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반드시 읽게 만드는 카피, 온라인 편집숍 29CM스러운 글을 쓰는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글쓰기 책 <문장 수집 생활>. 내 얘기 같으면서도 뭔가 남다른 시선이 담긴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공감을 바탕으로 한 '다름'을 담아 카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쓰는 29CM 헤드 카피라이터에게 그 비법을 들어봅니다.

 

29CM을 가끔 들러보는데 똑같은 제품도 얼마든지 다르게 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카피가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랍니다.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의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의미겠지요. 사소하게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경험은 잘 드러내지 않기에 그 포인트를 짚어주는 게 바로 공감입니다. 포장이 아닌 솔직함이 관건인 거죠.

 

구매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카피.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건드려 줍니다. 그걸 얻기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을 발견해내는 세심한 묘사가 담긴 소설과 에세이가 제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소설 속 공감되는 문장에 그은 밑줄이 어떻게 카피에 응용되는지 <문장 수집 생활>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에 나오는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다고 하잖아" 문장을 보고 쓰레기통이 떠오르나요? 이 문장은 29CM의 30만 원이 넘는 고가 쓰레기통의 카피에 응용됩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통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카피를 건져올립니다.

 

마스다 미리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에서 얻은 향수 냄새와 관련한 문장은 향수 카피에, 홍희정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의 청소 문장은 냉장고 청소 제품 카피에 쓰였습니다. 

 

문학 작품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나만의 것으로 탄생시킨 저자의 기술은 그저 얻어걸린 게 아닙니다. 어딘가 써먹고 싶은 게 읽는 사람의 본능이라는데, 거기서 조금 비틀어 생각해 열일한 카피라이터. 업무 시작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타이핑 필사를 꾸준히 하며, 모방은 글쓰기의 가장 좋은 기초 훈련이란 것을 몸소 실천해왔습니다.

 

 

 

문장을 수집해 카피로 바꾸는 과정을 하나씩 읽다 보면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느니 다르게 생각하라는 추상적인 말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이불 기획전, 겨울 침구 대방출 같은 흔한 표현은 식상합니다. 파는 사람 입장 대신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며 고민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문장 수집 생활>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쓰고, 다르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 일반인의 글쓰기 훈련으로도 도움 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습관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고민 없이 쉽게 써버리는 글에서 해방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

 

 

 

책 편집이 재미있어요. 책을 뒤집으면 뒤쪽에서부터 새로운 주제의 글이 시작합니다. 좋은 카피란 무엇인지, 문장 습관 점검하기,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고급 기술까지 카피라이터가 말하는 뭔가 다른 카피의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독서하며 나만의 비밀병기를 만드는 <문장 수집 생활>.

독서의 효용을 이처럼 실용적으로 잘 보여주다니! 카피라이팅 아이디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는 소설과 에세이. 지금까진 스토리에 집중하며 소설을 읽었는데 그동안 작가들의 표현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읽어왔다는 데서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어요.

 

공감 포인트를 짚어주는 제목, 문장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문학 작품의 공감 문장을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하나 달아주는 책입니다. 이제 다들 문장 수집가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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