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 변혁의 정치 리더십 연구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지음, 조중빈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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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는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그 일로부터 파생되는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의 전부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수년 동안 리더의 자질에 관한 연구가 수없이 진행되어 왔지만 통칭 자질론에 대한 논의 자체가 지닌 무한 확장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끌어냈을 뿐이다. 곧 리더의 자질에 관한 연구가 결국엔 리더들의 고유한 자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는 현실적인 인식이 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연구는 리더와 추종자라는 상수에 그들을 둘러싼 환경으로 특징되는 상황이라는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리더십 분야로 넘어가야 했다. 리더의 특정 자질이 추종자들을 추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리더와 추종자는 그들과 인과관계론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대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 또한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역사적 인과관계를 축으로 리더십을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구분하고 있는 저자는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섰던 리더들을 당시 역사 현장으로 불러내 시대 상황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 그들의 리더십 행태를 분석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우드로 윌슨과 펠리페 2세, 시어도어 루스벨트, 드골, 고르바초프 등 역사적 인물들이 리더십을 발휘한 현장을 숨쉴틈 없이 돌아다니며 그들이 환경과 어떻게 조응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에 관해 지나치기 쉬운 단서를 꼼꼼히 찾아가며 추적하기를 마다하지 않은 저자의 수고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은, 그의 책 곳곳에, 숨겨진 보석이 마침내 그 빛을 드러내듯 그런 노력의 결과물들이 강렬하게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어떤 리더가 변혁적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해서 그를 비난하거나 그가 보다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거나 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섣불리 내릴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실패한 리더십 조차 흘려 버리지 않고 자세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저자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인바 그것이, 저자의 숨은 의도를 좀체 간파할 수 없는 독자가 저자의 주장에 우선 몰입하게 되는 기제로 환원됨으로써 저자와 독자 사이에 수용을 매개로 한 일종의 연쇄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그만큼 저자가 자기 주장을 전달하는 장치가 카멜레온적이라는 얘기다. 한편으론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적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과도 통한다. 저자의 리더십 독법이 중층적이어서 저자가 말하는 변혁적 리더십을 일의적으로 규정하기가 또한 쉽지 않지만 거래적 리더십과 연관지어 볼 때 변혁적이라는 형용사가 지닌 본래적 의미대로 변혁은 어떤 사물의 내부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전과 완전히 다른 사물로 바꿔내는 것을 지칭한다. 따라서 변혁적 리더십은 그런 상태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대건 특정한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바라는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리더와 추종자가 공히 협력적 관계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정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상황을 이상적이라고 그리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 변수, 곧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바라던 바를 얻어낼 수 없다.

다시 고르바초프에게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실패한 고르바초프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한편으론 역설일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 우리에겐 실험이 계속되는 리더십이자 여전히 붉은 딱지가 붙은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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