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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독서능력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각기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독서지도가 이뤄지면 아이는 영원히 책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은 최근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책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 △책을 읽어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이 아무 재미도 없다 △독후감 쓰는 것이 두렵다 등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문제점들은 대체적으로 독서능력 빈곤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책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책을 기피한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먼저 원인분석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들의 문제점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유형별로 각기 다른 독서지도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만화만 읽는 아이 - 만화만을 선호하는 어린이 중에는 어휘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림의 도움을 받으면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만화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아이가 어휘력을 기를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또 부수적으로 상상력까지 부족하게 돼 책과 친해지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책을 읽게 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 불러올 수 있다. 만화책을 선호하던 아이가 갑자기 문자책으로 간다는 것은 능력에서나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독서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만화와 문자책의 중간 수준인 그림책을 읽을 것을 권장한다. 그림책의 그림은 만화에 비해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미영 박사는 “그림책에 재미를 붙이면 사고력이 좋아지고 생각하기를 좋아하게 돼 문자책과 친해질 수 있게 된다”며 “만화 대신 그림책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줄거리만 읽는 아이 -- 책을 빨리 읽거나 너무 많이 읽는 어린이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 전문가들은 책의 줄거리만 읽는 독자는 저급 독자로 분류한다. 이런 어린이들이 고급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먼저 책 속에는 줄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것, 추리할 것, 비판할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독서를 2~3개월 반복하다 보면 줄거리 읽기의 즐거움 보다 상상하는 즐거움, 추리하는 즐거움, 비판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알게 된다. 천천히 읽게 한 후 엄마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부모가 질문을 하고 칭찬을 해주면 다음에는 질문을 상상하며 책을 읽게 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 --- 어휘력이 부족한 어린이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어떤 과목을 공부해도 잘 할 수가 없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내용이 머리로 들어가지 않는 데 무슨 공부가 재미있겠는가. 이런 경우에는 쉽고, 재미있고, 작고, 얇은 책을 골라 읽으면서 독서능력을 길러야 한다. 몇몇 출판사에서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획한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을 골라 매일 10분씩 읽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이 작고 그림이 많다고 해서 내용까지 유아용 책을 고르면 곤란하다.
●책의 재미를 모르는 아이 -- 상상력과 추리력이 부족한 어린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 대부분의 성격은 정확한 것, 과학적인 것을 신봉하는 타입이다. 이런 어린이들은 책 속의 주인공이 슬픈 일을 당해도 조금도 슬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짓말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는 방법은 상상할 기회를 자주 제공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동시를 외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시는 문자로 그리는 그림이다. 시를 외게 되면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라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때 머릿속의 그림은 방금 발음한 어휘와 결합돼 상상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대충 빨리 읽는 아이 --- 시험을 보고나서 ‘아차!’하는 경우가 많은 어린이다. 물론 이런 아이들은 아는 것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수한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어린이들은 읽으면서 상상하고, 읽으면서 추리하고,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통해 울고 웃는 경험이 없거나 스토리 찾기에 급급한 경우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습관이라기보다 부모나 교사가 줄거리 읽기나 빨리 읽기 등을 강조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사고력 동화, 탈무드, 이솝우화, 라퐁텐 우화 같은 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 책을 천천히 정독을 하면서 상상, 추리, 비판의 과정을 반복해서 갖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 ---독서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독서능력 중에서도 어휘력, 이해력, 요약능력, 분석능력이 부족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내용이해가 불충분하고, 따라서 읽은 내용을 요약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하루 종일 공부해도 머릿속에 저장되는 내용이 적다. 또 저장됐다 해도 분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장한 내용은 뒤죽박죽이라 시험시간이나 발표시간에 다시 꺼내기 어렵다. 이런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어휘력 향상이다. 책을 고를 때는 낙제생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가는 위인전을 골라 읽게 하면 효과가 크다. 그러면 품위 있는 어휘, 학습용 어휘를 기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까지 얻게 된다.
●슬픈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아이 ---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상력이란 주인공과 독자를 감정적으로 연결 짓는 고리의 역할을 해 준다. 상상을 통해 주인공의 삶을 나의 삶으로 동일시하게 되면 주인공이 고통을 받으면 슬퍼지고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게 된다. 그러나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감정 이입이 어려워 주인공과 따로 놀게 돼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 상상력을 길러주고 느낌을 강화시켜 주인공과 동일시를 쉽게 경함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책 읽는 환경이 조용하고 아늑할 필요가 있다. 상상력을 길러주는 책은 동시, 환상동화가 좋다. 책을 읽을 때는 책 속의 장면을 자주 상상해 보는 훈련을 하도록 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집중력이 빈약한 경우다. 집중력이 빈약하면 책을 읽고도 중심생각을 뽑아 낼 수 없으며 오랫동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주의가 산만한 어린이가 돼 자신은 물론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해 책에 푹 빠지게 하는 일이다. 책 중에서는 줄거리가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 전래동화, 탐정소설이나 추리 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책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숨은 그림 찾기, 동전 쌓기, 젓가락으로 콩 줍기 등의 집중력 훈련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알맹이 없는 독후감 쓰는 아이--- 지은이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해했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즉, 상상력, 추리력, 판단력, 창의력, 문제해결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책 줄거리만 쓰고 나면 쓸거리가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을 알맹이 없는 독후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줄거리 읽기 중심이 아닌 심층 독서, 비판독서를 반복하면 이런 현상은 사라진다. 이런 훈련은 혼자하기 보다는 어머니나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즉 한권의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통해 생각을 키워가는 독서 논술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혼자하기 보다는 3~5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하는 팀별 독서 논술 학습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마법 팬터지에 빠진 아이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마법의 일이 벌어지는 팬터지라면 무조건 읽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어린이들 중에는 다음에 읽을 팬터지 책이 없으면 먹을 것이 떨어진 사람처럼 불안감을 느끼는 ‘팬터지 중독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불안의 원인을 마법의 세계에 빠진 독자가 현실 세계로 내려오기 싫은 증상이라고 분석한다. 이 증상의 중독은 매우 빠르고 오래간다. 팬터지 중독증에 깊이 빠지면 비현실적인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이런 어린이인 경우에는 명작동화, 전래동화, 생활동화, 역사동화, 동시, 과학 동화 등을 골고루 읽게 지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야 균형 잡인 인격체로 자라날 수 있다.
●생각하며 천천히 읽는 아이 어려서부터 독서를 많이 해서 생각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어린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어린이의 경우에는 특별히 골라주어야 할 책은 없다. 부모는 좋은 책을 준비해 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더 활발한 사고력과 세상읽기를 위해 3~5명이 함께 토론하며 읽을 수 있는 그룹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글자를 막 읽기 시작하는 아이 글자를 막 읽기 시작하는 시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 어린이가 장차 어떤 글을 좋아하고 어떤 문장을 쓰게 될 것인지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대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인데, 만화책 보다는 전래동화가 좋다. 물론 책의 형태는 글과 그림이 적당하게 섞인 책이다. 이 시절은 인간의 상상력이 최대한 확장되는 시기이다. 그 상상력을 최대한 확장시킬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상상력을 기를 기회가 줄어든다. 전래동화는 줄거리 파악하기, 어휘력 기르기, 상상하기, 비판하기, 문제해결하기 능력을 기르는 데 매우 유익한 자료다.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외모에 자신이 없어 고민하는 초등학생은 여자가 38%, 남자가 12%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외모 때문에 고민에 빠진 아이들을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처음에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나중에 아름다운 용모를 찾는 이야기가 좋다. 이런 전래동화로는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엄지공주’, ‘우렁이 색시’, ‘구렁 덩덩 신선비’ 등이 있고 동화에는 ‘미운 오리새끼’가 잇다. 이런 이야기들은 겉모양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이런 전래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아이 “왜 우리 부모님은 부자가 아닐까?” 어느 연구소에서 부모님에 대한 한국 어린이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가난한 부모가 제일 인기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다음이 편애하는 부모, 공부 공부하는 부모 등의 순이었다. 즉 우리 아이들은 돈 없는 부모를 부끄러워하고 원망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안델센의 일생’, ‘링컨전’ 등 가난한 이들이 성공한 위인전과 펄 벅의 ‘아버지를 위한 선물’이 좋다.
[남미영 클애들교육개발 이사의 도움] 2005/02/17, 내일신문 기사(<맛있는 독서, 재미있는 공부> (4)독서능력·특성부터 파악해야)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