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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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 전쟁을 치르듯 아이 둘을 준비시키고, 옷을 껴입고 집을 나선다. 바지를 입고 나면 항상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핸드폰과 지갑이다. 어쩌다 핸드폰을 두고 나온 날에는 무척 불안하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갔다가도 다시 되돌아온다. 만약 버스나 지하철을 탄 후에 핸드폰을 두고 온 사실을 깨닫는다면 하루 종일 온갖 상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나를 급하게 찾고 있으면 어떡하지? 게다가 스마트 폰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전화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고, 채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야구 중계를 본다. 전자책을 읽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핸드폰. 과연 우리는 언제부터 핸드폰을 쓰기 시작했을까? 핸드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던 걸까?

 

1994년 친구 명의로 된 무선호출기(삐삐, Pager)를 처음 쓰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다. 일상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 게 말이다. 그 전까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집 전화를 이용하거나, 편지를 쓰거나,(이때는 아직 이메일도 없었다) 그가 주로 다니는 곳에서 시간 맞춰 기다려야 했다. 가령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만나기 위해 그가 다니는 교회 주변에서 얼쩡거리거나, 헤어질 때 미리 정해둔 시간(주로 밤이었다)에 그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쓰기 위해 밤새도록 공책을 찢고 또 찢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삐삐라는 것을 갖게 되면서부터 아무 때나 연락이 가능해졌다. 물론 삐삐는 핸드폰처럼 바로 통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서, 연락을 받으면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를 걸거나,(그러고 보면 당시엔 공중전화도 참 많았고, 커피숍 같은 곳엔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놓이기도 했다) 녹음된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숫자로 된 비밀 암호를 읽으며 혼자 즐거워하기도 했다. 삐삐는 직접 통화가 아니기에 묘한 즐거움과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수업 중이나 회의 중에 음성메세지가 도착하면, 누가 보낸 것일까? 뭐라고 남겼을까?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당장이라도 공중전화로 달려가고픈 마음을 참아야 했다. 메시지를 받고 급하게 공중전화로 달려갔는데,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면 다른 공중전화를 찾거나, 당장 확인을 포기하고 나중에 집에 가서 확인해야 했다. 술 한 잔 살 테니 나오라는 선배의 메시지를 집에 와서야 확인한 순간에는 땅을 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숫자로 만든 다양한 메시지가 통용되었다. 대표적으로 급할 때는 누구나 전화번호 뒤에 8282를 붙였다. 사귀는 여자 친구와는 정해놓은 암호를 주고받기도 했다. 1111은 지금 당장 네가 보고 싶어! 1004는 나의 천사! 등등 창의력을 발휘한 다양한 숫자들이 연인들 사이에서 오늘날의 문자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처음 갖게 된 것은 아마 1999년 혹은 2000년쯤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핸드폰을 쓰기 시작한 것이 겨우 십 수 년밖에 되지 않았다. 요즘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초등학생까지 누구나 갖고 다니는 핸드폰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언뜻 보기에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핸드폰과 고릴라의 관계를 풀어놓으며, 핸드폰이 일상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도록 변해버린 모습들도 지적한다. 그 외에도 산에 올라 “야호!”하고 지르는 소리와 산새들의 숫자에 대한 관계. 북극곰과 지구온난화의 관계, 귀신고래와 유전개발, 해양오염의 관계 등 생태계 문제. 물 부족, 합성섬유, 비닐쓰레기 등 환경문제. 내복 입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손수건 사용하기, 아껴쓰기, 다시쓰기 등의 생활 속 실천의 문제. 음식물쓰레기, 도시 조명(빛공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사용 등 살림살이 문제 등의 다양한 환경, 생태 문제들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2006년 초판 발행 후에 지금까지 여러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추천도서로 선정도 많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 아이들은 부디 지금의 어른들처럼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아이들과 나아가 그들의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망가진 상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당장 이 책을 구해 읽으시라. 그리고 여기에 나온 내용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시라.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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