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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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닉 칩 연구로 이그노벨상 영양학 부문 수상한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과자 포장재는 왜 바스락거리며 시끄러울까,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파란 고기와 생선은 왜 혐오스러운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먼저 주문해야할까 나중에 주문해야할까 등 어이없는 연구들이 많아 보이지만 음식에 정통한 감각심리학자의 연구는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었고 이미 활용하고 있는 식음료 산업, 셰프들이 많았습니다.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총망라한 책 <왜 맛있을까>. 원제 Gastrophysics(가스트로피직스)는 미식학과 물리학의 합성어로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등을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를 의미합니다.

 

 

가스트로피직스를 연구하는 가스트로피지스트들은 음식 감각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음식의 반응은 혀와 코보다 뇌와 장기의 대화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는 것!

 

 

 

 

찰스 스펜스 저자도 깜짝 놀란 한국의 먹방. 지금까지 접한 가장 이상하고 핫한 트렌드로 소개했습니다. 먹방은 혼밥시대에 그저 위안 요소가 되는 것을 넘어 시청자의 정신적 소모가 꽤 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가상의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정신 소모, 체질량지수 증가, 배고픔 증대 등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라고 짚어줍니다.

 

 

혼밥과 관련해서 식사의 사회적 행위라는 의미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혼자 밖에서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가 된 요즘. 하지만 식사를 사회적 행위로 바라본다면, 에어비앤비 숙박 개념처럼 현지인과 식사하는 식사 공유 앱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겠네요.

 

 

먹방 사례처럼 음식은 혀로 맛보는 미각과 냄새를 맡는 후각 외에도 시각, 청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시각적 매력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음식의 색깔과 모양, 플레이팅의 미학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바삭 소리가 큰 감자칩이 더 맛있는 이유처럼 소리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프랑스 아코디언 음악을 틀면 프랑스 와인 판매량이 높아지고, 독일 맥줏집 음악을 틀면 독일 와인 판매량이 늘듯 배경 음악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만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촉각도 맛에 영향을 줍니다. 핑거푸드는 손으로 먹어야지 식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죠. 신기한 점은 식기의 무게까지도 음식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이렇듯 음식의 맛은 식사하는 환경에 따라 식사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음악, 조명, 향기, 의자 느낌 등 주변 환경 모든 것이 말이지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디에서 누구와 먹는지, 기분 상태에 따라 먹는 즐거움이 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을 이토록 세세하게 짚어준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가스트로피직스를 이용하면 미식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은근슬쩍 개입하면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가 음식에 이용되는 겁니다. 맛 경험을 조절하고 강화해줄 다양한 요인들을 이용해 기억에 남을 만큼 자극적이지만 지나치게 압도적이지는 않은 경험을 선사하는 가스트로피직스 세계 매력적이네요.

 

 

다중 감각 요소를 이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1930년대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많이 실천한 이탈리아 미래파가 선구자였습니다. 그들은 너무 앞서나갔지만 이제는 다중 감각 요소를 통제해 가장 맛있는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식탁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소리 양념으로 더 맛있게 느끼도록 하고, VR과 AR 기술을 적용한 식사 경험도 생길 테지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혼밥 사례보다도 더 사회적 교류를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토록 복잡하다니.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한 책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먹고살기 힘들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처럼 우리 삶에서 결코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먹는' 행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 식사의 사회적 행위에 관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리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식사 경험이 좋아야 맛있다는 것. 맛에 대한 기억은 실제 맛과 같지 않을뿐더러 맛, 향, 풍미의 구별조차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었습니다. 감정을 바꿈으로써 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려준 책 <왜 맛있을까>. 입안과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언제나 성공적인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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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부 아프리카 - 지리 포토 에세이
손휘주 지음 / 푸른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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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유랑을 꿈꾼 지리학도 청년의 동남부 아프리카 지리 포토 에세이 <동남부 아프리카>. 세계 35개국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4년간 세 차례에 걸쳐 다녀온 동남부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 인류의 시작 그리고 한 명의 지리학도가 유랑의 전환점을 맞이한 대륙, 아프리카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2013년 3개월간의 봉사 여행이었던 케냐는 인생의 전환점이 됩니다. 케냐의 자연과 사람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프리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편견과 오해의 위험성을 가르쳐준 시간이 되었습니다. 

 

 

 

2015년 사하라 이남 동남부 아프리카를 유랑하며 지리적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띄게 됩니다. 한국으로 전해지는 아프리카 정보의 공간적, 시간적 편협성을 줄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리적 다양성과 역동적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동남부 아프리카 11개국을 유랑하며 새로운 아프리카 콘텐츠를 마련합니다. 

 

 

 

가난, 전쟁, 위험, 질병을 떠올리는 아프리카. 일반화 오류와 부정적 이미지가 큰 아프리카.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아프리카의 전부일 거라고 믿어 왔고, 수많은 문제 해결의 장애물인 무관심이라는 형태로 아프리카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리학도 청년 손휘주 저자는 아프리카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지리학도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동남부 아프리카> 책입니다.

 

 

 

지표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공간적인 시각에서 연구하는 과학이자 수많은 주제로 특정 지역을 분석하는 공간의 학문인 지리학.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세상살이 연구가 됩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었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게다가 아프리카 여행기는 자연 풍경 위주로만 봤었기에 <동남부 아프리카>에서 알려주는 아프리카의 자연지리, 인문지리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신선했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사막이 떠오르는데 사막만 있는 게 아니라 강, 초원, 폭포, 화산 등 다양하고 역동적인 환경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자연 앞에 카메라 렌즈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의 장관 앞에 서면 어떻게 '그대로' 담을지 고민한다는 손휘주 저자.

 

 

 

열한 개의 언어를 공식어로 인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인문지리적으로는 12억 인구의 수천 개 부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대륙이었어요. 아랍의 흔적, 식민 시절의 흔적, 외국인 관광객의 흔적이 혼재되어 아프리카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을 고집한 탓에 다사다난한 버스 여행은 아프리카 현지인들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도시나 마을을 둘러보는 기회가 되며 유랑을 풍성하게 하기도 합니다. 지리 이야기에는 사람이 빠질 수 없고,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를 자연지리적·인문지리적으로 살펴보는 지리 포토 에세이 <동남부 아프리카>. 청춘을 아프리카에 쏟은 저자의 메시지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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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메신저 - 당신의 경험이 돈이 되는 순간이 온다
브렌든 버처드 지음, 위선주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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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가 되라> 절판 후 입소문만으로 퍼져나가 1인 사업가들의 경전으로 자리 잡은 책,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필독서 <백만장자 메신저>.

 

출간 당시만 해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지라 콘텐츠 사업에 관한한 선구자격이었던 브렌든 버처드. 이미 이 책에 동영상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실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조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블로그 및 소셜미디어,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에 기본 이론과 실무 모두를 담고 있는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백만장자 메신저>의 메신저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메시지로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파는 1인 기업가입니다. 지식노동자 개념과는 다릅니다.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통 사람들. 누구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거액의 사업 자금과 직원 없이 메신저가 됐을 뿐만 아니라 메신저가 되도록 돕는 메신저가 된 브렌든 버처드 저자. 사고를 당한 후 제2의 인생이라는 골든티켓을 받고서 인생을 변화시키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겁니다.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자주 묻는 '그것'이 바로 콘텐츠입니다. 보통 사람들도 특정한 주제에 있어 영향력 있는 메신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메신저들도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스스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대가를 받는 메신저의 세계. 의미 있는 삶과 물질적인 만족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작가, 강사, 세미나 진행자, 코치, 컨설턴트, 온라인 마케터 등 여러 분야를 관통해 일합니다. 어떻게 내 경험과 지식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다양한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메신저 사업의 진입 장벽도 무너졌습니다. <백만장자 메신저>에서는 다양한 메신저 유형을 소개한 후 나만의 특화된 주제를 찾고 타깃층을 선택하고 나만의 스토리를 펼쳐 나가는 방법 등 메신저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실전 노하우를 짚어줍니다.

 

 

 

야망, 지식, 기술, 재능, 능력, 자원, 노력의 정도가 모두 다르지만 <백만장자 메신저>의 로드맵은 메신저 산업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동영상 촬영, 편집 기술을 익히고 광고 문안 작성, 상품개발, 설득 기술, 그래픽 디자인, 글쓰기, 소셜미디어 관리 등 실무기술을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장기적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내 일의 통제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 자신과 콘텐츠를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한 포지셔닝에 관한 이야기는 나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와 맞물립니다.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의 롤모델이며, 건강을 유지하고 넘치는 에너지로 모범을 보여야 함을 잊지 말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일이 늘어나면서 힘들어 죽겠다 하며 깨갱거리기는 요즘 저도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었어요.

 

 

 

차별화, 가치,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성공 여부가 달린 사고방식과 태도 등 기본에 대한 조언에서는 무엇보다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요.

 

<백만장자 메신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나누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필요한 남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 영혼이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입니다. 타이밍 좋게도 딱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 싶었어요.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이제부터라도 메시지와 의미, 수입이 멋지게 공존하는 삶을 향해 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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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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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드시 읽게 만드는 카피, 온라인 편집숍 29CM스러운 글을 쓰는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글쓰기 책 <문장 수집 생활>. 내 얘기 같으면서도 뭔가 남다른 시선이 담긴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공감을 바탕으로 한 '다름'을 담아 카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쓰는 29CM 헤드 카피라이터에게 그 비법을 들어봅니다.

 

29CM을 가끔 들러보는데 똑같은 제품도 얼마든지 다르게 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카피가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랍니다.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의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의미겠지요. 사소하게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경험은 잘 드러내지 않기에 그 포인트를 짚어주는 게 바로 공감입니다. 포장이 아닌 솔직함이 관건인 거죠.

 

구매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카피.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건드려 줍니다. 그걸 얻기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을 발견해내는 세심한 묘사가 담긴 소설과 에세이가 제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소설 속 공감되는 문장에 그은 밑줄이 어떻게 카피에 응용되는지 <문장 수집 생활>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에 나오는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다고 하잖아" 문장을 보고 쓰레기통이 떠오르나요? 이 문장은 29CM의 30만 원이 넘는 고가 쓰레기통의 카피에 응용됩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통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카피를 건져올립니다.

 

마스다 미리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에서 얻은 향수 냄새와 관련한 문장은 향수 카피에, 홍희정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의 청소 문장은 냉장고 청소 제품 카피에 쓰였습니다. 

 

문학 작품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나만의 것으로 탄생시킨 저자의 기술은 그저 얻어걸린 게 아닙니다. 어딘가 써먹고 싶은 게 읽는 사람의 본능이라는데, 거기서 조금 비틀어 생각해 열일한 카피라이터. 업무 시작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타이핑 필사를 꾸준히 하며, 모방은 글쓰기의 가장 좋은 기초 훈련이란 것을 몸소 실천해왔습니다.

 

 

 

문장을 수집해 카피로 바꾸는 과정을 하나씩 읽다 보면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느니 다르게 생각하라는 추상적인 말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이불 기획전, 겨울 침구 대방출 같은 흔한 표현은 식상합니다. 파는 사람 입장 대신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며 고민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문장 수집 생활>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쓰고, 다르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 일반인의 글쓰기 훈련으로도 도움 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습관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고민 없이 쉽게 써버리는 글에서 해방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

 

 

 

책 편집이 재미있어요. 책을 뒤집으면 뒤쪽에서부터 새로운 주제의 글이 시작합니다. 좋은 카피란 무엇인지, 문장 습관 점검하기,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고급 기술까지 카피라이터가 말하는 뭔가 다른 카피의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독서하며 나만의 비밀병기를 만드는 <문장 수집 생활>.

독서의 효용을 이처럼 실용적으로 잘 보여주다니! 카피라이팅 아이디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는 소설과 에세이. 지금까진 스토리에 집중하며 소설을 읽었는데 그동안 작가들의 표현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읽어왔다는 데서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어요.

 

공감 포인트를 짚어주는 제목, 문장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문학 작품의 공감 문장을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하나 달아주는 책입니다. 이제 다들 문장 수집가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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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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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의 유망주 정해연 작가의 신간도서 <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작가의 <악의-죽은 자의 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는데 이번 책은 더 마음에 듭니다. 중국과 태국에서 출간되었고 일본에서는 웹툰으로 제작 예정이라는 <더블>도 읽어봐야겠어요. 유쾌한 감각이 돋보인 코지 미스터리 소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의 작가이기도 하죠.


<지금 죽으러 갑니다>는 집단 자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자살을 꿈꿀 만큼 현실이 괴로운 이들의 모이는 인터넷 카페 '더 헤븐'. 이곳에서 만난 다섯 명이 동반 자살을 위해 산속으로 향하는데, 이들 중 한 명은 살인마?!


 

 


 

 

자신을 존재하게 한 부모가 밀어 넣은 번개탄 가스에 살아남은 태성. 스물다섯 살에 기억을 몽땅 잃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로 살아갈 의지가 없는 그는 자살 시도를 하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그러다 알게 된 '더 헤븐'.

 

카페 운영자 한동준의 제안으로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그들. 제각각의 이유로 삶을 버리려고 합니다. 왕따, 성폭행, 인생의 낙오자로서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들입니다.

 

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뭔가 가벼워 보이는 이도 있습니다. 부잣집 아들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고통이 있겠거니 싶은 운영자 한동준의 제안으로 며칠간 행복하게 보상받으며 별장에서 지낸 후 죽음을 맞이하기로 합의합니다. 각자 어떤 죽음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유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지내며 태성은 잃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는데 그 기억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식이었던 태성. 집안이 기울어지자 죽음의 길로 아들을 데리고 갈 계획을 우연히 엿듣게 된 태성은 이번만큼이라도 부모의 결정에 수긍하며 죽어주려고 했지만, 결국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정신을 잃기 직전 탈출해 살아남은 거였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온전히 찾게 되면서 이상한 의문이 생기는데, 바로 형의 존재입니다. 형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한편 별장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물량 공세를 펴는 한동준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쾌락 살인마라는 거였죠. 집단 자살 사건을 몇 차례 통솔하며 유일하게 살아남아온 한동준. 이번 동반 자살 역시 그의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건만 이탈자가 생겨버림으로써 그의 숨겨진 모습이 일찌감치 드러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먼저 자살해버린 사람이 있지 않나, 자살을 한다고 동참했지만 실은 자료 조사 차원에서 동참한 작가가 있기도, 며칠 지내다 보니 갑자기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게 드러낸 한동준의 본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자 앞에서는 살고 싶다는 본능이 더 짙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죽음을 꿈꿨고 어차피 죽으려고 했던 그들이지만 그런 식으로 잔혹하게 죽기는 싫었습니다.


 


 

 


이 사건을 감지하고 수사하는 형사가 있지만 과연 태성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이미 소설 중반도 되기 전에 한동준의 괴물 같은 모습이 빠르게 드러나면서, 남은 분량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죽고 싶은 자, 살고 싶은 자, 죽이려는 자의 게임이 되어버린 상황. 권선징악 따위는 없을뿐더러 숨겨진 악의에 관한 만큼은 정해연 작가가 정말 잘 다룬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독성 뛰어난 흡인력을 자랑하며 이번에는 잔혹한 묘사로 찾아온 스릴러 소설 <지금 죽으러 갑니다>. 자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당사자와 관찰자 입장 모두를 다루는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도 눈치 못 챈 악의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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