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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사랑하기
빌헬름 게나찌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주인공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 『두 여자 사랑하기』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도발적이다.
주인공의 입장에 서면 두 여자 모두를 기필코 사랑하리라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고 타자의 입장에 서면 그것은 여지없이 두 여자를 사랑하는 부도덕한 한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가슴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고상한 것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잔드라와 지적이고 예술감각마저 뛰어나지만 전혀 가정적이지 못한 유디트 사이에서 종말론자인 주인공, 나는 어느 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에는 그들 모두 서로 채워줘야 할 부분을 반씩 나눠 갖고 있는 터라 생각만큼 쉽지 않다. 추억 속에 생생히 깃들어 있는 잔드라와 유디트의 이미지를 핀셋으로 하나씩 집어내 선택지에 올려놓고 가감해보지만 얼마 해보지도 않고 제자리다. 더 큰 문제는 과연 내가 누구를 선택할만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
등장인물들 또한 의뭉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들의 직업이란 분노 관리사, 역겨움 전문가, 쇼크 연구소 직원, 주정뱅이 비서 등 하나같이 독특하다. 주인공마저 종말론자인 바에야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규범을 강제하는 사회에 보기 좋게 배설하기로 작정했다면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인물들을 내세우는 게 제격이다. 그렇다보니 주인공이 직면한 환경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 모두 자연스러운 데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뻔한 삼각관계를 중심 테마로 세워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될 인물들을 무분별하게 배치해 놓은 저자의 의도를 파헤치기란 사실 독자 입장에서 주인공이 가진 선택의 문제만큼이나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소설적 특성은 독일문학이 저변에 깔고 있는 문제의식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같으면서도 다르게 읽힌다.
독일문학에서 빈번히 마주하게 되는, 무게감이 탁월한 문체적 특성과 이성적 존재에 대한 높은 분석력이 인간 문제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한편으로 스토리 전개상 정해진 구도를 밟아나가면 꽉찬 결말이 눈에 보이는데도 굳이 결말 같지 않은 결말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묘한 형식은 같다. 하지만 심오한 철학이 깃들었다고 보기에 마뜩치 않은 스토리 구조는 일견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일침과 같기에 형식 파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틀어보지 않는 한 현실 속에 감추인 본래적 현실을 읽을 수 없다. 아울러 낯설게 보지 않는 한 언제고 보고 싶은 현실과만 마주한다. 다른 현실에 눈을 뜨게 해주는 소설의 미덕을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