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원고 작성의 원칙

리포트 원고 역시 글입니다. 당연히 글을 쓰는 일반적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방송 뉴스를 위해 화면과의 일치성이 강조되는 글이라는 특성은 있습니다. 또 특정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짧은 시간 안에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는 대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문장은 간결하되 문장으로서의 요소를 제대로 갖추어야 합니다.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 간결성, 평이성, 친절성, 윤리성과 품위도 마찬가집니다.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방송 기사의 시제는 오늘이며, 시제를 생략하는 편이 일반적으로는 더 자연스럽습니다.

1. '우리말'로 작성됩니다.
이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원칙만 항상 염두에 두고 리포트 원고를 작성한다면 큰 실수는 없을 것입니다.

1) 금기 외국어를 그대로 직역해서는 안됩니다. 이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예) 되어져야 합니다(X)
-->돼야 합니다.(O)
(되어지다'란 원형을 가지는 동사는 우리말에는 없습니다. '되다'가 옳습니다. 또 '되어야'도 구어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글자수가 더 적고 발음은 더 쉬운 표현은 없는지 항상 연구해야 합니다.)

북한의 정책의 변화로 인해(X)
-->북한의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O)
-->북한의 정책 변화로(O)
(여러분들은 일상 대화에서 소유격 조사를 두 번 연거푸 쓰시는지?)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X)
-->정부 고위 당국자는...라고 말했습니다.(O)
('...에 따르면 '식의 보도는 영어의 'according to'를 번역한 것이지만, 영미 언론에서도 'according to'식의 표현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음을 유념하십시오.)

2) 구어체로 작성해야 합니다. 현재형의 시제를 사용하면 훨씬 구어체답게 됩니다.
예1) '관중이 천 명이나 되더라'지 '천 여 명의 관중이 왔더라'라는 대화는 없습니다
예2) 9백 여 명의 학생-->학생 9백 명

3) '명사+하다' 형태의 용언을 사용하십시오.
예)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했습니다.
심문을 벌였습니다.--> 심문했습니다.
(이 경우 소리내서 발음해 보십시오. 어느 음절이 가장 강하게 발음되는지. 아무 뜻도 없는 '를, 을'이 강조될 것입니다. 이런 낭비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단어를 강조해서 발음하는 것이 기본일 것입니다)

봉인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봉인하고 있습니다.
질적 향상을 위해-->질을 높이기 위해-->개선하기 위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망했습니다--> 숨졌습니다

검문 경찰관을 폭행하고 달아나던 음주 운전자가 구속됐다(X)
--> 폭행하고 달아나던 음주 운전자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
(수정 기사)
--> 음주 운전자가 ....폭행해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최종)

2.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말에 조리가 없으면 말하지 않음만 못하다'.(言中不理면 不如不言)

1) 정확한 용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2) 힘있는 문장을 지향합니다. 금기 수동태는 문장에 힘이 떨어집니다. 수동태를 피하십시오.
예) 선원 2명의 실종이 선장에 의해 알려져(X)
--> 선원 2명이 실종됐다는 선장의 말로 미루어(O)
--> 선원 2명이 실종됐다고 선장이 알려와(O)

3) 짧고 간결하게 쓰십시오.
- '간결함은 생명이다'(Brevity is the soul of wit / Hamlet 2막 2장)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면 문장의 필수 성분일지라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 장식이 없어야 합니다(특히 감탄사). 방송가에서는 불필요한 수식을 생략하라고 충고들을 합니다. 그러나 다소 지나친 감은 없지 않지만 모든 수식은 불필요하다고 기억하는 편이 편리할 것입니다. 수식을 걷어내면 설득력도 더해지고 흐름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시간도 여유있게 됩니다.

수식어에 의존하는 방송기자들의 면면을 보면, 평소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부실한 취재를 은폐하기 위해 수식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식은 리포터 본인은 물론 전체 뉴스 나아가 방송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4)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 주관적, 감정적인 표현, 단정적인 표현,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운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금기 '최초' '최대', '최소' '최고'등 최상급 표현은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 수치를 인용하거나 전문가 또는 종사자들의 인터뷰(soundbite, clip)를 삽입하면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 한두 번의 간접 화법은 유보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필요합니다. ♠주의♠ 그러나 문장마다 "라고 합니다" "라는 것입니다" "라고 전해집니다"식으로 반복한다면 무책임한 인상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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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론에 접어듭니다.
제가 잔소리가 많아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잔소리가,
정작 기자가 돼서 선배들에게 새벽부터 싫은 소리(때로는
육두 문자도 난무합니다)를 덜 들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1) '기사가 된다'는 전제에서 취재하라.
때로 취재 지시를 받으면 "이게 무슨 기사꺼리냐?"는 식으로 대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로는 절대 기사를 작성할 수 없습니다. 기사가
안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그 기자에게는 기사꺼리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저 자신 이 점에서 중요한 좌절을 맛본 적 있습니다. 87년 겨울
올챙이 기자 시절이었습니다. 서울시내 터널의 공기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찾아 갔습니다.

그 교수는, 전문가답게 복잡한 전제를 두더니 죽고 사는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한참 설명을 듣고 나서 나름대로 결론내렸습니다. 아직
기사화하기는 어렵다고. 그리고는 취재 결과를 기사화하기는
어렵다고 보고서를 썼습니다. 며칠후 한국일보에는 사회면 머릿
기사로 바로 같은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언론사 동기의 기사였습니다. 결국
저는 취재는 먼저 하고도 물먹는 바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2) 반드시 현장에 가라
기자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반드시 현장에 가라고 저는 말합니다.
1999년 권노갑 전 국민회의 부총재,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현
국민회의 고문 세 사람이 골프를 같이 쳤습니다. 일단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뜻이라면, 취재기자는 가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이 '골프치며 잡담하는데 왜 가?' 하면서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습니다.(휴일이었습니다). 결국 정치부
초년병인 KBS 여기자가 신문 방송, 통신을 통틀어 유일한 취재 기자가 돼 버렸습니다.

적어도 현장에 온 세 정치인과 그들의 보좌진은 이 여기자를 기억할
겁니다. 실제로 권노갑씨가 그날 그 여기자에게 "KBS 기자라고?"
확인하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이 초년병 여기자의 능력으로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마 세 사람중 단 한 사람도 이른바 '독대'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세 사람 누구에게도 자신을 각인시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현장을 갔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자리나마 세 사람을
한꺼번에 독대하는 어려운 자리를 얻게 된 것이고 아마도 그 세
사람과 보좌진들은 이 여기자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3) 인터뷰는 반드시 본인이 하라.
방송 기자 가운데 게으른 사람들은 동료 기자에게 인터뷰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섭외가 귀찮고(신문 기자라면
섭외 단계에서 취재가 끝나는 셈이 됩니다.),카메라맨과 일정을
조정하기도 귀찮고 자신이 움직이기는 더욱 귀찮고 그래서
동료들에게 미루는 거지요.

그러나 조금 귀찮더라도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얻는 정보량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얻는 정보보다 훨씬
값지고 알찬 경우가 많은 법입니다. 또 취재원의 생각을 깊이 알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을 떠나서 보다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고민이나 견해를 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면의 이야기를 듣는
행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취재원과 한번이라도 더 접촉하게 되고, 섭외하는 과정에서
취재원의 행동 반경도 상당히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인터뷰가
쉬워지는 것도 물론이고요. 취재원도 기자를 더 확실하게 기억하게
됩니다.

자민련의 김학원 의원은 96년 총선 전 자신을 인터뷰한 kbs의 한
기자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자는 왜 김학원 의원이
자신을 기억하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있는데.... 신문 기자들이 전화
취재로 이름을 알린다면 방송 기자는 대면 인터뷰로 이름을 알립니다.

(4) 불만있는 자에게 취재하라.
제임즈 레스턴은 70년대 미국 언론을 대표하는 뉴욕 타임즈
편집국장이었습니다. 독창적이고 여론을 주도하는 칼럼으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년병 시절레스턴은 유엔 창립 과정을
취재하면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유엔이 창설될 당시 2차 대전의 5대 승전국,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기구와 권한의 배분을 놓고 협상을 계속했습니다. 그 가운데
유일한 유색 인종국인 중국 대표가 논의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협상 과정에서 불만이 많았겠지요.

레스턴은 중국 대표를 잘 구워삶아 거의 모든 협상 관련 서류를
얻었고 협상이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발성 특종 정도가 아니라 연속 특종을 기록한 것이죠. 세계적인
언론인 레스턴의 특출함이 빛을 발한 것이죠.

예컨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된다면 기본적인 사항은 지방 자치
단체에서 취재할 수 있겠지만 기막힌 사연들은 그런 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법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복수의 당사자가 있는 경우 사회적
약자에게 접근해야 합니다.

(5) 스스로 취재원의 입장에 서 보라.
잘못 이해한다면, '취재원과의 유착'을 초래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취재원과는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야 비판적인
보도가 가능하다고 저 자신이 말씀드린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제 진의는 조금 다릅니다.

즉, 주어진 상황에서 취재원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대두됐다고
가정합시다. 그럴 때, 기자가 취재원의 입장에서 선택지를 골라 보는
것입니다.

물론 기자가 알 수 없는, 취재원만이 독점한 정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취재 기자의 전망이나 예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지적인 능력이나 사회적 경험이 취재 기자보다는
취재원이 월등하게 앞서기 때문에 판단의 능력 자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훈련은 기자의 성장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런 훈련을 해서 취재 기자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그 자체로
성공입니다. 틀린다 해도 왜 틀렸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성장해 갑니다.

자신이 취재하지 못한 정보가 무엇인지, 자신이 가진 정보 가운데
판단과정에서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고려했다고 하더라도
경중이나 우선 순위의 판단에 오류는 없었는지 반성하면서 말이지요.
아마도 그는 차후에는 똑같은 실수는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먼 훗날에는, 주어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후배들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도 있게 되지요. 이런 훈련은 비단 기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의사 결정에 있어서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6)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와 상의하는 겁니다.
선배나 동료들에게 취재 내용 자체를 얻어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재한 결과가 미진한지, 취재한 결과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는 상의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선배와 상의한다면, 그 과정에서
선배와의 인격적인 만남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리포트를 할 때 가능하다면 스탠드업을 하십시오
스탠드업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스탠드업은 기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언급하는 것이며,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이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미리 인터뷰를 섭외하면서 문제점이나 강조점을 충분히 연구해고
스탠드업의 멘트를 구상해 두어야 합니다. 데스크와도 반드시
상의해야 합니다. 장소도 미리 물색해 두고, 카메라맨과도 사전에
상의해야 합니다.

무척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당일 제작하는 우리 방송
시스템으로서는 스탠드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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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훈련 과정

기자의 훈련과정은 몇 단계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 취잽니다. 다음 기사 작성입니다.

여기까지는 방송이건 신문이건 아니면 통신이건 인터넷이건 모든 기자가 같습니다. 다음부터 방송은 달라집니다. 사안이 중요할 경우에는 제작이란 부담이 기다리고, 출연이란 어려운 고비가 남아 있습니다.

취재에서부터 출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카메라맨, 오디오맨, 운전기사로 이뤄진 취재팀의 팀웍은 물론이고 편집팀, 내근자, 영상편집팀, 분장사, 앵커등 수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심지어 전화 연결하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만 예로 들더라도 내근자가 신경써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모든 동료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설정하는 작업은 신문이나 통신 기자들은 전혀 생각지 못하는 또하나의 부담입니다. 국내에 있을 때는 이런 부담이 얼마나 큰 건지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특파원으로 외국에 머물다 보면 실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사이좋게 출발한 외국 특파원과 카메라맨이 돌아올 때는 원수사이가 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그 분들의 성격이 나빠서만은 아닙니다. 그만큼 관계 설정이 어렵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취재의 방법
기사 거리를 어떻게 모으는지, 좀더 유식한 표현을 쓰자면, 취재는 어떻게 하는지를 이야기할 차롑니다. 여기서 기자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 봅시다.

소설가, 특히 대하 드라마를 쓰는 소설가들은 취재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강론을 해야 하는 신부님이나 목사님도 역시 취재를 해야 합니다. 감흥을 줄 수 있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모아야 합니다.

직접 취재와 간접 취재
취재에는 간접 취재와 직접 취재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간접 취재는 책이나 방송, 신문, 잡지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직접 취재는 취재원인 사람을 만나거나 사건이나 사고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직접 취재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정보는 간접 취재에서 얻어집니다. 신문, 통신, 라디오 방송은 더욱 그렇습니다.

직접 취재 과정 없이는 화면을 구성할 수 없는 TV방송에 있어서조차 간접 취재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우리가 보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료를 직접 취재를 통해 얻어야 한다면 뉴스 시간은 현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게 될 것이고, 현재 32면으로 발행되는 신문은 양면체제로 돌입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정보는 누구한테나 공개돼 있습니다. 정보기관이 다루는 정보의 90%가 공개된 정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열려있는 정보를 기사화하는 능력만큼은 천차만별입니다. 왜냐하면 기사 가치의 평가라는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고, 이는 그 기자의 훈련 과정에서 배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훈련이라는 표현도 역시 언론사에 입사한 이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축적된 지적 능력이나 호기심, 탐구심, 경쟁심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기자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기본적인 전제가 됩니다. 기자 가운데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예비 취재와 본취재
방송에 있어서는 예비 취재가 특히 중요합니다. 취재 기자 단독으로 움직이는 신문, 통신과는 달리 장비와 팀이 대량으로 투입되는 방송에 있어서는 예비 취재를 통해 인력이나 장비의 낭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 예비 취재가 부실해서 본취재에서 고생을 자주 하게 되면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인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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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양인이 되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대전제가 될 것입니다. 역사와 지리, 약간의 외국어 실력은 기본입니다. 역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종적인 연구입니다. 지리는 인간과 자연의 상관관계를 횡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외국어 실력은 효과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입니다. 거기에 한국어 실력은 자신이 얻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교양에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평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합니다. 언어를 경제적으로 구사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KBS, MBC의 프라임 타임 광고료가 15초에 천 만원을 넘습니다. 간단한 한 문장을 조금 느리게 소리내 읽으면 천 만원이란 뜻입니다. 그렇다고 같은 시간에 많은 말을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전달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가능한 한 적은 말로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가능한 한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광고 카피는 좋은 예가 됩니다.


(5) 기자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지식인이어야 합니다. '그해의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최소한 그 해의 서적 정도는 독파해야 합니다. 예컨대 97년이 '문명의 충돌'이었다면 98년 후반기부터 99년까지는 '제 3의 길'이 사상적 흐름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은 인터넷이나 디지털 내지는 지식경제가 되겠지요. 2001년 말은 테러나 아니면 다시 이슬람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그해의 정치인, 경제인, 가수와 가요, 배우와 영화, 소설, 베스트 셀러, 스포츠 종목과 선수. 무한히 많은 '올해의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다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올 때 한번씩 정리해 둔다면 장기적으로는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엄청난 지적인 축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6) 투자를 하라
당장 기사가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주 찾아가면 언젠가는 기사를 얻을 날이 있을 겁니다. 물론 투자 대상을 얼마나 잘 선택하느냐는 별개의 문젭니다. 어려운 취재원에게는 밥도 사고, 술도 사 보십시오. 성의있는 취재원에게는 선물도 먼저 해 보십시오. 취재 기자로부터 진심에서 우러 나오는 충고를 받으면 취재원들도 정말 고마워 할 겁니다.

취재 전 단계의 준비 과정은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운동선수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동계훈련에서 집중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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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확실한 사실(fact)에 입각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재는 발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른바 사스마리(샤츠마와리[察廻]의 와전:경찰팀)를 거치지 않은
기자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이 언론계의 오랜 관습입니다. 다른
직종에서 전직해온 기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쁘게 보면 직종 이기주의일 수 있지만, 발로 뛰면서 취재하는
습관을 기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1) 취재원과 신뢰를 쌓아라
신뢰는 우선 기사에서 생깁니다. 틀림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만
기사화해야 합니다. 의심가는 사안은 기사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런 대원칙이 현실에서는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취재 보도의 경쟁은 치열하고 시간은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말고도 신뢰를 결정할 수 있는 인자는 수없이 많습니다.

취재원으로부터 비보도(off the record)를 전제로 들은 이야기는
보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동료 기자들로부터도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입이 무거워야 합니다. 특히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기자가 A라는 취재원에게, 취재원 B에 불리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고 합시다. A는 당장은 고마와 하겠지요.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그럴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갑)이 A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B에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을까요? 얼마 안가 A는 (갑)을 경계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취재원에게 다른 취재원에 관한 정보를 흘려 주면서
취재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습니다. 빠른 시간안에 새로운 취재원을
개척하는데는 도움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코 이런 방식으로는
훌륭한 기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취재원과 오랜 교부을 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겸손하라
뉴튼을 잘 아실 것입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비롯해서
운동의 3대 법칙, 미적분학, 빛의 성질등 근대 수학, 물리학,
천문학, 광학등 근대 과학의 기초를 닦은 거대한 인물입니다.
대다수 다른 과학자들은 하나를 발견하기도 어려운 업적을
수없이 내놓음으로써 과학사에 길이 남는 인물입니다. 그 뉴톤이
자신의 발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광활한 진리의 바다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도 나는,
해변에서 놀면서 때로는 조개껍질보다 더 매끄러운 자갈을
찾아 헤매고, 때로는 보통 조개껍질보다 더 예쁜 조개껍질을
찾는데만 몰두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렇습니다. 기자는 기자가 되기전 강의실에서 배우거나 기자가 되고 난 후 책에서 읽거나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 그리고 취재원과 접촉해
얻은 정보들이 거대한 빙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자신의 분야에 관한 한 언론인이나 학자들보다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조직 논리 때문에
또는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 때문에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할 수 없고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절대적인 정보의 양이나 질과는 별개로 인식과 전달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기자들이 절대적인 사실(the real fact)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있다고 합시다. 실체는 (을)이란 정치인이
(병)이라는 기업인에게 거액을 받고 A라는 특혜를 (병)에게
내준 것이라고 가정합시다. 이 실체를 A라고 가정합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가 (을)과 (병) 사이에 오간 모든 거래를
다 알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병)이 자신에게 특혜를 준
(을)을 보호하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물고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파악할 수 있는 사실(편의상 A'라고 합니다) 자체가
사건의 실체 A와 정확하게 일치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일선 검사는 수사 결과를 검찰 간부에게 보고합니다.
보고받은 검찰 간부가 파악한 '사건'이라는 또하나의 실체(A'')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 A''를 검찰은 언론에 공표합니다. 물론 검찰은 발표하기 전에
여러 가지 고려를 할 것입니다. 정치,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검찰 간부가 파악한
A''에 덧붙여 A'''라는 새로운 실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사건의 전개 과정을 추적해 보면 네 개의 '실체'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 네 개의 실체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동일체(identity)라면 정말 다행스런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항상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단계를 진정한 실체 즉 진실(truth)라고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대다수 언론과 기자들은 A'''를 '사실'(fact)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조금 취재력 강한 기자들은 그 앞 단계 즉
A, A', A'' 의 어느 한 단계에서 취재하고, 그 결과를
사실(fact)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증이 없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실 보도'의 원칙이 참으로 무색해질 때가 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언론사는 '사실 보도'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도외시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는 '사실'에
입각한 보도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자신이 납득하고
자신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어야 합니다.

(3) 품위를 지켜라
기자들과 자주 접촉하는 사람, 대개 공직자나 기업인이 되겠습니다만
이들의 눈에 기자는 얻어 먹을 줄이나 알지 베풀 줄은 모르는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입니다.

더 극단적으로는 푼돈을 기대하면서 호의적인 기사를 쓰고
취재원에게 불리한 사안을 기사화하지 않는 대가로
광고나 금전 심지어는 이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공갈배 정도로
비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불식됐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나 기업인은, '기자'를 필요할 때 용돈 몇 푼
주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홍보 요원' 정도로 취급합니다.
일부 기자들의 파렴치하고 무분별한 행위가 이런 인식을
뒷받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태로는, 이렇게 전락해서는
취재가 불가능합니다.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선비는 곁불을 쬐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새는 감이 있지만 기자들에게 언론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정도의 급여를 지급하는 언론사가 한국에는 몇 되지
않습니다. 언론이 정도를 걷기 위한 토대가 아직은 채 마련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언론 개혁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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