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논술=글쓰기?” “그건 오해예요” | 올바른 독서_펌 포스트 삭제 2005/07/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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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삶, 그 아름다운 예술
논술=글쓰기?” “그건 오해예요”


△ 논술로 당락이 뒤바뀌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이화여대의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한 응시자가 답안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논·구술 Ⅰ2005 대입 논술 분석

벌써 6월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학생 선발의 기준이 내신과 수능 성적, 대학별 고사이므로 학생들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의 선발 비율이 같은 올해에는 정시만을 고집하기 어렵게 됐다.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 모두를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된 것이다.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논술은 중요한 전형요소다. 학생들의 지원 대학 선정은 자신의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두 학생의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은 별 차이가 없다. 결국 마지막 전형 요소인 논술·면접이 당락을 결정한다. 정시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논술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입시 결과를 분석해 보면 논술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제시문 읽기능력 우선…영어지문 요약문제 늘어
서울대는 국-한문 혼용 특색 ’한자공부’ 필수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 정확히 꿰뚤어야

연세대는 정시 논술 반영 비율이 4.2%였지만 전체 수험생의 14.9%가 논술 때문에 당락이 바뀌었다. 성균관대는 3%에 불과한데도 수험생의 44.2%가 당락이 뒤바뀌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대 법대 1단계 전형에서 합격한 외국어고 학생들은 16.0%였으나 면접·논술을 치른 2단계 전형 이후에는 13.9%만 합격했다. 서울대 의대에도 과학고 학생들은 1단계에서 5.8%가 합격했으나 면접과 구술을 치른 뒤에는 겨우 2.9%만 합격했다. 특목고생이 면접과 논술에 강하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내신과 수능을 기준으로 선정한 1단계 합격자 중에서 26.9%가 면접과 논술이 적용된 2단계에서 순위가 바뀌었다”며 “특히 논술 때문에 1단계 합격자의 11% 가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논술은 특히 2008학년도 입시안에 따라 입시를 치르게 될 현재 고교 1학년 학생에게 더욱 중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 발표를 보면 각 학교는 교과별 독서 활동 매뉴얼에 따라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한다. 대학 쪽은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시도할 것이고 결국 논술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전형 요소로 도입될 것이다.

제시문 파악하면 논술이 보인다

논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논술은 글쓰기’라는 것이다. 이는 입시 논술의 시작이 ‘제시문 분석’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입시 논술은 제시문과 제한 조건을 갖는 문제의 형식을 띤다.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무턱대고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조건에 따라 제시문을 읽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입시 논술의 두드러진 특징은 영어 제시문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고려대·경희대·동국대·성균관대·서강대 등 논술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영어 제시문을 내놓았다. 영어 제시문의 내용을 논의의 근거로 활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영어 독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논제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응시 학생 대부분은 제시문의 대의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논의 전개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15면 기사 참조)

또 하나의 특징은 요약을 요구하는

학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요약은 글쓰기가 아니라 제시문의 파악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고, 결국 독해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요약 문제는 국어 제시문의 요약에서 영어 제시문의 요약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독해력은 대학 수학 능력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이므로 대학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주제 파악의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제시문의 구조를 파악해 전체적인 논의 전개 과정을 요약하는 학생은 드문 실정이다.

서울대는 논술 문제에 이색적으로 국한 혼용문을 이용하고 있다. 중요한 단어에 한자만을 표기해 학생의 한자 지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한자 지식이 없는 학생이라면 독해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은 꼭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

입시 논술의 주제는 시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양대 정시 논술 문제는 ‘욘사마 현상에 나타난 신화를 분석하라’는 직접적인 형태였다. 동국대는 ‘현재와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주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문화의 힘’을 주제로 삼았다. 성균관대는 대중 음악을 주제로 한 문제를 출제했다. 2004년에 ‘한류’로 통칭되는 한국 문화산업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논술 문제는 시사적 사건, 현실의 구체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입시 논술은 시사적 사건 그 자체를 묻는 것은 아니다.

‘욘사마 현상’을 소재로 선택한 한양대의 문제를 살펴보자. 제시문으로 ‘욘사마 현상’과 관련된 대중 매체의 보도와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 존 피스크의 <텔레비전 읽기>를 제시해 논술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욘사마 현상’이라는 구체적 사실을 대중 문화에 관한 사회과학적 이론으로 분석하라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문제의 진정한 주제는 ‘대중 문화’, 더 정확하게는 대중 문화에서 나타나는 ‘신화’라는 개념이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은 이 신화라는 개념을 오해한 학생들이 많았다. 이 문제에 답하려면 대중, 대중 매체, 대중 문화와 전통 문화, 신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사회과학적 기본 개념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의도는 이론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도록 해서 학생들이 이론을 얼마나 숙지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과학 주제를 주로 출제하는 성균관대·한양대·동국대 등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인문과학 주제를 출제하는 고려대와 연세대, 서강대는 △제시문 독해를 바탕으로 한 주제의 설정 △설정된 주제에 대한 창의적 논거 제시 △사회 분석에 기초한 대안 제시 능력 등을 평가한다. 2005학년도의 입시에서 고려대는 ‘큰 것과 작은 것의 차이와 그 관계’에 관한 제시문 4개를 제시했다. 각 제시문들은 각각 ①큰 것의 한계, ②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한 인식의 상대성, ③작은 단위의 중요성, ④큰 것의 절대적 우위성 등을 전제하거나 강조한 것이라고 고려대 쪽이 발표했다. 학생들은 네번째 제시문의 내용이 지적하는 큰 것(大)이 무엇인지, 왜 현대 사회에서 작은 것이 중요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논술 제시문을 파악하려면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논의의 전개를 위해서는 인문과학, 사회과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2005년의 인문과학 주제는 다분히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현 수준의 고교 교육에서 학생 스스로의 독서 경험이 부족하다면, 가장 어려운 분야가 철학이다.

서강대의 2005학년도 정시 논술 문제는 ‘대중의 익명성 속에 개인의 실존이 상실되는 한국 사회 현상들을 비판적 관점에서 논술할 것’을 요구했다. 제시문은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 최영미의 <지하철에서1>,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이 제시됐다. 주제 자체는 학생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철학과 문학 지문으로만 구성돼 제시문을 근거로 답안을 작성하기 어려웠다. 이 문제 역시 피상적인 답변의 수준을 넘자면 ‘실존’과 ‘현대 사회’, ‘대중’의 의미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 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은 독서와 사색, 습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고3 학생으로서는 수능 준비를 도외시한 채 독서와 사색에 열중하기 힘들다. 대안은 교과서를 통한 기본 개념의 확충이다. 인문계 학생이라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사회탐구 과목일지라도 최소한 교과서의 내용만은 이해해야 한다. 윤리·정치·경제·사회·문화의 기본 개념은 교과서의 색인을 통해 정확한 의미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수시 논술이 정시 논술보다 쉽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신만으로는 우수한 학생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내신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논술을 기피한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의 논술 전형은 그래서 딜레마다. 학생들이 기피하고 싶어하는 논술로써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기피하는 논술을 너무 어렵게 출제하면 학생들은 그 대학 가기를 꺼린다. 게다가 너무 어려운 문제는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수시 논술은 정시 논술보다 쉽다. 2005학년도 입시 논술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학생 스스로 논술이 취약하다고 생각한다면 논술 전형이 있는 학교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이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논술을 이용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수시에 도전해야 한다. 수시 논술이 정시 논술보다 쉽기 때문이다.

입시 논술은 1997년 입시부터 시행되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 형태로 정착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대학은 많은 학생들의 글을 직접 읽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입시 논술의 성격을 판단할 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학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학의 해결 방법은 표준화된 논술 답안을 쓰도록 문제에 조건을 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예상 문제의 답안을 미리 작성해 외울 수 없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결국 입시 논술에는 대학이 예상하는 표준 답안이 있는 것이다.

자연계 논술은 ‘자질’을 묻는 것

자연계 논술은 크게 의예·간호계열과 자연과학·공학계열, 둘로 나눌 수 있다. 의예·간호계열의 논술은 대부분 의료인으로서 직면할 수 있는 윤리적 갈등 상황을 고려해 출제된다. 주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제시문 독해가 필요하다. 인문·사회과학적 지문이 제시될 때 자신의 선입견에 부합하는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의료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개인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과학적 인식이 필요하고, 인간 생명에 영향을 주는 당사자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인문과학적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연과학·공학계열의 논술은 과학과 수학,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경희대는 제시문 전체가 영어 지문이었다. 내용은 생명과학·물리·화학·수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성균관대는 일상 생활을 소재로 한 문제들을 출제해 자연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국대는 자연과학의 기본 개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경희대의 평가 주안점은 영어 독해 능력과 이론의 정확한 이해다. 세 학교 모두 과학적 설명을 위해 수학을 이용하도록 하는 교과 통합 논술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김홍석/유니드림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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