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실험실 -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
중앙일보 밀실팀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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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년 초 중앙일보에 입사한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밀착 취재하며 연재한 '밀레니얼 실험실'. 그 글을 다듬고 보강한 책 <밀레니얼 실험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9년 여름. 경험도, 지식도, 인맥도 부족했던 입사 1~2년 차 기자들이 모여 평범한 20대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보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돈이 되는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밀실팀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밀레니얼들의 현주소를 담아냅니다.


꿀알바로 소문난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는 20~30대들. 일반적인 임상시험보다는 안전한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출시하기 전 진행하는 의무 임상시험입니다. 건장한 청년도 이틀간 수십 차례 채혈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을 돈벌이에 기꺼이 내놓는 현실에 씁쓸해지지만, 그곳으로 공시생, 주말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취준생들이 몰려듭니다. 코시국이라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먹먹해지기만 합니다. 요즘 시대에 굶는 청년들이 많다니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 줄로만 알았습니다. 요즘 배 곪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합니다. 돈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밥을 안 먹는 것이고, 매 끼니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서울에 두 군데 있다는데, 그곳에는 매일 100명 이상이 몰려듭니다.


장례지도학과가 개설된 학교가 늘어난 것처럼 20대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0대들의 관심과 사회의 관심은 다릅니다.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폐쇄적인 장례 문화 속에서 여전히 편견이 있는 직업군입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일하는 타투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화임에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짚어줍니다.


주체적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하는 학식, 급식의 현실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SNS에서는 개말라가 될 친구를 구하는 1020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거식증을 옹호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겁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을 안기는 사회 속에서 몸무게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입니다. 마른 몸을 끊임없이 노출하며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국평오라는 말을 아시나요. 국민의 평균 수능 등급은 5등급의 줄임말인데 국민 전체를 향한 표현입니다. 지역주의, 학벌주의 사회로 인한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편가르기를 일삼으며 소통이 부족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치솟는 집값을 보며 느끼는 불안과 좌절은 청년들을 부동산 공부로 이끕니다. 영끌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은 그나마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고 영끌조차 남의 이야기인 경우가 현실입니다.


지금의 한국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마주해야 할 이슈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20대 여성들의 탈연애 경향이 높아짐에 비해 20대 남성들은 고민해 볼 필요조차 느낀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젠더 갈등은 20대 성별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밀레니얼 실험실>에서는 왜 밀레니얼 세대가 82년생 김지영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성중립 화장실이 대학에 처음 설치되었다는 뉴스가 화제입니다. 장애 유무나 남성과 여성처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모두의 화장실입니다. 트랜스젠더 이슈는 물론이고 <밀레니얼 실험실>에 등장한 모든 이슈들이 구체적으로 사회에 편입되어 현실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고 앞에서 아이 낳고 살림할 희생종을 구한다는 현수막을 버젓이 내건 경악할 만한 사건도 벌어졌지요. 여성에 대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합계 출산율은 0.84명. 출산율이 떨어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발 벗고 소개팅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당부하는 사회자의 말이 "이 자리에서 애를 낳아줄 여자를 찾으면 큰일 납니다."였는데 이 말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이 기괴합니다. 여성을 희생종으로 여기는 사고가 팽배했던 시대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겁니다. 미혼남녀 단체 소개팅 자체가 부정적이진 않지만, 지자체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한국 사회의 비혼, 만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빠들의 육아는 방송과 현실이 무척 다르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싱글대디와는 다른 미혼부 사례는 출생신고부터 아이 엄마의 협조가 없으면 가로막히기 때문에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최근에야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소송을 거쳐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을 정상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인식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짚어줍니다.


한창 좋을 때여야 하는 20대. 왜 그들은 피를 뽑고, 굶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야 하는 걸까요. 그들도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취준생 83.1퍼센트가 식비 부담 때문에 하루 한 끼 이상 굶는다는 리서치 결과가 나왔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나 연구에서 굶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외되어 있습니다. 청년 빈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고, 사지 멀쩡한데 왜 일을 안 하냐는 식의 이야기가 난무할 뿐입니다. 굶는 청년들이 수면권과 문화활동 보장이 될 리도 없습니다.


젠더, 가족, 비건, 종교, 취업, 라이프스타일 등 요즘 시대,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을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으로 직접 들려주는 <밀레니얼 실험실>.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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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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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의 비움 작가의 다재다능한 빛깔을 만날 수 있는 시화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 미니멀리스트이면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비움 작가만의 감성이 듬뿍 담긴 매력적인 시집입니다.


사랑, 이별, 가족 그리고 삶을 때로는 생생한 표현으로 때로는 보일 듯 말 듯 함축된 은유로 포장하며 이야기하는 <나도 옛날엔 그랬어>. '뭘 해도 좋았고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았다'는 시절의 사랑을 그린 시는 순식간에 시간여행에 빠져들게 하는 설렘을 안겨줍니다.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웠던 시절, 이유 없이 좋았던 사람이 있었던 시절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건져올립니다. 하지만 이별의 진통을 겪는 애틋한 감정이 이내 이어집니다. 유독 이별 노래를 좋아해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의 시에는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슬며시 배어있습니다.


부산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담담히 숨을 고르기도 합니다. 영혼을 다듬고 만지는 시간입니다. 그의 시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서 비움에 대한 시작점도 마주하게 됩니다. '비우는 건 살점을 파내는 기분'이라지만 응어리를 추려 빼내는 것과도 같습니다. '욕정을 켜켜이 새겨 너의 안에 숨겨 두었다.'는 문장처럼 비움은 존재하는 사물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선명함과 개운함으로 이어지는데 필요한 여정입니다.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은 다 좋아 보이고 남의 생각은 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내 것은 마땅찮습니다. '나의 눈엔 쓰레기 남의 눈엔 그럴 듯'하다는 냉담한 반응을 내리기도 합니다. <나도 옛날엔 그랬어>에 수록된 시와 그림에는 야박한 평가를 내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한국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해 꾸준히 시를 연재해온 비움 작가. 그저 좋은 문장, 예쁜 말로 다듬어 짧게 쓰면 시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를 배우고 나니 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파야, 슬퍼야, 눈을 가늘게 떠야, 혼자 있을 때 시가 오더라고 합니다. 시가 써지지 않을 때는 잠시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억지로 잊어버린 연인처럼 말이죠. 오만을 버리고 나면 그제서야 슬쩍 돌아오더라고 고백합니다.


어머니와 반려묘 단무의 이야기처럼 가족을 그린 시는 사랑스럽고 뭉클합니다. 자식을 꽃으로 보살핀 어머니에게 한아름 눈물꽃으로만 남게 한 건 아닌지 먹먹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물 흐르듯 쉽게 읽히는 시도 있고 난해한 시도 있다고 밝히는데,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 중에서도 저는 설화 느낌이 물씬 나는 산문시 형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움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소설로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러스트 27화가 곳곳에 자리 잡은 <나도 옛날엔 그랬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비움 작가만의 하모니가 멋지고, 볼거리가 가득해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판형에 표지까지 어여쁘니 휴대하기에도 좋고, 선물하기도 좋은 시집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 축제용으로 학생들이 참여한 시화전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그땐 시를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숙제처럼 여겨져 힘겹게 해치우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시화집이 그 시절의 고달픔도 그리움으로 바꿔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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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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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 관심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뇌과학 교양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원제 Mister Cerveau)>. 80페이지 얇은 분량이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만만찮은 내용이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유머가 담겨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만화가 장이브 뒤우는 이 책에서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직관적으로 구현한 만화로 뇌 탐험을 나섭니다. 미스터 브레인이라는 캐릭터가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요. 호두를 닮은 뇌로만 생각했다가 웅크리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싸하더라고요. 주름을 펴고 일어난 미스터 브레인과 함께 평균 1.36킬로그램의 뇌 곳곳을 누벼봅니다.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뇌의 기본적인 특징, 뉴런,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뇌-기계 인터페이스, 각종 뇌 질환, 역사적으로 유명한 뇌 등 뇌의 구조와 기능, 뇌 연구사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 보입니다.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책임지는 뇌. 한 부분만 이상이 생겨도 문제가 생깁니다.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생각'은 뇌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폭풍우가 지나가는 듯한 반짝임들이 슈슉! 활성화된 뉴런들이 전류를 일으키는 장면을 만화로 표현한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뉴런은 신경계의 기본 세포로 약 천억 개가 있습니다. 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뉴런은 뇌의 전체 세포들 중 일부일 뿐이라고 합니다. 심장, 위, 장 등 몸 곳곳에 뉴런이 있다고 합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한 세포인 겁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다섯 감각으로부터 받은 정보와 연결되는 뉴런입니다. 신경세포는 피가 운반한 포도당과 산소를 먹고살기에 10초 동안 공기가 부족하면 뇌는 기절한다고 해요. 그렇게 몇 분이 지속되면 사망에 이릅니다.


우리 뇌는 MRI를 통해 활성역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요,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구역이 활성화된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얼굴 인식 구역과 형태 인식 구역이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감정, 기억, 습관, 학습 등이 함께 작용해서 내가 보는 것을 정한다고 합니다.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기도 합니다. 감각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도면 등으로 기억을 떠올립니다. 기억 정보를 담고 있는 해마가 잘 훈련되면 런던 택시기사들의 해마다 평균보다 커지는 것처럼 뇌 근육도 단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GPS에만 의존하다 보니 해마 기능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처럼 뇌는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역동적인 기관입니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르지요. 기억력은 가소성에서 비롯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시냅스의 연결이 변하고 새로운 연결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순환이 멈추고 영역 간 소통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뇌졸중인 경우 그렇게 됩니다. 시냅스 전달 설명을 할 때에도 도로에서 자동차가 이동하는 비유로 설명하기도 하고, 뉴런의 그림을 통해 시냅스를 통과하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등 다채롭게 전달하고 있어 반복학습이 자연스럽게 되기도 합니다.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전달을 담당하는 화학 배달부인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설명도 이번 기회에 재미있게 배웠습니다.


디폴트 모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요. 몽상하기처럼 거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 같은 멍때리기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보다 몽상할 때 뇌는 양쪽 네트워크가 넓게 활성화된다는 놀라운 사실! 뇌의 모든 영역이 오히려 서로 대화를 하는 겁니다. 자유롭게 산책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기억에 영향 끼치는 특정 질병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근처에 집중해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뇌 건강에 도움 되는 몽상을 적극적으로 해볼까요. 동시에 수면의 중요성도 알려줍니다. 눈을 감으면 뇌파 리듬이 줄어드는데 뇌는 낮 동안 온 힘을 다해 일해서 스스로 수축된 상태이기에 잠을 자면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고 원래 넓이를 되찾는 수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면 근육에 있는 전극들이 그 생각에 반응하고 그 신호를 컴퓨터에 보내고 컴퓨터는 인공 팔다리에 명령 내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뉴런의 활동을 해독하는 여정도 신기했습니다. 의식은 뉴런의 활동에서 비롯된 기능이었던 겁니다.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뇌를 안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놀라운 기능을 하는 뇌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 존재의 소중함도 깊어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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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세계사 가로지르기 5
임정은 지음 / 다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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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 책 <세상을 바꾼 동물>이 tvN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왜에 중점을 둔 역사 읽기를 지향하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은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살펴보며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동물을 이야기합니다.


의사소통을 하고, 도구를 이용하고, 잡식성인 인간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지구는 인간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신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게 됩니다. 동물이라는 말속에 인간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심리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동물>은 인간이 동물과 공존하며 가축화를 시도한 선사시대부터 전염병의 원인이 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짚어보며 인간의 역사에 편입된 동물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극적으로 변환 순간은 가축혁명에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고기 보관소이자 사냥 도우미, 보초, 반려동물로 말이죠. 그런데 모든 동물이 가축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4,000여 종의 포유동물 중 가축화된 동물은 단 10여 종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거였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도 관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수많은 야생동물 중 왜 어떤 것은 가축이 되고 어떤 것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여기에도 해당되는 겁니다. 식성, 성장 속도, 번식, 성격, 공포심, 사회적 구조 같은 조건에 모두 합당해야만 가축화가 되고,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가축이 되지 못합니다.


일단 가축화가 되면 인간은 가축화된 동물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예외 없이 소형화가 진행됩니다. 말은 빨리 달리는 것으로 진화되었고 결국 인류사의 여러 전쟁에 얽혀들어갑니다. 인위적 교배로 개는 수많은 외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돌연변이가 늘어납니다. 유전병이 가장 많은 동물이 개라고 합니다. 


인간은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가 약 0.5%이지만, 개의 조상으로 알려진 늑대는 개와 야생늑대 간의 유전적 차이가 겨우 0.04% 미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된 개는 인간에 대한 사교성이 무척 좋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지만 지능이 저하된 윌리엄스 증후군처럼 말이죠. 사이코패스와 반대인 장애인데, 인간 염색체 7번의 결함 때문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개 염색체 6번 결함이 가져온 결과인 사교적 성질이 결국 유전적 결함이었던 겁니다. 그 결함이 인간에게는 축복이 된 셈입니다.


tvN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방송에서는 수의사 장구 교수님의 목소리로 이 책의 핵심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인류 최초 복제견 스너피를 출산한 심바의 집사였더군요. 복제 배아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심바처럼 동물이 인간의 질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동물의 유전병을 통해 치료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반려동물의 사망이 있었다는 점 등을 짚어주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례를 들려주셨습니다.


쥐와 벼룩,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 때문에 문명이 바뀐 인류사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해로운 동물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쥐가 있습니다. 곡식을 쌓아두면서 인간 생활 근거지로 들어온 쥐는 생쥐, 시궁쥐, 곰쥐가 있는데 그중 곰쥐가 벼룩과 함께 흑사병의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야생설치류에서 전염된 페스트균이 벼룩을 통해 곰쥐에게 전염되는 과정은 무시무시하더군요.


6세기에 퍼진 흑사병은 6시간 만에도 사망에 이르는 높은 치사율을 보였습니다. 14세기의 흑사병은 유럽 인구 1/3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당시 종교적 이유로 고양이를 잡아 죽인 것이 흑사병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하지만, 2009년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의 원인으로 설치류를 사냥한 고양이가 지목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 수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설치류를 사냥한 고양이 때문에 더 확산되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인과관계는 복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축에 서식하는 돌연변이종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 인간과 접촉이 늘어나며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게 됩니다. 페스트,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동물에 의해 유발된 전염병입니다. 여러 종이 함께 어우러지는 지역 특히 비위생적인 동물시장 같은 공간에서는 전염병의 진화, 전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육 방식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질병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광우병입니다. 소 이전에 이미 양들에게 질병이 나타났고, 밍크 농가에도 발병되었다고 합니다. 원인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육골분 사료입니다. 확률은 무척 낮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인간 역시 인간 광우병에 걸립니다. 식인 풍습을 가진 인간에게도 나타나는 쿠루병이라는 질병이 광우병과 같습니다. 한때는 신화적인 차원에서 동물과 인간이 평등한 관계였지만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된 동물. 동물실험, 동물원 등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환경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세상을 바꾼 동물>은 동물과 인간이 함께 한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의 길을 제시합니다. 모든 생명의 주인이고 동물의 존재 이유가 오롯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인간이 다른 동물을 생명의 동반자로 인식할 때 비로소 인간 스스로도 더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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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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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480만 원이 월소득 480만 원으로 바뀌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전작 <오늘부터 돈독하게>의 저자 김얀의 재테크 에세이 <돈독한 트레이닝>. 


생활 밀착형 재테크에 뛰어들어 돈을 번 김얀의 실전 경험과 함께 먼저 길을 걸어본 돈 친구 15인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야말로 실전 트레이닝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기초 재력뿐만 아니라 인생 체력을 쌓는 길도 보여줍니다.​


<돈독한 트레이닝>에서는 김얀 작가가 직접 실천한 주식, 펀드, 코인, 짠테크에 대해 짚어줍니다. 뭣도 모른 채 주식앱을 깔고선 치과 원장 선생님이 추천하는 대로만 하면서 다음 달 카드값 메꾸느라 홀랑 매도하기 일쑤였던 시절도 겪으며 주식 공부도 스스로 해보게 됩니다. 재미있는 말이 있는데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주식을 하라고 합니다. 돈 쓰면서 계좌에 돈이 있는 셈이니까요.​


따라잡을 수 없는 가격의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부천에서 구입한 집은 셰어하우스로 돌리고 있고, 오피스텔은 공간 임대를 하며 파이프라인을 마련한 김얀 작가. 그러다 월 수익 1,0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재테크의 목적과 인생의 방향을 재정비해 봅니다.​


이 책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위한 파이프라인 개척을 실천한 김얀 작가의 습관과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돈을 써야 아까운 것을 알고, 맛있는 음식 같은 보상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심리를 이용해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나갑니다. 어영부영하는 아침 기상 시간에는 경제신문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눈을 넓혔고, 잠들기 전에 주식과 부동산 관련 유튜브를 하나씩 보고 자는 습관을 들입니다. 셀프 브랜딩에도 노력하고, 인간관계에도 변화를 주게 됩니다. 돈에 대한 관심과 매일 읽는 경제신문 덕분에 대화의 폭이 넓어졌음을 느끼게 되니 돈과 예술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합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돈의 효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김얀 작가. 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속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이제 옛말이죠.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 돈을 갖게 되었을 때 뭘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열심히 돈 벌 궁리를 했고, 빠른 실행력으로 도전한 김얀 작가의 마인드와 태도가 돋보입니다.


<돈독한 트레이닝>의 메인과도 같은 내용은 돈터뷰 파트입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돈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액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주식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치과 원장 선생님이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셔서 왠지 반갑네요. 김얀 작가의 멘토이기도 한 그분의 돈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 외에도 돈을 경멸한 평범한 연봉의 10년 차 직장인이 어떤 방법으로 37억 자산가가 되었는지, 사이드잡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책을 파는 직장인의 노하우, 원룸 건물주 경험이 있지만 다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안경사의 재테크론, 흑자를 내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매출의 파이프라인 노하우 등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 놓인 이들의 재테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처럼 김얀 작가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부를 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만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가득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금융 체질을 개선하도록 도와주는 <돈독한 트레이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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