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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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도 감동의 여운이 오래 이어집니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작가가 아날로그 손편지를 통해 힐링을 안겨줍니다. 치유와 사랑의 드라마 <츠바키 문구점>.

 

오래된 가옥에서 혼자 사는 포포.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전통 있는 대필가 집안입니다. 가업으로 여성이 대대로 이어온 서사 書士. 포포는 십일 대째 서사입니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표면상으로는 문구점이지만 알음알음 대필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선대가 돌아가신 후 이곳을 물려받은 포포.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그녀는 엄한 할머니의 교육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항하며 집을 뛰쳐나간 후 해외에서 방랑하며 살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대필가라는 운명을 저주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글씨 쓰기 재능이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대필 작업에는 안부 엽서, 조문 편지, 절연 편지, 거절 편지 등 대필 의뢰자의 사연이 각양각색입니다. 결혼 십오 년째에 맞은 이별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이혼 보고 편지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계절인 가을엔 유난히 대필 의뢰가 늘어납니다. "그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평범한 편지 대필 의뢰도 들어오는데, 오히려 사연 있는 편지보다 더 쓰기 어려운 게 평범한 편지인 것 같아요.

 

 

 

돌아가신 선대와의 관계가 엉망이었던 포포.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전에도 외면하기만 했던 그녀로서는 츠바키 문구점 곳곳에 자리 잡은 선대의 흔적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건네받는데. 그 편지에는 포포에 대한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포포는 할머니께 답장을 씁니다.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 뒷부분에는 포포의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온 편지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요. 글씨체, 도구, 편지지 등은 편지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글로만 묘사하던 부분을 실제 편지 형식으로 보니 더 실감 납니다. 할머니의 옛 편지에서는 눈물 자국까지도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어요.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고는 가마쿠라에 있는 실제 명소가 그대로 등장합니다. <츠바키 문구점> 드라마 여행하러 가마쿠라로 가고 싶어지네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은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는데요. 소설 속 주요 틀은 같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더 길게 다뤘더군요. 츠바키 문구점의 '츠바키'는 동백나무란 뜻입니다. 문구점 앞에는 포포가 좋아하는 동백나무도 있어요.

 

 

 

소설에서는 대필 작업을 할 때마다 다양한 문구들이 등장합니다. 종이 질감, 펜 종류, 잉크 색깔, 봉투 크기, 우표 그림 등 편지 내용에 따라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볼펜, 만년필, 붓펜, 붓의 느낌이 전혀 다르기에 어떻게 편지 쓸지 이미지가 떠오르면 필기구 정하기부터 시작합니다. 조문편지에는 평소보다 먹색을 훨씬 옅게 해 씁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기한 펜은 유리펜이었어요. 투명하도록 선한 마음을 전할 때 사용한 필기구입니다.

 

 

 

이메일과 SNS로 해결 가능한 세상에서 손편지를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있던 빨간 우체통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들 세대에서는 특히나 우표를 실제로 보지 못한 경우도 흔할 겁니다.

 

<츠바키 문구점>은 점점 잊혀가는 아날로그 손편지를 되살렸습니다. 편지는 그 사람의 말투, 느낌, 냄새까지 전해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편지는 쓰는 사람의 분신 같은 것이니까요. 2017 일본서점대상 4위에 오른 <츠바키 문구점>. 손편지를 쓰는 포포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배려의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의 힘에 공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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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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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펴보는 다양한 관점 중,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은 책이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창조적 언어 혁명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김성도 언어학자의 사피엔스 보고서 <언어인간학>. KBS <생각의 집> 프로그램으로 편집 방영되기도 한 인문 과학 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 강의를 토대로 한 책입니다.

 

<언어인간학>에서 말하는 '언어'는 음성 언어 외에도 시각 언어, 문자 언어, 몸짓 언어, 디지털 언어를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언어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소통과 의미에 사용되는 모든 기호 체계를 언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사학, 인류학, 미술사, 인지과학, 기호학은 물론 지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영역들을 아우르는 언어학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언어 중 우리에게 알려진 언어는 무려 7,000여 개. 이 언어들은 모두 5만 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를 기초로 합니다. 언어의 기원과 문자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고유성으로서의 언어를 탐구해 봅니다.

 

 

 

언어의 사유의 주체인 호모 사피엔스. 인지혁명을 통해 가상적이며 허구적인 언어가 탄생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인류는 단순히 지금에서 벗어나 '내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할 수 있는 의미를 구축하기 시작한 겁니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인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해요.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도 사피엔스의 성공에는 이야기의 힘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려줬죠. 공통의 신화를 가질 수 있는 근거인 허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 언어의 유일무이한 특질입니다.

 

언어학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질문이 등장합니다. 언어는 과연 발명일까 발견일까를 묻습니다. 사실 언어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가설이 워낙 많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세 번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인류. 쇼베 동굴과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이미지는 세 번째 인류 여행 시기에 이뤄진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이거든요. 당시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지구를 누볐던 인간 종은 현재 밝혀진 바로는 최소 여섯 종.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한 종으로 남은 무기는 '언어'였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유성에는 언어와 정교한 도구 제작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이 완결된 성대 특징을 가졌다고 해요. 언어 능력의 소유는 인간의 고유성과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언어를 통해 사유 능력과 창조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추상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상이 아닌 추상적 기호를 볼 수 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가 좋은 사례입니다. '추상'은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이라는 겁니다.

 

현재 인류가 소장하고 있는 가장 찬란한 영상 아카이브라는 선사시대 동굴벽화. 이미지에 매료당하는 인간 본성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호모 그라피쿠스 Homo graphicus라고 명명합니다. 우리가 자각하는 이미지는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기에 이미지에는 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호모 스크립토르 Homo scriptor 라고 명명한 문자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나아갑니다. 선사와 역사의 경계선이죠. 기억과 지혜의 완벽한 보증수표인 문자는 구술을 밀어냅니다.

 

 

 

이미지 언어와 문자 언어에 이어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인 음성 언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후와 유럽 식민지 시대에 언어의 대이동이 일어났습니다. 호모 로쿠엔스 Homo loquens는 완벽한 분절 언어를 구사하는 말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현대의 대표 언어학자 촘스키와 소쉬르의 입장을 각각 소개하며 언어를 파헤칩니다.

 

그런데 어떤 연구 결과든 언어를 바라보는 입장만큼은 언어가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아요. 저자는 의사소통에 목소리를 통한 말하기가 인간 언어에서도 반드시 필연적일까 묻습니다. 북소리 언어, 휘파람 언어처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수단인 언어를 단순히 음성 언어로 한정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제는 매체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세상을 압도해 소통의 혁신이 일어난 시대를 사는 호모 디지털리스 Homo digitalis. 현대는 역설의 시대이듯 과거 구석기시대 호모 그라피쿠스로의 새로운 귀환에 초점 맞춥니다.

 

추상성을 표현하다 표음화된 문자로 연결되었고, 일차원적 직선의 문자는 인간의 생각을 오히려 수축하게 했기에 다시 귀환한 호모 그라피쿠스 본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자와 활자 같은 기억의 인공물은 오히려 인간의 자연적 기억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퇴화를 유발한 셈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통신 기술의 발달이 기억의 변화에 또 다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기억되고 아무것도 망각되지 않는 디지털 세계. 기억과 망각 속에서 성립되는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잊혀질 권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창조적 언어 혁명을 통해 인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호모 사피엔스. 선사시대 벽화부터 디지털 이모티콘까지 언어로 보는 인간 사유의 역사 <언어인간학>. 넓은 의미의 언어를 통해 언어와 사유의 주체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폈습니다. 추측이 난무하는 언어의 기원과 인간성의 연결 고리에서 '왜'라는 탐구를 하도록 촉발하는 부분이 많아 생각하며 찬찬히 읽어볼 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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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미소짓는 부엉이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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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웃들의 지혜는 성공한 이들의 지혜보다 못한 것일까. 그런 선입견을 깨뜨린 책이 있습니다.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우리 이웃들에게서 찾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 세상엔 왜 이리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까요. 나보다 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자존감은 바닥 칩니다.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에서는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를 찾거나 소소한 일상의 행복 찾기를 통해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면 평범한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제 마음에 콕 와 닿은 글은 편견에 관한 블라人드 테스트 이야기인데요. 뷰티 프로그램의 화장품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누군가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미치는 영향을 꼬집습니다. 제가 은근 이런 아집이 있는 편이라 새겨듣고 고쳐야 할 부분이었어요. 첫인상의 비중이 강렬하다 하지만 까도 까도 새로운 면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같은 관태기 시대에는 관계 맺음의 깊이가 얕아, 까보기도 전에 이런 편견이 자리 잡은 채 끝나버리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울어도 소용없고 사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
기도를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비로소 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 책 속에서

 

나의 재능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것도 지칩니다.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눈치 보기 일쑤입니다. 자책할 만한 실수담, 일상의 걱정거리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들이 평소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남에게 맞추면서 사는 삶 때문에 생기는 게 많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나 스스로의 기준이 아닌 다른 이와 사회의 기준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은 게 오히려 가슴에 더 와 닿을 때처럼 이웃들의 조언은 무겁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 나누다가 뜻밖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지혜로운 이웃들은 거창한 버킷리스트보다 소소한 행복 리스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남이 아닌 내가 온전히 설계하는 인생을 통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마음이 원하는 거 말고 그 외에 다른 이유를 찾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이 인상 깊었어요.

 

 

 

다섯 명의 공저자들이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엮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야기들을 굳이 주제별로 구분하진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웠어요. 한 가지 주제로만 이야기했으면 살짝 지루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령, 성별, 직업군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 중 공감 덜 되는 이야기도 있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조차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관점을 넓히는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찾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이웃 부엉이들의 지혜. 평범한 이웃들의 평범하지 않은 지혜로 고민을 어루만져 보세요.

 

"훌륭한 사람이 꼭 위인전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어떤 위인보다 훌륭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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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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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에서 코너 역을 맡아 랜선 아들로 떠오른 핫한 소년 연기자 루이스 맥더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할리우드 Top 연기파 배우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의 아성에 뒤지지 않는 호소력 짙은 연기를 선보였죠. 연기도 좋았고, 내용은 더욱 좋았던 영화 <몬스터 콜>.

 

영화 덕분에 원작을 알게 되었는데요.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읽어야 할 감성 판타지 동화 <몬스터 콜스>는 이미 2012년에 국내 출간된 책이었어요. 영화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봤는데 와우... 감동 눈물이 주룩주룩.

 

 

 

<몬스터 콜> 영화 원작 도서 <몬스터 콜스>는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2012년에 동시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 작가, 편집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입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시본 도우드가 인물, 틀, 시작 부분까지 구상했지만 이른 죽음으로 사후에 패트릭 네스 작가가 시본 도우드의 구상을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패트릭 네스 작가의 글과 짐 케이의 일러스트 조합이 정말 멋집니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열세 살 코너.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코너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정체는 거칠고 길들어지지 않은 기색의 목소리를 가진 장대하고 강력하고 우람한 모습의 몬스터입니다. 오래된 나무 주목이 몬스터 형태로 변해있는 겁니다. 꿈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 코너의 방 창문에 나타난 몬스터.

 

 

 

하지만 코너는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에 두려워할 만한 더 끔찍한 일이 있으니까요. 코너에게는 아픈 엄마가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아빠는 먼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기에 만나기도 힘듭니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면 유독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외할머니께서 오시는데, 권위적인 외할머니와 코너는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 신세고요.

 

몬스터는 코너가 원하는 게 있기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면 아무 때나 걸어오지 않는다."는 몬스터는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것이 '너의 진실'이 될 거라고 말이죠.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전 있는 이야기였어요.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진실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무엇 때문에 몬스터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코너.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  책 속에서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아픈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은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길 바랐던 코너의 모순된 마음을 알아채고 진실이 드러나도록 말이죠.

 

현실에서는 엄마가 곧잘 코너를 안심시키려고 말하는 괜찮아질 거라고, 나아질 거라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코너의 악몽 속에서는 언제나 엄마의 손을 놓으며 끔찍하게 끝납니다. 벼랑 가장자리에서 버티며 온 힘을 다해 엄마 손을 잡고 있지만 결국 엄마는 떨어집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을 놓은 거라고 위안 삼지만, 코너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저 다 끝나길 바란 겁니다. 코너는 고통 때문에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떠나길 바라면서도 간절히 구하고 싶었던 모순을 안고 있었던 코너를 통해 <몬스터 콜스>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를 벌주고 싶어 한 코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부재와 애도에 관한 주제로 이 책만큼 멋진 책도 없겠다 싶었어요. 가족 모두 함께 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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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 쌩초보도 5주면 쓸 수 있는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
제리안 지음 / 앵글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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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표지와 리얼한 제목이 눈길 사로잡은 책,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보통의 글쓰기 책이 아니라 잘 되는 로맨스 소설의 비밀을 파헤쳐 기초부터 핵심까지 전수합니다. 웹소설만 다루는 게 아니라 로맨스 글쓰기 법의 모든 것이라 해도 될만한 책입니다. 독자의 성은을 입은 로맨스 소설을 분석한 이 책이 로맨스 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바야흐로 로맨스가 빠지면 안 되는 시대. 수술하다 의사끼리 사랑, 재판하다 변호사와 검사가 사랑, 범인 잡다가 눈 맞은 형사들의 사랑. 로맨스만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장르는 없다고 합니다. 탐정 로맨스, 경찰 로맨스, 법정 로맨스, 오피스 로맨스, 칙릿 로맨스, BL 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모든 이야기에 사랑이 들어갑니다. 도대체 로맨스가 뭣이기에! 게다가 로맨스 소설 속 지긋지긋한 클리셰가 '나'의 현실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자들은 알지만, 남자들은 모르는 '심쿵 유발' 감정은 바로 설렘입니다. 여자들의 첫 로맨스가 동화 속 주인공에서 시작해 10대에는 순정만화로 빠져들죠. 20대엔 현실인 듯, 현실 같은, 현실 아닌 로맨스를 추구하며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러브 픽션에 빠져듭니다. 연륜이 쌓인 3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19금 로맨스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이렇듯 로맨스는 설렘을 안겨주고 영혼의 만족을 줍니다. 꿈과 사랑과 판타지의 종합세트입니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공식이라 할 수 있는 20가지 머니코드를 소개합니다. 로맨스 소설이 거기서 거기인 듯 보이지만 대박 로맨스의 공통점을 분석해 한국 로맨스의 장르적 관습까지 짚어가며 돈 버는 로맨스 소설 쓰기 20가지 법칙을 알려줍니다.

 

한국 로맨스의 관습, 1화의 중요성, 설정, 고증 절차, 보여주기와 감추기 기법, 진부함을 바꾸는 융합, 군더더기 없애기, 유머 코드, 세밀한 긴장감, 특별한 키스의 법칙, 관능, 애정공세, 명품 조연 서브, 감정 폭발, 찰나의 미학, 스토리텔링, 피날레 등에 관한 20가지 법칙. 이것만 지키면 대박 작가 된다라기보다는 이런 것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쪽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한편 망하는 로맨스 5가지 실패 코드도 알려주는데요,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실패 코드를 가진 로설들은 공감도나 재미가 별로였던 까닭을 알게 되어 독자로서의 눈을 높이게 되는 장점도 있네요.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법, 타이밍의 예술 러브신 쓰는 법, 대사 잘 치는 드라마처럼 맛깔나는 대화 쓰는 법 등 대박 소설을 위한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랑, 연애에 능통하다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사건 자체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 로맨스 소설은 심리학입니다. 주인공의 심리를 작가가 잘 풀어내야 하고, 독자의 심리도 파악해야 합니다. 로맨스 소설을 쓰기 전에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게 심리학과 연애학이라고 해요.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되려면 그만큼 로맨스 소설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로맨스 하면 할리퀸이죠. '계약' 로맨스의 조상으로 불리는 린 그레이엄 작가는 현재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합니다. 1949년부터 출간된 브랜드 할리퀸의 역사와 대표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형 할리퀸이라 불리는 요즘 로맨스 소설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제리안 저자는 2006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수상 후 교육신문, 여행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달달 로맨스 소설을 쓰는 전업 소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순수문학에서 로맨스 소설로 넘어오면서 처음엔 우여곡절 실패담이 많았기에 로맨스 소설을 분석하게 되었고, 로맨스 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게 되었네요.

 

옛 트렌드부터 요즘 핫한 것까지. 읽다 보니 로맨스 소설의 역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를 꿈꾸지 않습니다.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의 또 다른 활용법으로 사용했어요. 독자로서 좋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이런저런 요소를 캐치하는 눈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모쏠들의 연애 지침서가 되기도! 사랑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버무려져 있으니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경우 쏠쏠한 도움 될 겁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로맨스 소설의 핵심을 잘 짚어준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로설 작가들이 최소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뿌듯하게 읽을 수 있는 로설이 많아질 테니 독자로서도 반가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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