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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 한 수, 그림 한 장
김주대 지음 / 현암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페이스북 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김주대 시인의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말이 필요 없어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시는 싫어. 시하고는 안 친해" 했던 분들도 거부감없이 볼 수 있는 시화가 가득합니다.
틀에 박힌 정형의 시라기보다는 좋은 글귀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저 역시 시랑 친하지 않기 때문에 시집은 내 돈 주고 산 기억이 없을 정도인데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런 멋진 시인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겠어요. 글, 그림이 따로국밥이 아니라 혼연일체를 이뤄 이런 것이야말로 시서화답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첫 시화부터 반했어요.
<시작>이라는 제목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했네요. 앞으로 보여드릴 다른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빨간 낙관이 항상 두 개씩 찍혀있어요. 하나는 김주대 시인 이름, 나머지 하나는 한글로 목숨 또는 한자 命 (목숨 명)이 표기된 낙관이더라고요.

『 시인은 풍경을 읽는 자가 아니라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풍경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일 것이다. 』 - p5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에는 김주대 시인의 시화 10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짧은 산문이 덧붙여지거나 별도의 글만 있는 것도 있고요.
화선지와 먹, 붓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여백미 가득한 수묵화 느낌의 그림, 은은한 색채로 여백 없이 채워진 그림 등 다양한 분위기의 그림이 글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듯한 프레임이라고나 할까... 사진 같은 그림도 있더라고요. 뭣보다 글자를 그림처럼 표현한 그림들은 참 기발하고 멋스러웠어요.


진화, 중력파, 특수상대성 같은 물리학 용어의 제목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같은데 이렇게 사용되다니. 이 책의 제목도 그림움은 '광속'을 넘는다며 빛보다 빠른 그리움을 그리고 있군요.
한 자 한 자에 마음을 꾹꾹 담은듯 강한 힘이 느껴지는 글씨체도 볼수록 매력있습니다. 위로가 되는 글, 울컥거리게 만드는 글, 편안한 마음을 안겨주는 글... 내 삶과 주변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요. 감성 포텐 터지는 멋진 글도 한가득입니다.

이 두 편은 특히 기억에 오래 남네요.
풍경이라는 글자를 이용해 그림처럼 느껴지게 하기도, 녹록지 않은 이 삶의 아우성을 담은 물고기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산다는 것은 '나'를 견디는 것(p93)이라는 김주대 시인의 말처럼 내 일상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의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동떨어진 세계를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화를 보면서 이런 관점이 있구나~ 사유의 넓이와 깊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린 세월호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이 먹먹합니다. 그의 바램처럼 살아서 뚜벅뚜벅 돌아온 이는 없어 더욱 목이 메네요.
세월호, 전쟁, 비정규직, 촛불 시위 등... 이 사회에 고하는 묵직한 시화도 종종 나오는데 저는 이렇게 작가들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책에서 다뤄주는 게 참 고맙더라고요. 오래도록 남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 기억 속에서 잊지 않게 해주니까요.
동양미가 보이다가도 서양화 느낌도 등장하고. 평면적이다가도 입체적이고. 부드러움이 있다가도 힘이 넘치는 팔색조 같은 시화를 보며 소중히 어루만질만한 책이다 싶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