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라니까요! 문지아이들 59
잔니 로다리 지음, 알렉산드로 산나 그림, 이현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
작년 연말인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선물해준 사람의 안목은 믿지만 왠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았다.
알쏭달쏭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가 나중에 아하, 이런 얘기였어?
하고 감탄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이 확, 달라보이기 시작했던 것은
'소리내어 읽는다'는 그림책의 기본을 실천했을 때였다.
여름 어느께쯤 심심하기도 하고 그림책이 읽고 싶어서
이 책과 야마시타 타로의 <까마귀 소년>을 빼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나름대로 목소리 연기까지 해가며
책을 읽자 이제와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심심하긴 무진장 심심했나보다-_-).
그것은 바로 카타르시스 효과!
이 책은 할아버지가 <빨간모자 아가씨> 이야기를 자꾸 틀리게 해주면
아이가 "아니예요, 빨간모자라니깐요."하면서 이야기를 고쳐주며 진행된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내가 마치 그림책의 주인공 아이인 양
목청을 높여 감정을 싣고 "아니예욧!"을 반복하다 보니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다, 아이는 어른을 닮고 싶어 하는 존재다.
작고 힘없고 모든 게 서투른 아이들은 어른처럼 크고 강하고,
많은 것에 능숙하길 원하지만, 현실 속에선 언제나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그림책에는 '어른처럼 되고 싶다, 어른을 이기고 싶다.'는
아이들의 로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하지만 남보다 잘나보이고 싶은 건 어른도 마찬가지.
"아니예욧."하고 말하며 묘한 쾌감을 느꼈던 건 아마도 현실 속에서
허둥지둥 어리버리하던 내 모습을 보상받고 싶어가 아닐까.


엄마랑 아이랑 같이 소리내어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림책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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