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 - 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
강곤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주에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구속된 용산범대위 상황실장 김태연동지가 용산범대위로 보낸 편지였다. 이례적인 강도높은 탄압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순간 스쳐지났다. 편지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삶창>의 신간 『여기 사람이 있다』에 대한 부분이었다.
 

   
  제가 있는 방에는 모두 7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은 철거용역업체 직원입니다. 서른이 안 된 젊은 친구인데 “여기 사람이 있다”를 열심히 읽더군요. 읽고나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 아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지요. 무얼 느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내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나갈 모양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딴 일 해라”는 한마디는 했습니다. 그 친구 오늘 낮에 운동시간에 같이 걸으면서 그러더군요. “이제 농사나 지어야 겠다” 고.  
   


 이 용역업체 직원이 무슨 마음으로 "이제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아주 여러가지 복잡한 고민이 있었을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친구가 구속된 상태가 아닌 자유의 몸이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을 알았어도 읽을 생각조차 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었고,(더구나 대책위 상황실장과 한 방에 있었으니) 여러가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기에, 더 확고하게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놀라웠던 사실은 이 사람들이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사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 철거민이란 단어를 흔히 떠올리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혹은 나보다 더 못사는(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읽고 나니 내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이 특별한 처지에 있어서 철거민이란 이름을 갖게 된게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들이었다. 다만 운이 나빠서 그렇게 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참 말도 안된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나게 된다. 한번 철거민이 되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면, 다음에 또 철거예정지로 옮겨 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으니 계속 외곽으로 돌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다시 철거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 보상받고 떠났던 이웃들을 다음에 다른 철거예정지에 또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가 땅의 가치보다 더 못한 시대.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는 시대. '여기 사람이 있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소용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저 용역직원 같은 친구들에게 자꾸만 이 책을 권하고 읽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원래 이 책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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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09-06-30 13:04   좋아요 0 | URL
자주 안들어오는 편이라 댓글을 이제서야 확인했네요.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