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이라고 한다. 일제시대 다양한 독립운동의 흐름과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독립 투사들의 기록들을 발굴해야 내야 한다.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잊혀진 이름들.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보고 싶은 밤이다.


5주년이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다가온다. 지역에서 세월호 가족 극단인 극단 노란리본의 연극을 포함한 세월호 추모 행사가 있었다. 강의 마치고 부랴부랴 돌아와서 참석했다. 연극은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엄마들이 교복을 입고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났다. 결국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엄마들)과 대화 시간에 한 마디씩 하시면서 자꾸만 울컥 하시며,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백여명의 관객들도 모두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이 무사히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서 장기자랑을 했다면 이렇게 멋있었을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만든 연극.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함께 외칠때마다 자꾸 눈물이 났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당연한 일이건만 참 어렵고 힘들게 이룬 성과다. 이 성과를 위해 수없이 노력한 동료 여성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았다. 일일이 만나서 축하할 순 없으니, 일부러 페이스북에 들어가 그들의 글 하나하나에 좋아요를 눌러줬다. 평소 페이스북에 접속해도 귀찮아서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눌렀다.


위헌이 아니라 헌법 불합치라는 결과는 조금 아쉽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남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길고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을 것이다.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남성으로서 언제나 마음만은 함께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동기


2003년 환경운동연합 신입활동가 교육을 함께 받은 교육기수로 동기들이 50여명 있다. 한때 같은 단체에서 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들은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운동판에 있으며 여기저기 다양한 공간에서 가끔 이들을 마주친다. 오늘 우연히 두 명의 동기와 연락이 닿았다. 한 명은 전화로 한 명은 내 강의를 들으러 왔다.


전화 연락은 녹색당 서울시당 활동가로부터 받았다. 전화 목소리가 어쩐지 낯익다 싶었는데, 환경연합 동기라고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본인은 이름만 보고도 나를 기억했다고. 근데 미안하지만 나는 이름을 듣고도 바로 얼굴이 떠오르진 않았다.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불치병 때문이다. 미안했다. 주말 녹색당 확대운영위원 워크숍 때문에 연락을 한 거라고 했다. 주말이 되면 얼굴을 볼 수 있겠지. 반가운 마음을 잘 표현해야 할텐데.


또 한 명은 강의장소에서 마주쳤다. 멀리서 그 실루엣만 보고도 바로 그가 떠올랐다. 늘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친했던 형. 40대 중반부터 1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던 우리 동기들 중에 나는 유난히 형들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오늘 만난 그 형과는 티격태격 다툼이 있기도 했고, 장난도 많이 쳤었다. 형 말로는 15년 만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다.


당시 나는 20대 후반이었다. 젊었다기 보다는 어렸던 시절. 뭣도 모르고 선배들 비판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그의 눈에 나는 얼마나 철없는 동생이었을까?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언제 소주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했다.


4시간 연강


학교 강의는 보통 2시간이다. 언젠가 에너지컨설턴트 교육 때 3시간 연강까지도 해봤다. 오늘은 4시간 강의였다. 내용이 무척 방대해서 4시간 안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수 있겠다 싶어서 일부러 속도 조절을 했는데, 마치고 나니 약속한 시간을 10분이나 넘겨버렸다. 아무래도 4시간 연강은 무리다. 다음에 또 요청이 오면 3시간까지만 해야겠다.


목소리가 작고, 목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학원 강사 시절에도 늘 힘들었다. 오늘은 3시간째부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물을 자주 마시며 억지로 떠들어댔다. 듣는 분들이 대부분 활동 경험이 많은 분들이셔서 이해도도 높았고, 호응도 정말 좋았다.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기분만은 정말 좋았다.


강의 장소가 수원이라 오가는데 1시간 반 가까이 걸렸다. 왕복 3시간, 강의 4시간 총 7시간을 강의를 위해 투자했다.


오늘은 가볍게 한 잔


세월호 추모 행사를 마친 후 장내 정리를 하고 나오며 오늘 같은 날은 여러 의미를 담아 한 잔쯤 해도 되겠지 생각해본다. 집에 가서 가볍게 한 잔 하고 자야겠다. 이건 오늘 수고한 나를 위한 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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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술 한 잔 하셔도 되는 날 같습니다. 가끔 자기에게 포상하기도 해야죠.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자신인데...
참고로 저는 이번 제 생일에 책 5권을 주문해 선물로 가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부터 그렇게 해 왔던 것 같아요. 식구들이 물으면 현금이 좋아, 라고 말하고 저는 그 돈으로 책을 사고 남은 것은 갖고...

제가 생각해도 4시간 강의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 잘 마치셨다니 오늘 단잠 주무시겠네요.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