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맹렬하게 울린다. 눈을 채 뜨지도 못하고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는다. 화면 아랫쪽의 버튼을 끝까지 밀어야 알람이 멈추는데, 잠결에 자꾸만 손가락이 멈춘다. 잠을 쫓으려 애써보지만 뇌는 자꾸만 더 자라고 명령을 내리는 듯, 핸드폰을 쥐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5분 후에 다음 알람이 울리고 있다.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바로 일어서질 못하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직도 눈이 저절로 감기려 한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면장으로 향했다.

 

일과 시간 내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요청되는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계획했던, 그리고 꼭 해야할 일들을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맘먹고 일 좀 하려고 하면 또 전화가 와서 뭔가를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하고, 뭔가 확인해서 연락달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었다. 결국 싫어도 야근을 해야할 상황.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잠시 건물 1층 편의점에 뛰어가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왔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삼각김밥을 씹으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라면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눈으로는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저녁에서 밤으로 흐를수록 집중력은 떨어지고, 커피는 벌써 몇 잔째 마시는지 모를 지경이 될 즈음 대략 일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런데 헉! 벌써 12시가 넘어서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가방을 챙겨서 나섰다. 간신히 막차에 몸을 싣고 시계를 보니 12시 40여분. 그런데 이 열차는 집에서 한참 못 미치는 역까지 밖에 운행을 안한다. 몇 정거장만 더 가면 집 근처인데, 거기까지만 어떻게 안될까? 안타까워해도 방법은 없다.

 

종착역에서 우루루 내리는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내린 듯,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그리고 대부분 조금 걷다가 택시를 잡기 위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이래서는 택시 잡기도 어렵다. 지갑 속엔 택시비도 없기도 하거니와, 오랫동안 모니터만 들여다본 탓에 밤 공기를 마시며 좀 걷고 싶어졌다. 집까지 걷는다면 한 50분쯤 걸리려나.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최근의 고민들. 바쁜 일정들.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들. 생각의 갈피들을 쫓아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내 발은 집 근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등은 땀에 젖었고, 목 뒷덜미로 땀 방울 하나가 또르르 구르는 것이 느껴진다.

 

새벽 2시 컴퓨터를 켜고 사무실에서 하던 작업을 마무리 한다.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지고 어깨는 자꾸만 처진다. 대충 일을 끝내고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나니 새벽 3시. 물을 마시고 잠시 인터넷 검색을 좀 더 하다가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든다.

 

잠시 눈만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또 다시 알람이 맹렬하게 울린다. 제발 오늘이 주말이기를 부질없는 바램은 소용없다. 알람은 평일에만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제발 조금만 더 자고 싶다는 요청은 곧이어 떠오른 지각이란 단어 하나에 무참하게 거절당한다.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고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아 왠지 어제와 같은 피곤한 하루가 반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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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9-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캬라멜 마끼아또 한 잔 사드리고 싶어지네요.

감은빛 2012-09-12 10:04   좋아요 0 | URL
사주세요! ^^
다락방님께서 사주신다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마시게 될 것 같아요.

Jeanne_Hebuterne 2012-10-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우스 클릭을 너무 많이 해서 팔이 저리고, 눈이 감기고 정신이 몽롱해서 시간을 보았더니 새벽 두 시.
그런 날들이었어요, 감은빛 님. 그런 날이었나 봅니다, 감은빛 님.

감은빛 2012-10-15 13:34   좋아요 0 | URL
일이라는게 한번 몰리면 한꺼번에 몰려오고,
없을 때는 또 별로 없더라구요.

쟌님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