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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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방영 예정인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가제)>의 캐스팅 소식을 보며 이 책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다룬 소설 <고려거란전기>가 드라마의 원작인데요. 원작자 길승수 작가의 역사인문서 <고려거란전쟁>은 드라마의 배경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생생한 대사와 애니메이션 느낌의 삽화가 자칫 딱딱하게 읽힐 수 있는 역사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소설처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중간에 손에서 놓지를 못할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고려-거란 전쟁에 대해 사실 잘 모르고 있었어요. 드라마 캐스팅을 보면서 강감찬 장군이 나오는 시대라는 걸 알았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난이도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림과 사진 자료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이해도가 쑥쑥 올라갑니다. 이토록 친절한 역사인문서라니요. 고려사가 낯선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저처럼 사극으로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렇게 관련 책도 꼭 찾아보세요. 이번에는 드라마보다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배경지식 덕분에 드라마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고려거란전쟁은 한두 차례 반짝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993년 1차 침공부터 1018년 구주대첩(귀주대첩이라고 불러왔지만 이 책에서는 지명을 구주로 통일합니다)을 거쳐 1023년 7차 침공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고려거란전쟁>에서는 거란과 고려의 당시 상황을 짚어보며 전쟁의 배경과 양상을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이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기도 합니다.


고구려를 계승해 고려를 세운 왕건. 왕건은 북방개척 의지가 높았습니다. 특히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과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왕건의 사망 후 아들과 손자가 왕위에 오르며 태조 왕건의 유지를 이어받아갑니다. 거란은 만리장성 북쪽의 거란족에서 강력한 왕이 등장해 주변 부족을 정복하며 당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떠올랐습니다. 몸이 약한 경종을 대신하고 어린 아들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사실상 거란을 지배한 거란의 여결 승천황태후는 거란의 최전성기를 열었습니다.


조선과는 확연히 다른 고려인 특유의 복장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모자가 있습니다. 왕건의 손자인 성종이 고려를 모자의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10세 이상의 남자는 모두 모자를 쓰고 다니도록 법으로 정했을 정도입니다. 성종 때 고려는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합니다.






이 시기 활약한 인물 중 '서희'는 고려거란전쟁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인데요.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를 침공하자(993년), 서희가 담판을 벌여 소손녕을 설득해서 물러가게 했다."라는 기록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그 실체를 알면 깔끔한 담판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큰 위기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이후 성종과 서희, 소손녕, 승천황태후까지 사망하면서 고려와 거란의 관계는 다시 알 수가 없어졌지만요.


이후 고려사에서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강조의 정변에 의해 목종에서 현종으로 왕의 자리가 단숨에 바뀝니다. 간단히 언급했지만 책에서는 꽤 비중 있게 등장하는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강조의 정변을 빌미로 거란이 고려를 침공하거든요. 거란은 강조 덕분에 전쟁의 명분을 건져올린 겁니다. "고려에서 강조가 그 왕을 살해하고 왕순을 왕위에 올렸으니 이것은 대역죄이다. 곧 군대를 출동시켜 그 죄를 물을 것이다!"라면서 말이죠.


이때 거란 황제는 승천황태후의 아들 야율융서입니다. 직접 고려 정벌에 나서며 친정을 합니다. 그리고 초반에 강조를 잡아 처형하기에 이르니 그들의 명분은 달성한 셈입니다. 하지만 회군하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고려는 성을 많이 뺏겼습니다. 패배의 연속입니다. 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신하들이 즐비합니다. 다행히 그 와중에도 충신은 있었습니다. 흥화진의 수장 양규는 7백여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달려와 겨우 1,700명 정도의 고려군으로 6천 명이 지키던 곽주성을 탈환하기도 합니다.


거란군이 고려의 도읍지 개경으로 남하하기에 이르자 현종은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조선 병자호란 삼전도 굴욕이 일찌감치 나올 뻔했습니다. 신하들은 항복하자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평범한 관료에 불과했던 한 신하가 항전을 주장합니다. 일단 피난을 간 다음에 서서히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죠. 바로 강감찬입니다. 그렇게 현종은 두 왕후와 몽진을 하고 개경에서 나주까지 먼 길을 떠납니다. 이때 현종을 극진히 보필한 이는 지채문입니다. 이 인물도 드라마에 등장하면 눈여겨봐야겠습니다.


거란군은 한강을 넘지 못해 되돌아갔습니다. 이때 개경의 궁궐을 불태웁니다. 온갖 자료와 보물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고려 초기 기록이 부실하다고 합니다. 회군하는 거란군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수 없지요. 다시 한번 양규가 등장합니다. 양규와 김숙홍은 포로 구출을 최우선 목표로 회군하는 거란군과 전투를 벌이며 3만에 달하는 포로를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강감찬은 이번 일을 계기로 현종의 신뢰를 받게 되고 이후 군대 지휘관을 맡으며 1018년엔 상원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부원수 강민첨을 비롯해 젊은 관료들을 지휘부로 구성하며 끈질긴 거란의 침공을 막아냅니다. 이때의 전투가 살수대첩, 한산대첩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대첩으로 알려진 구주대첩입니다.


당시 강감찬의 전술과 거란군의 전술 모두 기막힐 정도로 대단하더라고요. 거란군 본진은 우회 전략을 대담하게 쓰며 모든 성을 무시하고 개경을 향해 달립니다. 거란군을 뒤쫓던 고려군이 먼저 도착하지 않는 한 개경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그 절묘한 전술을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관용의 정신을 펼친 현종도 대단한 인물이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강감찬 역에는 최수종 배우가 캐스팅 확정되었는데 역사 기록과는 상반되는 비주얼이긴 합니다. 고려사 공식 기록에 강감찬은 "체구가 작은 데다가 얼굴이 못 생겼으며..."라고 적을 정도로 생김새가 흉했나 봅니다.


조선사와 관련해서는 대중을 위한 교양서적이 많지만 고려사는 이번 기회에 처음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양규의 에피소드가 마음을 두드려 양규 역에 캐스팅된 지승현 배우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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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포켓 가이드북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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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직접 순례길을 걸을 때 필요한 슬림한 분량의 <곧바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포켓>. 실제 여행자를 위한 이런 포켓북 정말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여행자에서 순례자의 시간으로 들어서게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경쟁을 하며 걷는 길이 아니라  같이 걷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깊은 사유를 하며  삶의 원동력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이 책은 생 장 피드포트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에 이르는 길을 33일 동안 걸을 수 있도록 안배한 가이드북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을 걷는 여행자라면 일반책을 보며 전체적인 흐름과 정보를 잘 취합하고, 여행배낭에는 포켓북을 챙겨가세요. 일반책의 핵심과 알짜배기 팁은 그대로 수록되어 있어요. 중간중간 사진 비율이나 지역 세부정보는 덜어냈기에 분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스케쥴러와 기록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게 은근 유용하네요. 현지에서 다른 노트를 꺼낼 이유가 없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세부 코스 중 특별히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이곳에 기록해두고 이 책만 들고 떠나면 편리할 것 같습니다.


나만의 순례길이 이 책 한 권에 쏙 담길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숲길, 포도밭, 강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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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홀리데이 - 2023-2024 최신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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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휴가를 만들어줄 홀리데이 여행가이드북. 일본 홋카이도로 떠나봅니다. 일본 북쪽에 위치해 추운 곳, 설원의 겨울 여행지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홋카이도 홀리데이를 보며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여행에 대한 핵심 정보부터 콕콕 짚어주니 홋카이도로 처음 떠나는 여행자라면 뭘 보고 뭘 먹어야 할지 전반적인 흐름을 머릿속에 새기는 데 도움 됩니다. 다양한 여행 컨셉별 추천코스를 소개하고 있어 설국여행, 꽃여행, 탐험여행, 미식여행, 온천여행, 기차여행 등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영화와 CF에 등장하는 설경의 장소를 만나려면 겨울 여행을, 보랏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라벤더 밭과 푸르른 원시 자연의 향기를 누리려면 여름 여행을 떠나세요.


후지산에 올라 산의 높이를 말하지 말고, 다이세츠잔에 올라 산의 크기를 말하지 말라는 말처럼 최대 넓이의 국립공원 다이세츠잔도 눈길을 끕니다. 등산객을 위해 그곳 기후에 맞는 복장까지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어 로컬 푸드를 꼭 맛봐야 합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와 맛집 정보가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홋카이도 젤라또와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라멘 정보가 나오길래 그냥 넘어갈 뻔했는데, 홋카이도에는 오래된 라멘 골목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삿포로 미소라멘을 포함해 홋카이도 3대 라멘을 놓치면 안 되겠네요. 홋카이도 숙소도 전통 숙소 료칸, 리조트호텔, 디자인호텔, 비즈니스호텔, 펜션 등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 지역별로 세밀한 정보가 이어집니다. 홋카이도는 남한 면적의 80%에 해당할 정도로 무척 넓은 곳이어서 한 번으로 모든 곳을 클리어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지역별 정보를 미리 잘 알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겨울왕국 삿포로, 옛 모습을 간직한 오타루, 온천 여행하기 좋은 도야&노보리베츠, 꽃향기에 푹 빠질 수 있는 후라노&비에이, 원시의 홋카이도를 간직한 다이세츠잔의 관문 아사히카와, 먹거리로 유명한 오비히로, 고풍스러운 옛 건축물이 많은 하코다테,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구시로, 겨울 얼음바다와 여름 에코투어 코스로 유명한 아바시리&시레토코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시마다 쇼핑, 음식점, 관광지 등을 포함한 1일 추천 코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정 상 숙소는 어디에 정하면 편리한지 시내 교통편을 포함해 세심하게 알려줍니다.


유빙을 먼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홋카이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유빙선을 직접 타고 얼음바다를 헤쳐나가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어요. 기후 위기로 유빙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니 마음이 바빠집니다. 홋카이도 홀리데이에 오호츠크해 유빙관광 정보가 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마음까지 힐링 되는 온천 패키지도 눈에 들어오네요.


초보자도 헤매지 않도록 항공권 예매부터 스케줄과 예산 짜기 노하우, 공항에서 시내와 주요 관광 포인트로 이동하는 법 등 꼼꼼하게 정리된 홋카이도 교통 정보가 도움 됩니다. 맵북이 따로 있어 휴대성도 좋습니다. 일본 대표 힐링 여행지 홋카이도. 라벤더와 설국의 색다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북쪽 나라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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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미정.백진수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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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심부와 근교 여행의 모든 것 <도쿄 셀프트래블>. 도쿄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도쿄와 근교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2박 3일부터 5박 6일까지 일정별, 콘셉트별 도쿄 여행 추천 코스를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가이드북을 본 효과는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도쿄가 처음이 아닌 여행자이든 처음인 여행자이든 가족여행이든 혼자여행이든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미식 천국 도쿄에서 먹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습니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장소라든지 백년 맛집,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과 휴식 취하기 좋은 카페를 고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 숙소 등 베스트 스폿을 따라가면 수월하게 스케줄이 완성됩니다.


도쿄 여행 1번지 신주쿠를 시작으로 도쿄 탐방에 나서볼까요. 됴코 여행자의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주쿠와 패션의 거리 시부야, 오타쿠들의 천국 이케부쿠로는 번화가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입니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내는 최첨단 복합문화지역 롯폰기도 끌립니다. 도쿄의 대표 상징물인 도쿄타워와 각종 미술관이 있어 꼭 들러야 할 곳이죠. 고급 주택가들이 몰려 있는 지유가오카는 도심의 복잡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일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에도시대 감성을 품은 옛 번화가 아사쿠사를 추천합니다. 골목골목에 100년 이상의 가게가 가득한 곳입니다. 한편 도쿄타워만큼이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세계 최고의 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도쿄 스카이트리도 이곳에 있습니다.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기치조지가 있습니다. 도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라고 하죠. 이노카시라 공원, 지브리 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 여행한다면 동물원이 있는 우에노, 토이저러스와 레고랜드가 있는 오다이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쿄 메트로가 가지 않는 지역은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도쿄 근교 여행지로는 독특한 감성의 항만도시 요코하마, 에도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가와고에, 데이트 코스로 좋은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섬, 역사 유산이 풍부한 닛코, 온천 휴양지 하코네 등 교통 편과 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꿈과 환상의 세계 도쿄디즈니리조트 때문에 일본으로 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가이드북에서는 사람 많은 인기 관광지에서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초보 해외여행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세심한 입출국 정보까지, <도쿄 셀프트래블>로 알찬 도쿄 여행 준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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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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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분량의 벽돌책이어서 선뜻 도전하지 못하더라도 책 제목만큼은 들어본 바로 그 책! 인류사라는 카테고리를 대중에게 알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1998년 퓰리처상 수상, 서울대 도서관 대출 최장기 1위, 국립중앙도서관 대출 상위 10위 등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현대 고전으로 알려진 인문학 필독서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꾸준히 번역해온 강주헌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 25년 기념 뉴에디션을 만나봅니다. 이번 2023년 한국어판에서는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서문이 수록되어 있어 서울을 자주 찾았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각별한 한국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총 균 쇠> 원서 자체에 한글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한글의 존재를 몰랐던 그가 집필 자료를 읽던 중 한글을 알게 되었고, 이 책에서도 문자 사회에 대한 파트에서 한글이 등장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반목의 역사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국뽕의 기운을 받는 책이지요.


생리학자에서 출발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지리학, 환경사, 문화인류학 등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융합해 <총 균 쇠>에서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인류사를 보여줍니다. 빅히스토리 관점의 역사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총 균 쇠> 덕분에 <사피엔스>를 쓸 용기를 가졌다고 합니다.


오래전 책이어서 한물 간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가 <총 균 쇠>에서 던진 질문은 그 시대만의 고민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질문입니다.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원대한 질문에 답하고자 쓴 <총 균 쇠>. 그 질문의 시발점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식민지 뉴기니가 독립을 앞둔 상황에서 뉴기니인 얄리는 뉴기니인과 유럽 백인의 생활 방식 차이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왜 역사는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되었는가로 질문을 확장합니다. 지난 1만 년 동안 부와 과학기술, 정치조직과 인구 규모 등이 특정 지역에서 훨씬 더 빨리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종 차별적 관점과 유럽 중심 사관으로 답하는 게 정말 최선일까요? 당시엔 그런 관점이 대세였지만, 저자는 종족 간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에 주목합니다. <총 균 쇠>는 그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700만 년 전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때로부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때까지 아주 먼 과거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인류의 초기 진화사를 살펴보며 일부 대륙의 종족이 다른 대륙의 종족들보다 먼저 출발해서 정착하기까지의 차이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줍니다.


이어서 폴리네시아(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분포하는 수천 개 섬들의 총칭) 사회들을 통해 수렵 채집 부족부터 원시 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환경적 요인이 인간 사회의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유럽이 신세계를 식민지로 만들게 된 요인을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유럽인이 총과 가장 지독한 균과 쇠를 갖게 된 이유를 직접적 원인을 찾는 것만으로 끝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궁극적인 원인을 궁금해했습니다. <총 균 쇠>는 농업과 목축의 식량 생산 발전사와 관련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떤 지역은 식량 생산 발전의 전환이 이뤄졌고 어떤 지역은 생태학적으로 적합한데도 전환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 작물화 및 가축화 역사를 통해 해답을 찾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근접 원인들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군사력(총), 전염병(균), 과학기술(쇠), 정치조직 및 문자의 기원과 같은 근접 요인과 궁극 요인 간의 연결을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제국주의 시대에 정복자들의 질병이 원주민을 말살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힌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의 질병은 가축화한 동물의 질병으로부터 진화한 것이었습니다. 농업의 시작이 왜 군중 감염병의 진화를 자극했는지 그 연쇄 작용의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한 갈등 관계로 이루어졌다. 다시 말하면, 농업의 힘을 가진 종족과 가지지 못한 종족, 혹은 농업의 힘을 획득한 시기가 서로 다른 종족들 사이의 충돌은 불평등할 수밖에 없었다." - p145, 총 균 쇠


문자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루는데요. 문자를 차용하고 개선한 사회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조직 및 계층화된 계급을 지닌 사회였다고 합니다. 다른 사회로 교역과 정복, 종교를 통해 문자가 전파됩니다. 이토록 강력한 가치가 있는 문자를 왜 일부 사회에서만 발명되거나 받아들여졌는지 다룹니다. 이 역시 지리와 생태가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문자뿐만이 아닙니다. 사상, 과학기술 역시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무엇이 발전을 가로막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하나의 대륙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는 각기 다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원인들을 두 지역과 대륙에 적용해 비교 연구를 통해 환경의 차이가 문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려줍니다. 동독과 서독, 남한과 북한 사례처럼 지리적 차이가 없더라도 제도의 차이가 국부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제도라는 요인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들 때의 오류를 경계합니다. 좋은 제도는 근접 원인에 불과합니다. 저자는 그보다 더 영향력이 큰 궁극 원인을 찾아내려고 한 겁니다.


저자는 환경 결정론이라는 해법을 내세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환경적 요인조차 일괄적인 게 아니라 대륙마다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걸 짚어줍니다. 게다가 환경과 무관한 문화적 요인의 역할, 개인의 역할까지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세계를 만든 문명이라는 것은 복잡한 제도로 이뤄져 있습니다. 인류사에서 이 복잡한 제도가 모두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거슬러올라가는 <총 균 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의 역사에 대한 책이겠거니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불평등의 근원을 이토록 오래전에 고민했었고, 당시 일반적이었던 인종차별적 관점을 타파하려 애쓴 저자의 혜안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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