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4·3 문학은 숙명입니다. 4·3 시화전, 4·3 미술제 등 4·3의 진상규명과 4·3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는 덕분에 우리도 4·3의 진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때 수학여행지 필수 코스였던 용두암은 제주 북쪽의 대표 명소였지요. 화산섬이 만들어낸 기이한 예술작품 같은 용두암 풍경만 감탄하고 왔었다면, 이제는 용두암 가는 길의 용연을 찬찬히 만끽해보세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놀던 곳이라고 합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알작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읽는 순간 맘에 쏙 들었습니다. 동그란 알 모양의 몽돌이 있는 해안가에 자연의 ASMR을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제주설화. 떨어진 흙 부스러기는 오름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전예약제로만 오름 등반을 허락하는 오름 중의 오름, 거문오름도 꼼꼼히 알고 가면 더욱 알찬 발걸음이 될 겁니다.


1946년 부중휴 선생님과 꼬마탐험대가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만장굴의 스토리도 흥미롭습니다. 2016년 만장굴 탐험 70주년을 기념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문시장, 한라산 등반 대신 한라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한라산 생태숲길,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등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화산섬의 자연환경을 만나보세요. 돌하르방인 줄 착각한 동자복, 서자복 이야기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불교의 특성을 보여주는 석상이라고 합니다. 제주의 향토 문화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제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남방큰돌고래방류기념비가 세워진 구좌읍 김녕리 바닷가. 쇼를 하던 돌고래가 이제 고향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제돌이가 건강히 잘 지내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니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제주는 유배의 섬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많은 인물들이 제주도를 거쳐갔습니다. 유배 왔던 이들이 머무른 집이었던 자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처럼 곳곳에 제주의 역사를 만날 수 있게 표지석이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는 올레길 외에도 유배길, 천주교 순례길, 절로 가는 길 등 역사가 머무른 길이 많다고 합니다.


제주 근대 문화의 중심이었던 제주시 원도심. 제주항과 공항이 있어 북쪽은 예로부터 제주의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1991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으로 관광과 개발을 위해 존재하는 섬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는 저자의 씁쓸함이 전해집니다. 난개발과 과잉관광으로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화산토여서 물 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았는데 아스팔트 길과 바다 매립으로 이제는 태풍 재해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제주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제주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역사 인문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제주 북쪽>.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들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제 새로운 눈으로 제주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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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비타민 플러스 UP
박경미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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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백만 학생들을 사로잡은 수학 교양 필독서 수학비타민 플러스가 개정증보판으로 선보였습니다. 재밌는 수학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수학 원리가 쏙 잡히는, 재미있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일상 속의 수, 대수, 기하학, 통계와 확률과 관련한 수학 개념과 원리가 숨어있는 일상 속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챕터별로 어느 페이지든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수학을 배우면서 일상 상식까지 채울 수 있는 수학 교양서입니다.


숫자 표기 방법의 진화를 보니 문명권마다 오래전에 사용했던 숫자는 읽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아라비아 숫자가 등장한 후 수 체계가 하나로 정립된 게 정말 다행입니다.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살아 있는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십진법이지요. 그런데 12를 단위로 하는 시계도 있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십진법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기 때 달력도 1달이 10일씩 이루어진 3개의 십진수로 구성해 사용해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9일 일하고 하루 쉬다 보니 노동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폐지되었다고 해요.


불가사의하다, 모호하다, 찰나의 순간 같은 말을 종종 쓰는데 이것도 수의 단위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파워즈 오브 텐>에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오가는 걸 보여준다니 시간 날 때 시청해보세요.


바코드 오류를 방지하는 장치가 수학에 기반하고, 카메라 f값은 무리수를 활용하고, 사다리타기는 함수의 일대일대응, 바이오리듬은 삼각함수의 사인 곡선과 연결되는 등 연관성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분야에도 유용성을 발휘하는 수학을 보여줍니다.


맨홀 뚜껑이 원 모양인 이유, 네발의자보다 세발의자가 더 수평이 잘 맞는 이유 등은 평면 공간, 입체공간과 같이 구체적인 실체를 탐구하는 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로는 수학의 조르단 곡선의 정리를, 과일 가게에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올린 과일에도 케플러의 추측이 사용됩니다.


타당성과 객관성을 가진 통계, 직관적으로 추론했을 때보다 실제 계산해보면 다른 경우가 많아 놀라게 하는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통계 이야기에서는 치사율, 사망률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진다는 걸 알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취업률을 자랑할 때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도 이제는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음악과 미술에도 수학은 활용됩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문학에도 수학이 등장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영화도 물론이지요. 애정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 <큐브>는 소수와 소수의 거듭제곱이 아니어야만 안전한 방이라는 수학적 요소가 제대로 사용되었습니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자연에서도 수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꿀벌의 벌집, 바이러스의 비밀, 피보나치수열이 적용된 자연물 등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동서양 역사에서 수학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특히 주역과 60갑자 속 이진법 원리, 마방진의 힘 등 동양 수학사의 재발견은 흥미롭습니다.


수학 지식은 시공을 초월한 절대 진리가 아니라 잠정적이고 오류 가능성 있는 진리임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처럼 그 지식을 의심하고 비판하며 질적 변화를 이루어 온 변증법적 과정을 거친 게 수학임을 들려줍니다.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후반에는 어떻게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지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 수학 시험지를 보니 원주율 값을 3으로 계산하라고 문제에 미리 제시하고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계산이 복잡해져도 무조건 3.14로 계산했었는데 말이지요. 이제는 훨씬 빠르게 계산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은 편리하게 바뀌었다 싶었어요.


제한 시간 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계산이 느리면 치명적인 우리나라 수학 시험 특성상 박경미 저자는 계산 속도와 정확성에 조금 더 신경을 쓰자고 조언합니다. 어차피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되는 거라 생각하는데 집중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빨라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만날 수 있는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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