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
최병성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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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반대말은 ‘댐’

   

 

어느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다. 그 분은 ‘강을 파헤치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홍수 피해를 막고,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충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꼼수를 다 파악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여지없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았을까? 당시 조금 당황했던 나는 ‘강은 잘 살아있는데, 오히려 지금 삽질을 통해 강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3권의 책을 추천했다. 김정욱 선생님의 <나는 반대한다>(느린 걸음), 최병성 목사님의 <강은 살아있다>(황소걸음),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 봄) 이렇게 3권이다.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은 지난 11월 29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한 출판기념회 덕분에 유명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원순 시장은 최병성 목사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스스로를 ‘청소부 시장’이라고 하면서 “치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병성 목사는 물러설 줄 모르는 ‘불독 목사’이자, 국가권력에 맞선 ‘1인 군대’라고 불린다.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이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첫 부분은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유역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답다. 만약 실제로 가본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다시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 없다. 바로 ‘4대강 살리기’라는 무서운 삽질로 인해 모두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 앞부분만 보더라도 이 책의 제목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뒷부분은 그저 사족일 뿐이다. 다만 자연의 가치보다는 인간의 편리와 문명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기에, 뒷부분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겠다. 2번째 장과 3번째 장에서는 4대강사업을 주장했던 정부와 찬성측 세력들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특히 ‘홍수’ 피해를 줄이고, ‘가뭄’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왜 모순인지를 설명하고, 진짜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특히 공사가 진행된 4대강 본류는 실제로 홍수 피해나 가뭄피해가 거의 없었던 지역임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중간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생명들을 다룬 내용 때문에 무척 마음이 아팠다. 보(최병성 목사는 댐이라고 부른다.)를 건설하고 모래바닥을 파헤치면서 여울에 살던 피라미를 비롯한 묵납자루, 줄납자루, 각시붕어 등 많은 물고기들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낙동강변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풍경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만큼 안타까웠다.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와 제203호 재두루미, 제201호 큰고니, 제199호 황새(멸종위기 야생 조류 1급) 그리고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 온갖 희귀한 철새들이 가득했던 해평습지가 공사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과연 이 장면을 보고서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의 사업을 글자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이 더 널리 읽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사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늦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도 그랬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2년이나 지나서였고, 하나의 개발사업으로서 새만금 간척사업은 아직도 그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아직도 새만금 개발사업을 되돌리기에는 늦지 않았다고 본다. 시화호의 교훈을 따라 지금이라도 해수를 유통시키면서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만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최병성 목사의 책 제목처럼 ‘강은 살아있다.’ 지금이라도 16개의 보(댐)을 없애면, 강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갈 것이다. 살아서 흐르는 ‘강’의 반대말은 ‘댐’이다. 댐에 가둔 물은 죽은 물이다. 짧은 구간에 무차별적으로 지어진 16개의 댐들 덕분에 앞으로 또 얼마나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6월 25일에 호국의 다리 ‘왜관 철교’가 무너진 것은 어쩌면 강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준공을 앞두고 상주보와 함안보를 포함한 9개의 보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들의 삽질을 믿고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결론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삽질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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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2-30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해서 다같이 볼게요.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은 외면하고 표피만 보고 사는 부끄러움~
2008년 6월에 '경부운하,축복일까 재앙일까'도 토론했었는데...

감은빛 2011-12-30 11: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강정마을. 두물머리는 당장이라도 큰 일이 벌어질 태세이구요.
발레오공조, 재능지부, 콜트 콜텍 등등의 장기투쟁 사업장은 또 해를 넘기네요.
쌍차 노동자들은 그 누구보다 어려운 겨울을 보내고 있구요.

큰 힘이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그저 기억하고 마음만이라도 보태려고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