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엔 주인공과 악당의 뚜렷한 선악 대비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동화의 매력에 빠졌었다면, 인생의 쓴맛을 알아갈수록 선악 구조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빌런이라고 알던 캐릭터를 다시 보기도 합니다. 선한 인물이라고 해서 욕망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안지은 작가는 심리 에세이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에서 동화 원작을 탐독하며 새롭게 포착한 장면들과 캐릭터들의 욕망을 통해 인간관계와 삶을 이야기합니다. 안지은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소장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명작동화 12편을 사랑, 인간 본성, 관계, 성장이라는 테마로 욕망이라는 시각으로 다시 읽는 시간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욕망하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보며 위로받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치열하게 욕망을 추구한 인물에게서 발견하는, 억눌려 두었던 마음속 욕망이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줄거리를 포함해 캐릭터의 욕망 분석과 캐릭터 시점에서 진행하는 인터뷰로 구성된 방식도 흥미진진합니다. 캐릭터의 속마음을 완전히 드러내는 듯한 솔직한 발언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이 더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때로는 유머 감각까지 장착한 인물들의 발언이 웃음을 안겨주기도 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동화책 독후감을 쓰는 아이들에게도 뻔한 독후감보다 이런 가상 인터뷰 방식으로 독후감을 써보게 하고 싶어졌어요. 


어린 시절부터 유독 마음을 끌어당기는 동화가 있는 만큼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싫어했던 동화도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저만의 호불호 이유를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질투를 했기에 괜스레 꼴 보기 싫었고, 누군가는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엿본 탓에 싫어했던 이유도 있었더라고요. 


사랑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람을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하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 역시 성공한 신데렐라를 바라보는 독자 관점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신데렐라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는 신데렐라의 언니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불안을 가진 벌거벗은 임금님에게서는 무너지는 자존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인어공주>는 원작을 알아야 그 속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동화이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만 알던 인어공주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인어공주가 욕망한 '인간의 영혼'이었어요. 애초에 인어공주는 불멸의 영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거죠. 작가는 해보고 싶은 건 결국은 했던, 어쩌면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인어공주의 모습을 발견해냅니다. 


<백설공주>의 왕비에게서는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외모의 아름다움이 주는 행복에 도취한 왕비의 모습을, 명랑 쾌활한 알라딘에게서는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게 거의 없는 무능력한 알라딘의 모습을 짚어내기도 합니다. 


"견딘다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일 때 하는 말이다. 우리는 행복을 견디고 있다 말하지 않는다. 견디고 있음은 모든 것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있는 고통을 참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동화 <완두콩 다섯 알>의 매력을 재발견하기도 합니다. 다섯 개의 완두콩 중 막내 완두콩은 아픈 소녀의 창가에 떨어져 그곳에서 싹을 틔웁니다. <마지막 잎새>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이 동화는 작은 희망을 통해 조금씩 건강을 되찾는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기약 없는 희망조차 사치였던 이들에게 작은 콩 한 알이 뜻밖의 기적과 희망이 되는 여정에서 우리가 위로받는 지점을 짚어줍니다. 그나저나 이 동화의 마지막 부분은 쿠키 영상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줍니다. 다섯 완두콩 중 하수구에 빠진 넷째 완두콩의 이야기에 숨은 의미를 짚어준 작가 덕분에 이 동화의 매력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것만 기억나는 동화 <피노키오>. 저자는 이 동화를 두고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인형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된 인형이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된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피노키오는 쉽게 살고 싶어 행동했던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하며 제대로 살려고 하다 보니 인간이 된 셈이었습니다. 어쩌다 바른 인간이 되어 버린 피노키오가 인간의 삶에 자리 잡은 달콤하지 않은, 고통스러운 삶을 마주할 때 어떤 생각을 할지도 들여다보는 작가의 세심한 시각이 돋보였습니다. 


후크 선장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피터팬>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후크에게 피터팬은 꿈과 자유를 말하면서 남의 고통엔 관심 없는 유쾌한 척하는 위선자일 뿐이라는 말에 슬쩍 공감되는 건 어른이어서일까요. 더 이상 동화책을 꺼내보지 않는 때가 오는 것처럼 어린이는 그렇게 네버랜드를 떠난다는 작가의 말에 울컥하는 것 역시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동심으로 가득 찬 그때와 어른이 된 나와의 간극을 절감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누가 더 좋아요? 가족그림책 3
오리타 리넨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유하나 옮김 / 곰세마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진지하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질문을 아이들에게 하는 부모는 없겠지만, 형제자매 집안에서는 "누가 더 좋아?" 질문만큼은 한 번쯤 나오지요. 직접적으로 질문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라도 비교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아이들의 단골 질문 "엄마, 누가 더 좋아요?"에 어떤 대답을 하셨나요? 저는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고 저도 외동으로 자라 형제자매간의 속 사정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사촌들을 보면 우스갯소리로 지나치지 못할 만큼 아귀다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더라고요. 


가장 모범적인 답변이라 생각했던 "다 좋아."라는 말에는 함정이 없을까요. 아이들이 정말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림책 <엄마, 누가 더 좋아요?>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이해시키는 답변을 보여줍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몽글거리게 하는 부드러운 색감과 사랑스러운 그림에 단숨에 반해 이 그림책을 펼쳤는데, 너무나도 멋진 명답변에 저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누가 더 좋아?!"라는 질문을 왜 하는 걸까요? 그림책 <엄마, 누가 더 좋아요?>는 그 질문에 숨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짚어줍니다. 친구, 형제자매간에 비교하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는 아이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어있다고 해요. 보통 다툼이 있을 때 엄마로부터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맨날 나만 혼내고…."라면서 엄마가 나보다 다른 형제자매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속 시하와 율이도 색연필을 두고 니꺼내꺼 따지다가 결국 "누가 더 좋아?"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사과와 귤을 들고 누가 더 좋은지 고를 수 없다는 대답을 하는데요. 그 말에 시하는 귤이 더 좋다고 하고, 율이는 사과가 더 좋다며 똑 부러지게 말하니... 저 같으면 여기서 한번 동공 지진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현명한 엄마의 모범적인 답변은 바로 '다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사과와 귤을 두고도 좋아하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남매간에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걸 짚어줍니다. 


좋아하는 음식, 물건, 놀이, 정리 습관 등 서로가 참 많이 다릅니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너희는 같은 곳에 있어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단다. 그래서 엄마는 매일 다른 곳을 여행하는 것 같아 즐거워." - 책 속에서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고르지 않아도, 저마다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엄마, 누가 더 좋아요?>. 단순히 "둘 다 좋아!"라는 말보다 왜 둘 다 좋아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들려준다면 아이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그림책입니다. 


장을 보고 들어오는 아빠에게 (흔하디흔한 퇴근하는 아빠 모습이 아니라 식료품이 든 장바구니를 든 아빠 모습이라니! 이런 세심한 장면 하나까지도 마음에 쏙!) 아이들은 사과랑 귤 중에 뭐가 더 좋냐며 묻는데요. 아빠는 뭐라고 대답할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대마도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일 국제여객선이 조금씩 재개되는 가운데 대마도 뱃길도 얼른 열리길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많을 겁니다. 그날을 위해 해시태그 대마도를 먼저 펼쳐봅니다. 코로나 이후 2023~2024를 맞이하는 대마도 여행책입니다. 


부산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지입니다. 낚시 여행, 자전거 여행, 온천 여행, 벚꽃 여행, 단풍 여행, 면세 쇼핑 등 당일치기 여행, 주말에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대마도입니다. 


해시태그 대마도 가이드북은 대마도를 처음 가는 여행자는 물론이고 매번 같은 곳만 들르는 여행자들도 만족할 만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대마도 일주를 하려면 5박 6일 정도가 적당하지만, 주말여행으로 다녀올 경우 이동 루트를 최소화하면서 아쉽지 않은 여행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코스로 계획 세우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마도 하면 일본 본토의 분위기와는 다른, 시간이 피해 간 듯한 느낌도 듭니다. 화려한 곳은 아닐 거란 생각에 볼 거리 가득한 관광지로서의 기대감은 덜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마도를 알면 알수록 우리나라와는 다른 해외여행 분위기를 내면서도, 쉽게 다녀올 만한 만만한 여행지로서 대마도가 딱인 것 같아요. 


대마도는 2개의 섬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항구 중 어디로 입출항하느냐에 따라 여행코스가 달라집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주말과 주중, 여행 기간 등 대마도 여행 계획을 초보자도 쉽게 짤 수 있게 가이드북에서 알려줍니다. 대마도에서도 렌트를 해서 자동차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신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인수와 반납이 같은 장소여야 하니 입출항을 히타카츠나 이즈하라항 중 한곳만 이용해야 합니다. 


시골길과 같은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도 늘었습니다. 현지 시티투어 버스를 활용해도 좋고, 테마를 정해 골라 다녀도 좋습니다. 프라이빗한 투어를 원한다면 택시투어도 좋습니다. 


대마도의 중심은 이즈하라입니다. 시내가 있는 곳인 만큼 쇼핑이 이곳에서 대부분 이뤄집니다. 관광지 간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도보 관광을 해도 좋습니다. 대마도의 북섬과 남섬을 이어주는 만관교가 있는 미쓰시마는 공항이 있는 곳이라 후쿠오카 여행과 연계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히타카츠는 작은 마을과도 같은데 글램핑 등 예쁜 캠핑장도 있어 솔깃해집니다. 저는 대마도 북서쪽에 위치한 사스나 마을이 맘에 쏙 듭니다. 패키지여행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라 한적한 곳인 만큼 멸종위기 생물이 많이 사는 자연 생태에 반해버렸거든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액티비티가 꽤 많습니다.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방불케 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끽하며 해수욕을 즐기고, 바다카약도 체험할 수 있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도 많습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온천도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 코스를 소개하기도 해 만족스럽습니다. 


조선통신사가 반드시 거치는 기항지였던 대마도. 덕혜옹주 결혼 봉축 기념비부터 최익현 순국 기념비 등 우리나라 인물들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먼 일본 본토보다 가까운 조선과의 교류가 더 활발했던 만큼 한국과 연관된 유물, 장소가 많아 역사여행으로 다녀오기에도 손색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외국 대마도 여행에서 유용한 실전 팁이 가득한 가이드북 <해시태그 대마도>. 부산 여객터미널로 이동하는 방법부터 부산 당일치기 여행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일정으로 쓱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효율적인 여행 루트를 계획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에게는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또는 더 적게 원하는 것입니다. 부유함 없는 풍요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수렵 채집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는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 사고 또 사고 있습니다. 


실제 필요한 양보다 우리는 옷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우리의 반려동물도 제몫의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부유한 국가의 평균 소비량은 가난한 국가의 열세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의 생활방식을 누린다면 지구 네 개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 한편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는 소비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디컨슈머가 등장합니다. ​


소비자 이슈, 생태학 문제 등 환경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J. B. 매키넌 저자는 <디컨슈머>에서 흥미진진한 사고실험을 합니다.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를 아우르며 소비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요. ​


“어느 날 이 세상은 소비를 멈췄다.” 소비자 4분의 1, 즉 25퍼센트가 쇼핑을 멈출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겨우 10년 전 지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밖에 안되지만요. 아마존의 일일 택배량이 25퍼센트 감소한다는 건 맨해튼에서 드디어 조깅하는 사람 속도보다 차량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 같지만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봉쇄령으로 세계가 쇼핑을 잠시 멈췄다는 겁니다. 이 시기 온실가스 오염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었습니다. 탄소배출량은 소비가 멈출 때 단 7퍼센트였지만 줄어들더라는 걸 확인한 셈입니다. 2050년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와닿습니다. 2030년엔 45퍼센트를 감소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


저자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속도를 늦추거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동력은 소비입니다. 소비를 줄이면 세계 경제가 초토화될 거라고 다들 우려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디컨슈머>에서는 경제 성장의 종말이 곧 세상의 종말이 되지 않음을, 운명의 날에 영향받을 산업들을 살펴보며 짚어줍니다. 오히려 성장 없는 삶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더 질 좋은 물건을 더 적게 구매하는 경제를 지향하는 리바이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며 반소비주의를 사용해 디컨슈머 시장을 확대하는 파타고니아 등 과시적 소비 대신 과시적 비소비를 장려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 요즘 시대에 고민해 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서비스, 경험은 모두 발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소비로 여기는 소비에만 초점 맞추면 안 된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소비 외 식사, 세탁, 냉난방,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등 일상의 배경이 되는 소비들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소비습관에 저항하는 네 종류의 집단이 있습니다. ① 친환경 생활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 ② 돈 절약을 좋아하는 알뜰한 소비자, ③ 돈 쓰기를 싫어하는 구두쇠, ④ 적극적 선택으로 소비를 줄이는 자발적 단순주의자. 이들 중 환경 파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집단은 어디일까요. 


④번 집단이 가장 성공적입니다. 2위인 ③번 집단과도 2배 이상 차이 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①, ②는 의외로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


팬데믹 동안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자연 세계의 복원 증거들도 봤고, 그동안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우리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힌 소비자의 사고방식은 이상적 자기와 실제 자기 사이의 괴리를 넓혀왔습니다. 한편 간소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오히려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이 모든 사고실험을 하면서 저자도 더 질 좋은 것으로 더 적게 갖는 것으로 이행하는 실천을 해봅니다. 물론 잦은 과로는 여전했고, 불안정한 시대에 더 적은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편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고 토로하지만요.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소비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지구를 구할 우리의 선택이라는 걸 이 책에서 수많은 증거로 보여줍니다. 


5퍼센트만 소비를 감축해도 두어 해 전의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거라 사실 체감되지 않는 작은 변화라고 합니다. 소소한 목표부터 시작해 보자고 합니다. 디컨슈머사회가 되었을 때 우리가 만날 세계는 꽤 괜찮았습니다. 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상이 종말 할 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벨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경제학상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자의 영감 가득한 대화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통찰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됩니다. 그리고 린다우에서 날아온 초청장 한 장으로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이 보덴호 연안에서 열리는 노벨 회의에 참석합니다.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전도유망한 과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저마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과학을 토론하고 인생 경험을 나눕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는 제64회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생리학·의학 분야 젊은 과학자로 선정된 뇌과학자 스테파노 산드로네 저자가 과학계 스타 24명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입니다. 


코로나19 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PCR, MRI의 기초기술이 된 핵자기공명 분광기,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노화 질병과 관련한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 효소의 염색체 보호 기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 우주의 가속팽창, 경제성장이론 등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학자들의 열정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은 희곡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대중을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은퇴 때까지 거의 매년 1학년을 대상으로 일반화학을 강의하며 방정식 없이도 열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그는 미래세대의 과학자들에게 과학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인생의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측면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라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인문학적 고찰이었습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겸손함,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걸 인생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교차 결합했을 때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화학은 쉬워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죠." - 로알드 호프만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의 단골 질문은 바로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입니다. 차고에서 자전거 타이어를 고치고 있었다거나, 새벽 시간이라 잠을 자고 있었고, 누군가는 비행기에 있던 와중에 조종실로 가서 무선 통신으로 노벨위원회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자로서의 성취를 이루기까지 바탕이 된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배낭여행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해졌고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한 노벨화학상 피터 아그리, 생명의 위협을 종종 느낄 만큼 집에서 다양한 실험을 어린 시절부터 하며 꿈을 키운 노벨화학상 리하르트 에른스트 등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도 많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는 성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에게 공감 어린 조언을 했고, 마틴 챌피는 박사후연구원 신청서 준비할 때 뻔하지 않게 잘 준비하는 법을 예시로 꼼꼼히 알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은 자신의 연구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하게 됩니다. 노트, 현미경 등 과학자들의 소중한 물건들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보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의미 있는 물건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반세기 동안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 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노벨 경제학상 대니얼 카너먼은 의사 결정과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그 스스로도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여전히 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도 불안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거쳤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과학계. 실험실 화재로 모든 연구 노트와 문서가 소실되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던 노벨 생리의학상 팀 헌트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단순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커리어의 각 단계에서 수많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노벨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은 학자들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번득이는 영감을 안겨주며 멘토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직접 마주 앉아 듣는 듯한 인터뷰 방식의 글이어서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결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