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를 여행하던 아는 만큼만 보이고, 딱 그만큼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아마 대학에 다닐 때였다. 사실 그 전까지는 제대로 여행이란 걸 해본 적도 없었으니,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역사에 관심은 많았지만, 제대로 공부해 본 적도 없었고 배경지식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돌아다니길 좋아하기도 했고, 내 발로 여기저기 한 번씩 밟아보고 싶단 생각에 훌쩍 떠나서 보름씩 한 달씩 떠돌아다니곤 했다. 다니면서 아쉬웠던 건 내가 돌아다녔던 고장들에 대해 잘 몰랐던 탓에 새로운 군이나 시에 들어서면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야 할지를 몰랐다는 것이다. 기차나 버스에서 내리면 이 고장에 가봐야 할 곳이 엄청 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보면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래도 역사에 관심은 많았던 탓에 한번 가본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찾아보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곳을 기억 속에 담아두었다.(물론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이건 나중에 친구들이나 동료들 혹은 좋아하는 여성과 그 곳에 가게 되면, 내 특기 중 하나인 잘난 척하기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곤 하는데, 특히 진주성은 여자 친구가 바뀔 때마다 놀러가서 나의 지적 허영심을 맘껏 펼쳐보이곤 했다.

 

제주를 처음 간 건 신혼여행 때였다. 이 책에는 유홍준 선생께서 결혼할 당시에는 상위 20%의 부유층만 제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호사를 누렸다고 했지만, 내가 결혼할 당시에는 이미 대학 졸업여행이나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제주로 올 정도였고, 대다수의 신혼부부는 해외로 떠나고 있을 때였다. 이틀간 유명한 곳들만 돌아보는 관광버스를 탔는데,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이셨고, 간혹 동성끼리 온 젊은 분들도 있었지만, 신혼부부는 우리뿐이었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가이드가 보여주는 곳만 따라다니고, 들려주는 말만 주워섬길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 제주의 자연에 푹 빠지고 말았다. 소위 말하는 유명한 포인트들만 돌았음에도 말이다.(물론 그 중의 3분의 1은 매우 가고 싶지 않은 곳들이었다.)

 

두 번째 이후 나는 제주 숨겨진 매력에 더욱 푹 빠지고 말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한두 달쯤 제주에 살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물론 먹고 살기 바쁜 현실에 치여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먼 거리와 비행기 삯에도 불구하고 너댓번씩 가봤으니 많이 가긴 했다. 만약 그 중 한번이라도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훨씬 더 알차고 흥미로운 여행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일을 꼭 실천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4.3 사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찾아보고 알아볼 것. 이건 벌써부터 늘 생각만 해오던 것인데, 이젠 정말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두 번째는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된다면 꼭 오름 들을 더 많이 올라봐야겠다는 생각. 특히 다랑쉬오름은 꼭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작년 겨울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다랑쉬오름을 꼭 올라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 번 더 그 결의를 떠올리게 되었다. 유홍준 선생은 아직 눈 덮인 다랑쉬오름을 올라보지 못했다는데, 나는 그 가장 아름답다는 풍경을 꼭 내 눈으로 보고야 말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