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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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는 기막히게 잘 짓는 것 같아요. 국내판 제목 말이에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이어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니. 숨겨진 도덕성을 자극하는 제목에 반하게 됩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원서 제목은 The girl a clock for a heart 입니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집으로 몰래 들어가 무언가를 찾는 조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소설 첫 장면. "찾아야 할 물건이 뭔지는 몰라도 보면 알 거야."라며 막연함 속에 어떤 단서를 찾는 조지. 그는 문학잡지사에서 일하는 남자입니다. 보스턴의 좋은 동네에 살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남자가 사건에 휘말립니다.

 

어느 날 20년 만에 첫사랑과의 재회로 시작된 사건. 치열하게 사랑했던 몇 주간의 꿈같은 연애를 잊지 못하던 조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아나. 20년 전 그들의 이별 스토리는 흔한 이별 레퍼토리가 아닌 살인과 자살 등이 얽힌 복잡한 사건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갑자기 나타나 은밀한 부탁을 하는 리아나 때문에 혼란스러운 조지. 첫사랑의 감정 찌꺼기가 남아있는 조지에게 리아나는 여전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입니다. 그 옛날 이별을 겪을 때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석처럼 끌려갑니다.

 

횡령한 돈 때문에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리아나는 돈을 다시 돌려주는 일을 조지에게 부탁하고, 조지는 당연하게도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도 뭔가 복잡한 사건이 얽혀있습니다. 조지는 자기도 모르게 무려 '살인'을 도와주게 됩니다.

 

독자로서는 리아나와의 연애 시절 스토리를 들려주는 조지의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리아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좋지만 불우한 환경에 꿈을 펼치지 못한 리아나. 그녀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리아나가 계획적으로 의도한 것인지, 단순히 기회를 잘 잡은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녀의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면인지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섬씽 와일드> 영화는 리아나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하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오히려 진정한 자기 모습이 아닐까 하는 리아나. 이름,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나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겼을 때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말로 진짜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리아나는 사랑을 이용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갑니다. 그런 인생을 사는 데 거침없는 리아나의 모습은 사실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했어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 결과는 주변 사람들의 불행을 동반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리아나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조지의 모습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한결같습니다. 다시 인생에 들어온 리아나로 인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말이죠. 이런 조지의 모습은 리아나의 밥이 될 수밖에. '너 좋을 대로 해석해도 좋아' 식인 리아나의 말과 행동은 소설 화자가 조지이기에 리아나의 속내를 명쾌하게 짐작할 수 없다는 갈증만 더 커집니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처럼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일반 관습과 도덕성에 금이 갈만한 주제입니다. 다만 화자가 아닌 리아나의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어 리아나라는 인물에 대한 공감도는 전작 주인공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어요. 꽃뱀 분위기 같은 묘사 때문에 리아나가 재수 없게 보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리아나에게서 괜찮은 점을 찾아야 해!' 하는 압박이 있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이렇게 리아나에게 몰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흥미로움을 발견했으니. 리아나와 관련한 사건 그 자체들입니다. 계획과 우연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사건들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무척 좋았습니다. 정식 표지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질 정도로 핫한 색감의 가제본이 눈길을 끄네요. 피터 스완슨 작가가 다루는 주제 자체는 정말 신선하고 예상을 뒤엎습니다. 언제나 후속작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원래의 내가 싫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여전히 그런 사람인 거야. (중략)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중략)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 #책속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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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기 무서워요! 괜찮아, 괜찮아 7
미나 뤼스타 지음, 오실 이르겐스 그림, 손화수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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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상처받은 어린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어른과 어린이가 가슴속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꺼내서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  두레아이들 '괜찮아, 괜찮아' 시리즈.

 

이혼, 죽음, 외모, 거짓말 등 가슴 따뜻하고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주제를 선보였는데요, 이번에는 발표하는 게 너무나도 두려운 아이의 마음을 보여주는 책 <발표하기 무서워요!>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자신감 있게 발표하길 원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옳거니~! 

 

 

 

혼자 하는 일도 걱정, 남을 도와줄 때도 걱정. 알프레드는 평소에도 걱정투성이입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겁니다. 그런데 글짓기 발표하는 숙제가 생긴 거예요. 발표날까지는 닷새가 남아 있었지만 벌써부터 그날이 걱정됩니다. 그 어떤 것보다 두려운 발표를 해야 한다니 긴장되어 심장은 쿵쾅쿵쾅, 가슴은 울렁울렁.

 

 

 

알프레드가 발표할 주제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바다에 산다는 것뿐이어서 가족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대왕고래를 찾아 봅니다. 어쨌든 글짓기는 해야 하니까요. (우리 아이 왈. "역시 컴퓨터가 살려내네!")

 

알프레드는 대왕고래에 관한 것을 점점 많이 알게 됩니다. 그러다 대왕고래는 가끔 혼자 아주아주 멀리 헤엄쳐 갈 때도 있다는 걸 보면서 대왕고래는 참 용감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대왕고래도 자기처럼 긴장되거나 무서워질 때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잠들기 전에는 대왕고래가 물속에서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기도 하면서 날마다 대왕고래를 열심히 알아보다 보니 발표의 긴장감은 잠시 사라진 상태입니다. 

 

 

 

드디어 발표하는 날. 발표의 두려움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긴장됩니다. 자기가 제일 발표를 못할 거라는 생각에 걱정만 가득입니다. 이제 알프레드 차례. 알프레드는 평소 긴장되어 숨고 싶을 때 긴 앞머리로 눈을 가렸는데 지금도 딱 그런 긴장감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발표를 하다가 정신을 잃을까 걱정될 정도지만...

 

 

 

며칠 동안 함께한 대왕고래를 상상해 봅니다. 아주아주 먼 길을 혼자 헤엄쳐 간다는 대왕고래를 떠올리며 그건 아마도 발표하는 것보다 더 무섭고 긴장되는 일일 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씩 용기를 내는 알프레드. 신기하게도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대왕고래만 생각하며 자기가 아는 대왕고래 이야기를 술술 하게 됩니다. 

 

 

 

게다가 마지막엔 그동안 줄곧 들었던 대왕고래의 노랫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네요.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에 저도 모르게 아이와 둘이서 박수 치고 있더라고요. 짝짝짝~~!!

 

 

 

발표의 무서움을 이겨내는 주제의 그림책을 보면서, 알프레드가 집중했던 대왕고래의 노랫소리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아이도 얼른 찾아봅니다. 그림책 속에서는 꼭 오오~ 할 때의 입 모양새로 그려졌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대왕고래 노랫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우리 아이도 따라 해보네요. 진짜 책 속 그림이랑 똑같게 되네 하면서 그걸 또 좋아하더라고요 ^^

 

초등 저학년 겨냥 그림책이긴 해도 발표에 자신감 없는 아이라면 초등 6학년인 우리 아이처럼 이 책을 무척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발표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그림책 <발표하기 무서워요!>.

 

이 책에는 발표를 잘 하는 기술적인 방법은 없지만, 알프레드의 속마음과 행동을 보면 딱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발표할 내용에 집중하는 것. 알프레드는 한동안 대왕고래에게 집중했죠.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해온 겁니다. 그러다 보니 발표할 때 내용에 집중하기 쉬워졌어요. 시선은 어떻게 해야 한다, 목소리는 어떻게 내야 한다 같은 방법 대신에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데 집중한 그림책입니다. 그래서인지 더 감동적으로 와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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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쿠마몬
구마모토 현 지음, 임종민 옮김, 코야마 쿤도 감수 / 북폴리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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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엔 뭐 이런 썰렁 만화가 다 있나 싶었는데, 요거 은근 볼매입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쿠마몬에 빠져들고 있더라고요. 방탄소년단 민윤기군도 쿠마몬 성덕 반열에 올랐다죠! 4컷 만화로 재미, 감동을 고루 안겨주는 <코믹 쿠마몬>입니다. 

 

일본 구마모토현 지역 홍보 캐릭터 쿠마몬. 1년간 구마모토 일일신문에 게재된 공식 4컷 만화 쿠마몬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지역 홍보 캐릭터가 이처럼 핫한 인기라니, 공공기관에서 눈여겨볼만한 마케팅 아이템인 것 같아요. 쿠마몬 인기로 각종 캐릭터 상품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네요.

 

 

 

책도 엄청 귀욤귀욤해요. 위아래 쿠마몬 캐릭터가 있어 소소한 즐거움까지 신경썼네요.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계절에 맞춘 다양한 일상 이야기도 가득.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느냐 꼬리부터 먹느냐 선택의 기로에 빠진 쿠마몬, 빙글빙글 도는 미용실 싸인볼을 보며 신기해하는 쿠마몬, 페이스용 미용롤러 대신 주판으로 쓱쓱 마사지 하는 쿠마몬.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일들을 소재로 삼아 천진난만한 매력을 마구 발산합니다.

 

지역 홍보 캐릭터인만큼 지역 명소, 명물 상품, 향토 음식 등 구마모토현에 관한 소재가 많고, 일본 특유의 축제 등 일본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기도 합니다.

 

아재 개그 같은 썰렁 유머도 있는데, 그런 허무 개그도 쿠마몬이 하니 무척 어울리는. 수수께끼같은 말장난도 가끔 나오는데요. 사실 저는 말장난 소재는 크게 재미 느끼진 못했어요. 일본어를 더 잘 알았더라면 마구 웃어줬을텐데 ^^; 일본 문화와 일본어 표기에 익숙하다면 재미가 더해질 것 같네요.

 

이름이 몬으로 끝나는 '미토 코몬'과 관련해 웃어야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제가 첨엔 이해를 못하기도. 미토 코몬은 유명한 사극 드라마라고 해요. 쿠마몬은 말끝마다 ~몬으로 끝나 저도 모르게 입에 척척 붙네요.

 

 

 

특산물, 명소 등 구마모토현만의 자랑거리가 많이 나오니 구마모토 여행자들에겐 이 책이 완소 아이템이 되겠어요. 일본 3대 성의 하나인 구마모토 성과 온천이 많다는 것만 아는 저로서는 <코믹 쿠마몬> 만화책을 보면서 여행책 읽는 것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돌계단 산책길 샤카인 미사카, 일본 최대 수로교 쯔준교, 야마가 등롱 축제, 샤워거리, 아소산 근처 관광명소인 나베가타키 폭포 등 구마모토현의 명소가 등장합니다.

 

맛있는 지하수, 깨끗한 물. 물의 도시 구마모토를 강조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공기 정화 풀인 골풀, 향토과자 이키나리 경단(갑자기경단 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더라고요), 특산물 수박 등 지역을 소재로 한 4컷 스토리가 많습니다.

 

 

 

남자 아이의 건강과 출세를 바라며 장대에 거는 잉어 깃발 고이노보리, 새해에 문 앞에 세우는 장식 카도마쓰, 새해 행사 중 하나인 카가미 비라키(거울 쪼개기), 2월 5일에 열리는 풍작 기원 축제인 하쓰우마 축제, 김밥 먹으며 복 받기를 기원한다는 에호마키(절분김밥) 등 일본의 절기 음식과 다양한 행사를 4컷 만화에 담아 일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귀여운 쿠마몬 책갈피가 책날개에 있어 잘라 쓸 수 있어요.

 

쿠마몬 작화는 제작회사 '로봇', 그림은 아쓰모리 란이 그렸다는데 콘텐츠 아이디어는 일반인의 투고를 받기도 했다는군요. 원안자 소개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코믹 쿠마몬 만화책입니다. 신문에 게재했던 만화 외에 단행본에만 수록된 만화도 있습니다.

 

 

 

 

검정, 흰색, 빨강 세 가지 색깔로 그릴 수 있는 붉은 뺨을 가진 검은 곰 쿠마몬. 지역 캐릭터 성공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 될만한 존재감이네요.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나있던 구마모토현 캐릭터 쿠마몬 4컷 만화. 그동안은 일본 원서로나마 많이들 찾았다던데 드디어 <코믹 쿠마몬> 이름으로 국내판 쿠마몬 만화책이 짠~! 쿠마몬 덕후들에겐 반가운 선물책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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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 남녀가 꼭 알아야 할 99가지
박평식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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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풀기 어려운 숙제, 사랑과 이별. 사랑하는 남녀가 마음을 다치지 않고 슬기롭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공식 99가지를 알려주는 남녀심리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성 칼럼니스트 박평식 저자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 건데요. 책 속 갈등 사례들이 하나같이 공감 일색이라 개인상담을 며칠 쭉 받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처음엔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 알콩달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건 갈등뿐. 연애 중인 커플과 결혼한 부부에게 꼭 필요한 남녀관계를 짚어주는 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양성평등은 남의 일만 같고 현실에서는 온갖 미묘한 불안과 다툼의 형태로 찾아오는 연인과 부부의 갈등 문제. 저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아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새벽에 들어왔는데 자고 있을 때.
남편이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사랑은 뭔.

 

이 책은 부부갈등 위주로 다루고 있어 결혼생활 중인 분이라면 내 이야기라고 할 만한 사례가 만만찮게 많이 등장할 겁니다. 남편과 아내의 갈등, 자녀가 끼어든 상황에서의 다툼 등 다양한 상황이 제시됩니다. 남편과 아내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점을 짚고 있어 더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박평식 저자는 냉혹하지만 진실인 말부터 던집니다. "당신의 행복찾기는 당신의 몫"이라고요. 상대방을 고쳐 행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한 쪽의 희생 없이 온전하게 남녀관계를 이어가는 방법 을 이야기합니다.

 

그 해결법의 전제는 진화론적 시각이 바탕됩니다. 생존을 위한 남녀 간의 역할분담이 이뤄져 남자의 가장 큰 본능인 사냥, 여자의 가장 큰 본능인 보호로 구분합니다. 그 본능이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란 전제에서 남녀 차이를 설명하고 있어요. 최근에 읽은 유발 하라리 저자의 <호모 데우스> 책에서도 나왔듯 마음의 심층 구도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변한 게 없다고 하거든요.

 

 

 

남녀가 원하는 큰 가치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의 말과 행동이 이해 안 되는 거라고 합니다. 부부관계에서도 아내는 가정을 기준으로 남편을 판단하고, 남편은 자신의 일을 중심으로 행동합니다. 남녀 간 차이를 극복 못하면 갈등만 남는 거죠.

 

남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사냥과 휴식으로 삶의 방향은 사회입니다. 여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의존과 가족으로 맞벌이 이어도 삶의 방향은 가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해도 이렇게 서로 다른 본능은 쉽게 바뀌진 않고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합니다.

 

사실 갈등이 깊어진 상태에선 본능적 차이라는 이유조차 납득하기 싫은 게 현실이죠. 머리로는 이해한다 싶어도 마음은 그러질 못합니다. 삐딱해진 마음이 깊을수록 갈등 해결은 쉽지 않겠지만, "당신의 행복찾기는 당신의 몫"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배우자에 대한 미움의 단계 중 2단계, 내가 더 희생하는 것 같아 억울해지기 시작한다는 글을 보고 흠칫하면서도 역시 다들 똑같구나 싶더라고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해결의 전제지만, 실상은 2단계의 생각만 들었거든요. 내가 왜? 싶기도 하고. 막 져주는 느낌만 들고. 그렇다고 상대방은 이런 내 희생을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런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이 책은 남녀가 꼭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결혼으로 본성이 변한 건 아닙니다. 가려져 있던 게 드러날 뿐. 한 예로 남편에겐 부부간의 대화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 남편이 의도하지 않는 대화는 이미 남편의 관심사가 아니라는군요. 문제는 아내가 더 이상 대화 시도를 안 한다면, 아내발 이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후라는 것은 기억하세요. 연애 땐 서로 참 많이 맞춰줬던 겁니다 그렇죠.

 

 

 

서로 다른 관심과 자존심 차이, 생활습관 차이, 성에 대한 인식 차이 등 남녀의 다름을 짚어주며 서로의 본성은 고치기 어려우니 그렇다면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가 포인트입니다. 박평식 저자는 서로 상대방의 케이블을 잠시 빌려 쓰라고 합니다. 화해를 위한 전제조건은 상대의 현 상황을 인정하는 거고 인정해야 화도 덜 난다고 합니다. '인정'이라는 건 본능을 포기하는 것도, 일방적인 양보도 아닙니다.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는 싸움의 끝은 뻔합니다. 남편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머리 쓰고 따지지 말라고 합니다. 아내가 걱정하면서 말하면 남편도 같이 걱정해 주면 되는 겁니다. 남편은 부부싸움도 혼자서 마무리하려 하고, 혼자서 마음껏 정리하고 해결했다고 착각한다고도 하네요. 아.. 그렇구나 하며 이제야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정말 이건 커플, 부부가 함께 봐야 하는 책입니다.

 

 

 

커플, 부부였다가 다시 싱글이 되는 상황을 꿈꿔보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다들 한 번씩 해보지 않으셨나요? 우리는 그렇게 갈등 속에 허우적대면서도 이별이 찾아오는 상황까지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심란한 마음을 잘 다독여줍니다.

 

사랑이 식는 건 상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해라는 허울을 쓴 체념이 아니라 인정하는 태도를 가질 때 남녀관계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까 싶어요. 박평식 저자의 리얼한 조언 한 마디 더 소개할게요. 남녀 관계에서 완벽한 동의나 해결 따윈 없다고 합니다. 본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데 완전히 이해해야 수긍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합니다.

 

결국 본능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열쇠입니다. 화났을 때 대화법, 싸움 줄이는 법 등 다양한 갈등 상황 속에서 내 행복은 내 손에 달려 있는 겁니다.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는 남녀 본성의 차이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심리책이어서 이 세상 모든 커플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상관없어요. 부부갈등 사례에서 남편과 아내 단어 대신 오래된 연인 관계의 남녀를 집어넣어도 딱 이해되는 사례들입니다. 희생 대신 이해. 슬기로운 남녀 관계를 위한 마음가짐을 위한 책 <왜 사랑하고 헤어질까?>. 우리 애 나중에 결혼 할 여친이 생긴다면 각각 한 권씩 주고 감상문 받고 싶을 정도네요.


 

 

남편은 아내를 외롭게 만들고 아내는 남편을 지치게 한다.

당신의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남자들도 그런 경험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뿐이다. 그 상황에서 당신만 그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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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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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마사카츠의 세계사 핵심 요약책 <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
<하룻밤새 읽는 세계사> 저자인데 그 책보다 더 간략하게 뽑아낸 책입니다.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역사 흐름을 지도로 표시해 각각의 역사 따로가 아닌 한 번에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세계사 역시 저자 출신국에 따라 미묘하게 시각 차이가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우린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접했었다면, 미야자키 마사카츠 일본 저자의 시각으로 본 세계사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세계사 속에서 일본 비중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그 부분을 유심히 읽었는데 불편한 느낌은 없었지만, 이 책에서 한국 비중은 정말 약하긴 하더군요. 핵심만 짚어주는 책이다 보니 충분히 납득은 됩니다.

 

 

 

호모 사피엔스 등장부터 시작하는 세계사. 지구 환경에 따라 문명이 시작된 점을 기후와 접목해 설명한 부분은 신선했습니다. 세계의 역사는 건조화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시작한 거라고 해요. 건조와 문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농업혁명이 일어나는 것까지 연계되는데 밀이 바로 건조지대의 식량이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는 인과관계와 전후관계를 정리 잘 해주고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를 살펴보면 세계사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세계적 종교와 철학이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면서 역사력을 키우게 합니다. 종교와 문화 성격 역시 그들이 살고 있던 환경의 영향을 받기에 지리적 배경을 놓치지 않고 있어요.

 

 

 

본문은 형광펜으로 중요 문장 표시를 해뒀고, 문장으로 길게 설명한 부분은 1초 리뷰로 다시 한 번 요약합니다. Key Point에서는 해당 파트의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완독 후에는 1초 리뷰와 키포인트만 짚으며 읽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요약의 달인 경지를 보여주네요.

 

 

 

본문에서도 도판이 풍부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말이죠. 이슬람 시대와 몽골 시대를 거치며 유라시아 세계 통합과 재편 흐름을 살펴보다 보면 글로벌 경제 시대인 현재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대서양이 키운 근대 시스템인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작은 세계사에서 큰 세계사로 시스템이 달라지며 인공적인 경제 시스템의 탄생 과정을 보여줍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 사회는 차원이 다른 시대로 돌입합니다. 세계사 무대가 순식간에 세계 규모로 확대되는 과정을 큰 흐름으로 살펴보니 쉽게 이해됩니다.

 

재미있는 건 국민 국가는 미국의 독립전쟁으로부터 확산되었는데요. 프랑스 혁명이 시민 혁명의 시작이라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넓게 보면 정치적, 사상적으로 미국 독립전쟁에 이어 발생한 사건이 프랑스 혁명이라는 것도 짚어주네요.

 

 

 

대건조지대의 세계사와 거리를 둔 인도, 중화 세계의 독자적인 내륙 지배 역시 유럽 중심 세계사 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룹니다. 한국사를 중심으로 볼 때와 또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다는 게 세계사 공부의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도 영향력이 강력한 중화사상에 대한 이해가 중국사 파악할 때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일본 입장에서 그들의 위기감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볼 수 있고요. 

 

경제질서 변화, 경쟁격화로 패권 다툼의 세계에 접어들면서 종속적으로 세계사에 편입된 아프리카, 대규모 전쟁으로 유럽의 세계 지배가 무너는 20세기를 보여줍니다. 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사건도 참 기억에 남긴 하지만, 중일전쟁 시발점도 그에 못지않게 참 허무하더라고요. 

 

 

 

이제 세계 흐름은 태평양의 시대, 특히 아시아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죠. 각각의 나라마다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고요. 일본 역시 그들이 기대하는 나름의 뭔가가 있다는 늬앙스는 숨기지 않더군요.

 

<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는 세계사 포인트를 쉽게 이해하고 싶은 청소년과 성인에게 만족스러운 구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책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짚은 소소한 부분도 있어 저는 신선하게 받아들였어요. 방대한 지식은 이런 식으로 이해해 나가는구나 하는 흐름 파악 기법을 배울 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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