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교보증권 광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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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는 날
--- 임지영

마음을 비우는 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겠지.

이 순간은 언제나 마음을 비우지.

슬픈 마음,
미워하는 마음,
모두 모두 버리지

다시 시작해서
개학식 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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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이고 싶다

- 정유찬


쉼표처럼
휴식을 주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김없이
당신 옆에 찍히는 쉼표

그 쉼표와 함께
당신이 잠시 침묵 하거나
차를 한잔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
생기 있게 다음 줄로
넘어가면 좋겠다

다음 줄로 넘어가
내용을 만들고
지치면 또 쉬다
하루를 마감하는 당신의 일기장엔
마침표가 되어 찍히고 싶다

그리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함께 아침을 맞이하면 행복하겠다

그렇게
쉼표가 되고
마침표가 되어 살다가

우리 황혼의 끝날…

약해지고 늙어진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는

마침표가 아닌
영원한 쉼표로 남고 싶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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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김남주

그래 그랬었다 그는
새벽이면 날이 새기가 무섭게 나를 깨워 재촉했다
―해가 중천에 뜨겠다 어서 일어나 소 띧기러 가거라

그래 그랬었다 그는
지각할까봐 아침밥 먹는 둥 마는 둥 사립문을 나서면 내 뒷통수에 대고 재촉했다
―학교 파하면 핑 와서 소깔 비어라이 길목에서 놀았다만 봐라 다리몽댕이를 분질러 놓을팅게

그래 그랬었다 그는
방금 전에 점심 먹고 낮잠 한숨 붙이려는데 나를 깨워 재촉했다
―해 다 넘어가것다 어서 일어나 나무하러 가거라

그래 그랬었다 그는
저녁먹고 등반불 밑에서 숙제 좀 하고 있으면
벌써 한숨 자고 일어나 재촉했다
―아직 안 자냐 석유 닳아진다 어서 불끄고 잠자거라

그래 그랬었다 그는
소가 아프면 읍내로 약을 지으러 간다 수의사를 부르러간다 허둥지둥바빳으되
배가 아파 내가 죽는 시늉을 하면 건성으로 한 마디 할 뿐이었다
―거시기 뭐냐 뒤안에 가서 물꼬시나무 뿌리 좀 캐서 달여 맥여

그래 그랬었다 그는
공책이란 공책은 다 찢어 담배말이 종이로 태워 버렸고
책이란 책은 다 뜯어 밑씻개로 닦아 버렸다

그래 그랬었다 그는
내가 학교에서 상장을 타오면
이놈의 종이때기는 왜 이리 빳빳하냐면서
담배말이 종이로는 밑씩개로는 못쓰겠다면서
여기저기 구멍난 창구멍을 바르거나 도배지로 벽을 발라버렸다

그래 그랬었다 그는
지푸라기 하나 헛반 데 쓰지 못하게 했다
어쩌다 내가 밥퇴기 한 알 바닥에 떨치면 죽일 듯이 눈알을 부라렸다

그래 그는 머슴이었다
십년 이십년 남의 집 부자집 머슴살이었다
나이 서른에 애꾸눈 각시 하나 얻었으되
그것은 보리 서말에 얹혀 떠맡긴 주인집 딸이었다

그는 내가 커서 어서 어서 커서
면서기 군서기가 되어주기를 바랬다
손에 흙 안 묻히고 뺑돌이의자에 앉아
펜대만 까닥까닥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그는 금판사가 되면 돈을 갈퀴질한다고 늘 부러워했다
금판사가 아니라 검판사라고 내가 고쳐 말해주면
끈내 고집을 꺾지 않고 금판사가 되면 골방에 금싸라기가 그득그득 쌓인다고 했다

그는 죽었다 홧병으로
내가 부자들의 모가지에 칼을 들이대고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되었을 때
그는 죽어가면서 유언을 남겼다 한다
진갤논 일곱 마지기는 둘째놈한테 띠어주라고
성찬이 한 번 보고 죽었으면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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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개와 흔히 비교됩니다.
고양이는 상당히 자주적이고 독자적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고양이는 사냥능력이 있더라구요. 배고프면 쥐 잡아 먹고 개구리 잡아먹고 새도 잡아먹고.....주인 눈치를 안 살피고 지멋대로 삽니다. 새끼를 낳아 놓고 주인이 거기를 자주 쳐다보거나 다른 동물이 쳐다보면 새끼를 다른 곳으로 옮기죠, 한마리씩 한마리씩....물어서...아무도 모르게.
[개시끼]는 내 경험으로 보자면 주인한테 비굴하기 짝이없슴. 왜냐면 내가 발로 수없이 걷어차도 "헥헥"거리면서 혀를 내밀고 꼬리를 치면서 계속 달라붙더란 말입니다. 밥을 안주면 집을 뛰쳐나가 들개가 되지만 곧 굶어죽더라 이말입니다. 사냥능력이 "꽝"이어서 비굴할 수 밖에 없더라 이겁니다. 개시끼......
그래서 고양이는 늘상 늘어져 있죠. 자기가 필요할때 즉 밤에 적당히 사냥하면 되니까요. 개는 늘어져 있질 못합니다. 끊임없이 비굴하게 주인에게 아부해야하니까요...^^

이승훈시인의 <당신>이란 시는 그래서 제가 좋아합니다.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이 한 문장의 의미가 너무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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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승훈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엎드려 있고만 싶어라
고운 피 흘리는 마음
복사꽃 복사꽃은 지는데

어디로 가고만 싶어라
이 어두운 마음
밝아오는 해이고 싶어라
아무리 채찍이 갈겨도

그리움은 끝나지 않어라
당신 얼굴에 입맞추고 싶어라
하아얀 돌이고 싶어라
파아란 구름이고 싶어라

모조리 버리고 오늘
바쁘게 명동을 걸어가면
바람부는 왕십리를 걸어가면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언제나 다른 나라에 계신
당신 고개 한번 끄덕이면
복사꽃 복사꽃은 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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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훈시인 제가 좋아하는 시인인데 만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