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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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로 먼저 나와 입소문 난 책 《피구왕 서영》. 우리가 보고도 모른 척, 괜찮은 척했던 불편한 순간들의 조각들을 다섯 편의 짧은 글로 만날 수 있습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피구왕 서영>은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잦은 이사로 타고난 눈치가 있는 서영은 언제나 적당한 틈을 찾아 잘 파고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새로운 무리에 합류하기까지 긴장과 예민한 탐색이 이어집니다.

 

전학 첫날 친구들과 남아 피구를 하며 놀았고, 반에서 공부 제일 잘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예쁜 친구 집에서 잘 놀다가 온 서영. 엄마에겐 잘 적응하는 딸로 비치겠지만, 실상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아이는 되도록 피하고 왕따도 피하는 게 가장 편안한 생활이라는 걸 아는 서영. 하지만 이번엔 시련이 닥쳤습니다. 하필 짝꿍은 왕따이고, 승부에 목숨 거는 우두머리에게 간택되어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쉽게 즐기는 피구가 이토록 무시무시한 경기일 줄이야.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짝피구 개념도 그동안은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너무나도 익숙하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들이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을까요.

 

<피구왕 서영>은 편을 갈라 물어뜯기 좋은 게임인 피구를 통해 아이들 세계의 질서가 유지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을 테지만, 서영의 목소리로 내는 부분은 조금 과한 부분도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저건 첫 사냥의 성공을 차지하는 우두머리의 눈빛이다.' 같은 표현처럼 애어른 같은 서영의 모습을 부모 입장으로 읽으니 안타까웠어요. 아이답지 못한 생각을 하게 만든 사회의 문제겠지만요.

 

 

 

어른 여자의 상징인 하이힐을 거부하는 여자의 이야기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 예쁨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기준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까만 옷을 입은 여자> 같은 단편소설도 집단 내 평균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을 잘 보여줍니다.

 

 

 

성별 차별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뿌리 깊은 콤플렉스로 작용하는지를 이야기한 <물 건너기 프로젝트>와 신체적이든 정신적으로든 사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알레르기>는 외부적 요인으로 자존감을 잃은 이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사회관계망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혐오와 증오, 편견을 다룬 다섯 이야기들 모두 우리가 한 번쯤 경험했고 방관했던 것들입니다. 희생양 대신 고통 없는 공존을 향한 바람이 간절히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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