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9
현택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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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지역별 인문지리서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지역 토박이의 감성과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속초, 인천, 목포, 춘천, 신안, 통영, 군산, 제주 동쪽에 이어 제주 북쪽까지. 앞으로도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에서 어떤 지역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관심 지역이 나온다면 더욱 반가울 것 같아요.


대한민국 도슨트 아홉 번째 책으로 나온 <제주 북쪽>. 제주시 구좌읍, 애월읍, 조천읍, 한림읍을 다룹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먼저 이동하기 바빠 북쪽은 의외로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오래전 제주 버스 여행을 하면서 버스 길에서 무작정 내려 북쪽 몇 군데를 들러보기도 했는데, 새 건물 가득한 남쪽보다 북쪽 구석구석의 분위기가 기억에 꽤 오래 남더라고요.


관광지 위주의 정보가 아닌 그 지역의 땅과 사람의 역사를 들려주는 <제주 북쪽>.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다 보니 제주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치유의 제주입니다. 많은 이들이 한 달 살기 제주를 하고, 주말이면 들러 카페 투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제주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진짜 제주 이야기를 알고 가면 제주가 새롭게 다가올 겁니다.


<제주 북쪽>이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4·3 평화공원입니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봉기,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기까지 무려 삼만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제주는 4·3을 이해해야 아름다운 풍경 너머의 이야기가 비로소 보인다고 합니다. 요즘 공부하는 아이들에 비해 바로 윗세대가 오히려 4·3 사건을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금기시했던 역사이니까요. 강요된 침묵과 역사 왜곡으로 수십 년간 입을 다물어야 했던 처참한 슬픔을 이제는 다크 투어리즘, 평화기행 등 4·3 유적지를 들러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4·3을 알아야 제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을 일컫는 '시엣아이'인 제주 토박이 저자 현택훈 시인 역시 4·3의 아픔을 가진 집안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이 4·3 때 돌아가셨거나 일본에서 돈 벌고 돌아오면 간첩이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처럼 조작간첩 사건도 참 많았다고 합니다.


4·3 당시 토벌대가 쏜 총탄에 평생 후유장애를 가지고 살다 돌아가신 진아영 할머니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평생을 턱에 하얀 무명천을 두르고 다녀 무명천 할머니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사후 추모 공간으로 할머니의 삶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4·3 문학은 숙명입니다. 4·3 시화전, 4·3 미술제 등 4·3의 진상규명과 4·3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는 덕분에 우리도 4·3의 진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때 수학여행지 필수 코스였던 용두암은 제주 북쪽의 대표 명소였지요. 화산섬이 만들어낸 기이한 예술작품 같은 용두암 풍경만 감탄하고 왔었다면, 이제는 용두암 가는 길의 용연을 찬찬히 만끽해보세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놀던 곳이라고 합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알작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읽는 순간 맘에 쏙 들었습니다. 동그란 알 모양의 몽돌이 있는 해안가에 자연의 ASMR을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제주설화. 떨어진 흙 부스러기는 오름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전예약제로만 오름 등반을 허락하는 오름 중의 오름, 거문오름도 꼼꼼히 알고 가면 더욱 알찬 발걸음이 될 겁니다.


1946년 부중휴 선생님과 꼬마탐험대가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만장굴의 스토리도 흥미롭습니다. 2016년 만장굴 탐험 70주년을 기념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문시장, 한라산 등반 대신 한라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한라산 생태숲길,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등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화산섬의 자연환경을 만나보세요. 돌하르방인 줄 착각한 동자복, 서자복 이야기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불교의 특성을 보여주는 석상이라고 합니다. 제주의 향토 문화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제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남방큰돌고래방류기념비가 세워진 구좌읍 김녕리 바닷가. 쇼를 하던 돌고래가 이제 고향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제돌이가 건강히 잘 지내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니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제주는 유배의 섬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많은 인물들이 제주도를 거쳐갔습니다. 유배 왔던 이들이 머무른 집이었던 자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처럼 곳곳에 제주의 역사를 만날 수 있게 표지석이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는 올레길 외에도 유배길, 천주교 순례길, 절로 가는 길 등 역사가 머무른 길이 많다고 합니다.


제주 근대 문화의 중심이었던 제주시 원도심. 제주항과 공항이 있어 북쪽은 예로부터 제주의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1991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으로 관광과 개발을 위해 존재하는 섬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는 저자의 씁쓸함이 전해집니다. 난개발과 과잉관광으로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화산토여서 물 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았는데 아스팔트 길과 바다 매립으로 이제는 태풍 재해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제주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제주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역사 인문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제주 북쪽>.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들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제 새로운 눈으로 제주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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