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실망
아침에 지인이 어떤 기사의 링크를 보내줬다. 이게 대체 뭐냐고, 뭐 아는 것 있는지 묻더라. 왜 그러나 싶어서 기사를 읽어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워 서울시장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었던 신지예 씨가 윤석열 후보의 무슨 기구에 합류했다는 얘기였다. 제일 먼저 이름이 맞는지 확인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라는 직함까지 나와있으니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럼 오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주 짧게 들었지만, 곧 요즘 세상에 이런 오보가 나올 리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정말로 거길 들어갔단 얘기구나 싶었다. 뭔가 처음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뭐야 하는 생각 뿐.
한참 후에 또 다른 지인이 신지예 씨가 직접 쓴 페이스북 링크를 보내줬다. 뭔가 변명을 잔뜩 늘어놓고 있었는데, 도저히 변명이라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가 아는 신지예 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수준이었다. 이런 걸 변명이라고 썼다고? 게다가 공개적으로 게시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페이스북은 난리였다. 온통 분노와 실망과 조롱이 난무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쓴 충격을 토로하는 글들을 읽고 나서야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내가 그의 선거를 도운 횟수가 몇 번인데, 그와 함께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고 올바른 정치를 만들어가자고 했던 게 몇 번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누군가는 민주당도 아닌 국민의 힘에 들어갔다고 화를 냈다. 아니, 나는 만약 민주당에 들어갔더라도 화를 냈을 것이다. 아니 민주당이었다면 더 심하게 화를 냈을 것이다. 둘이 똑같이 나쁜 놈들인 건 맞지만, 나쁘기로 50보 100보이지만, 50보 나쁜 놈들이 자기들은 나쁘지 않은 척, 마치 착한 척 하는 것이 더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놓고 나쁜 놈임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올바른 처신이 아닌가. 그래서 오래전부터 제일 먼저 없어져야 할 정당은 신한국당,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솔직하게 자기들이 이 나라 소수 기득권을 위해 정치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걸 드러내야 한국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암튼 신지예 씨의 그 소식에 분노하고 실망한 수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머리가 아파져서 그냥 페이스북을 닫아버렸다. 곧바로 카톡을 열어 신지예 씨를 찾았다. 뭐라고 질문을 쓰려다가 멈추고 스크롤을 올려 그와 나눴던 대화들을 살폈다. 마지막 대화는 그가 먼저 보낸 추석 안부 인사였다. 그 글을 받고 얘가 정치인 다 됐네 하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도 같다. 아무리봐도 나한테 따로 보낸 것이 아니라 단체로 여러 사람들에게 보낸 글인 것처럼 보여서.
제일 화가나는 건 아직 녹색당에 남아있는 어떤 이들의 조롱이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녹색당을 탈당하는 사건에는 많은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지만, 그 핵심 당사자는 바로 그였다. 이 일로 인해 불의를 참지 못해 녹색당을 탈당한 여러 사람들이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스치듯 읽었던 누군가의 조롱 섞인 문구가 자꾸 머리 속에서 맴돌아서 화를 참기가 어려웠다.
페미니즘을 말하던 사람이 윤석열을 선택했다고? 당신의 페미니즘과 당신의 정의와 당신의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막장 선택 이후의 당신을 지켜봐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아! 뭔가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일단 이 정도로 그치고 넘어가겠다.
운동과 뇌 건강
자주 보는 유튜브 운동 채널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근육 운동과 뇌의 작용을 설명하고, 정신 건강과 운동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침 긴 시간 우울감에 빠져 있었던 터라, 그 말들에 무척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이 책을 사서 읽고, 하고 싶은 운동들을 맘껏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
코로나로 실내체육시설은 방역패스가 없으면 출입할 수 없지만, 다행히도 우리 집은 홈 짐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운동기구가 제법 있다. 몇 해 전부터 부지런히 사모은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몇 가지 두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있었지만, 오늘은 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땀 흘리고 나서 알콜을 섭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