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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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열여섯 살 흑인 남자아이가 백인 경찰이 쏜 총에 죽은 사건을 통해 아메리칸 흑인으로서의 삶을 다룬 소설 <당신이 남긴 증오>. 100만 부 돌파하며 2017·2018 2년 연속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타임지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전 세계 30개국 번역 출간 그리고 21세기 폭스 영화화까지. 화제의 소설입니다.

 

 

 

소꿉친구 칼릴과 파티에서 돌아오던 중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된 스타. 아빠가 알려준 지침대로 경찰의 검문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스타와는 달리 칼릴은 짜증이 솟습니다. 딱 열여섯 살 나이만큼의 짜증.

 

차 안에 있는 스타에게 다시 다가가 괜찮냐고 묻는 그때 들려온 총성 세 발. 친구가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된 스타가 이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증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슬럼가를 벗어나 백인 학교에 다니는 스타는 현재 사귀는 남자친구도 백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백인 친구들을 볼 때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게 되죠. 허망하게 죽은 칼릴은 하필 마약을 판 전적이 있어 마약거래상이라는 오명을 안게 됩니다. 칼릴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죽음을 정당화시킵니다.

 

사건 당시 마약이나 총을 소지하지 않았던 칼릴의 무죄를 경찰이 밝혀줄 거라 믿기 힘듭니다. 죽은 게 칼릴 스스로의 탓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경찰과 미디어. 흐지부지하게 수사가 종료되자 시위와 폭동으로 이어집니다.

 

칼릴과 스타가 차 안에서 나눴던 이야기는 그들의 일상과 이 사회를 대변합니다. "당신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분노가 모두를 망가뜨린다. (The Hate U Give Little Infants Fucks Everyday.)"며 흑인의 삶을 담아낸 음악으로 인권운동을 한 투팍 2Pac의 터그 라이프 (THUG LIFE).

 

 

 

<당신이 남긴 분노>는 흑인 대 백인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갱단, 다양한 인종의 학교 친구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그들이 마약을 팔아야 했는지, 돈을 벌 기회가 없는지. 억압받는 취약 계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가 심어준 증오는 칼릴을 알고 지내던 흑인들 또한 그의 죽음을 합리화하도록 내버려 두게 하기도, 폭력으로 분노를 폭발시키게도 합니다. 목격자로서 스타가 겪은 감정들은 얼마나 우리들이 비뚤어진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열여섯 살 평범한 청소년들의 풋풋한 일상에 미소 짓다가도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가 울컥 치솟고, 남의 일이라 치부해버린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감정도 들게 한 감동 소설입니다.

 

침묵하지 않아야 변화하는 사회. 폭력 시위 대신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듯 이 가슴 아픈 문제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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