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음악을 켜놓고 책을 읽거나, 뮤직비디오나 영화 음악 등을 찾아서 볼 때가 많다. 한동안은 인도영화의 흔히 맛살라 장면이라 말하는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만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유튜브 자동재생 덕분에 영화 [피치 퍼펙트2]의 Riff off 장면을 우연히 함께 봤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다. 몇 번을 다시 보고, 나중엔 영화도 찾아서 봤다. 이 장면을 보기 전에 [피치 퍼펙트]를 먼저 보았던 나는 그 1편의 Riff off 장면도 보여줬다. 이 장면도 영화로 봤을 때는 제법 재밌었고, [like a virgin]을 포함해 유명한 노래들이 (짧게)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다양한 구성과 편집 등을 보면 2편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지긴 한다. 


그렇게 몇 번씩 이 장면을 보고 난 아이들은 나중에 혼자서 여기 나왔던 노래 중 일부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팝송이라곤 전혀 알지 못하는 (아니 내가 틀어놓은 노래들 중 다수가 팝송이니,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조금 들어본 이라 표현하느게 맞겠지만) 작은 아이가 특히 그랬다. 큰 아이의 말에 따르면, 작은 아이가 집에서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그 장면에서 나왔던 몸짓까지도 따라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세번째 미션 첫 곡으로 '다스 사운드 머신'이 부른 곡이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 인데, 이 곡의 도입부를 부르며 다스 사운드 머신 멤버들이 로보트 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는 춤을 추는데,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그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것이다. 작은 아이가 그렇게 따라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놀라우면서도, 그럴만 하다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나이때쯤 가사를 알지도 못하는 팝송을 따라 부르고, 티비에 나오는 춤을 따라 추기도 했으니 말이다.
















암튼 이 밤에 잠이 안와서 별 짓 다 해보다가 결국 글이나 써야 겠다 생각한 건 바로 저 Riff off 장면의 세 번째 미션 때문이다. 주제는 'i dated John Mayer' 였다.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부터 영화를 본 후에도 이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존 메이어라는 가수와 관계있는 노래'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dated 라는 단어의 뜻을 알면서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톤 행어스'가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을 부르고 탈락하는 장면을 보고 작은 아이가 왜 그런 거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돌아가고나서 찾아보니 그 주제는 말 그대로 존 메이어와 사귀었던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랑 사귄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그게 미션 주제로 나와? 보통 미션 주제는 '90년대 힙합(2편)' 이라거나 '80년대 여성 가수(1편)' 처럼 시대와 성별 혹은 시대와 장르로 넓게 정한다. 혹은 '엉덩이에 대한 노래(2편)' 나 '섹스에 대한 노래(1편)' 처럼 '엉덩이' 나 '섹스' 처럼 자극적인 소재의 특정 단어가 들어간 노래로 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넓은 범위를 정해줘야 참가자들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떠올리고 부를 수 있을텐데, 존 메이어와 데이트 한 여성이 얼마나 많길래, 하나의 주제가 된 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말 많았다. 게다가 놀랍게도 대부분 내가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었다.(즉, 유명한 사람들이란 얘기) 검색을 통해 찾은 'Did John Mayer Really Date Tina Turner? 'Pitch Perfect 2' Raises An Important Question' 이란 제목의 한 미국 인터넷 언론(아마도) 기사는 친절하게도 연도별로 존 메이어가 사귀었던 연예인들의 명단과 사진을 알려줬다. 2001년 제니퍼 러브 휴잇 부터 언급한 대부분 사람들과 교재기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넷사 칼튼은 2002년부터 몇 년간 사귄 것으로 추정했다. 제시카 심슨, 민카 켈리(이 분은 누군지 모르겠네), 제니퍼 애니스톤, 테일러 스위프트, 킴 카다시안, 케이티 페리가 그 명단이었다. 와! 많이도 사귀었구나. 게다가 이들 중 1명만 빼고 다 알만큼 유면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곡을 부른 가수가 5명이나 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저 문장이 얼마나 흥미로운 미션이었는지 깨달았다. 영화에선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가 나오고 앞서 말했듯 톤 행어스가 티나 터너의 노래를 불러서 탈락하면서 끝났다. 이왕이면 제니퍼 러브 휴잇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이나 [take my heart back] 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둘 다 느린 곡이라 분위기상 안 맞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럼 제시카 심슨의 [Irresistible] 은 템포와 분위기가 다 적당한 것 같은데, 또 [I Wanna Love You Forever] 는 살짝 느리긴 하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나왔을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은 하나 나왔지만, 노래가 아쉽다. 그보다 더 좋은 곡도 많은데. 게다가 케이티 페리 역시 어울릴만한 곡이 많은데 하나도 안 나왔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한 주제에 많은 곡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많은 고려 끝에 바네사 칼튼과 테일러 스위프트를 한 곡씩 담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또 궁금한 건 왜 하필 탈락곡을 티나 터너로 정했을까? 게다가 영화에서 존 메이어의 개인 비서였다는 톤 행어스의 멤버가 티나 터너를 부른 후, 탈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진짜'라고 답했다. 정말 대선배 티나 터너와 젊은 신예 존 메이어 사이에 뭔가 있다는 암시인가? 저 위에 언급한 기사에서는 존 메이어가 티나 터너를 만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여러 연예인들과 만나온 시기를 살펴보면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썼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아마 전혀 있을 수 없을 경우의 수를 떠올리려 고심하지 않았을까?


암튼 이 영화 덕분에 2000년대 초반 내가 한창 좋아했던 바넷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을 멋진 아카펠라 버전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아주 짧아서 아쉬웠지만, 맨 처음 이 장면을 보면서 '어! 이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는 뭐지?' 하면서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가, 나중에 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다가 바넷사 칼튼 본인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고 깨달았을 때 무척 신기했다.


또 하나 이 장면의 묘미는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다스 사운드 머신과 바든 벨라스의 경쟁 외에 '톤 행어스', '그린 베이 패커스'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멋진 화음의 아카펠라다. 모두 짧아서 아쉽지만 정말 인물의 개성이 딱 드러나는 멋진 장면이다.


피치 퍼펙트 3편이 만들어질 거라는 소식은 벌써 들었는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3편에도 Riff off 장면이 있겠지? 이번에는 어떤 주제들로 어떤 곡들을 담았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3편이 나오면 좀 더 비중있는 역을 맡았으면 하는 배우가 있다. 1편의 Riff off 장면에서 리한나의 [S&M] 에 맞춰 섹시하게 춤추고, 보이즈 투 맨의 [I'll make love to you] 를 섹시하게 불렀고, 위에서 소개한 2편 Riff off 에선 첫 미션 '엉덩이에 대한 노래' 에서 플로 라이다의 [low] 를 멋지게 부른 알렉시스 냅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리즈의 주인공 베카 역의 안나 켄드릭이나 2편의 주인공 격인 헤일리 스테인펠드 보다 이 사람이 훨씬 더 눈에 띈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 덕분에 춤을 추면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본인이 부른 [low]의 가사처럼 그가 춤을 추면 클럽 안의 모든 이가 그를 쳐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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