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224
박철수 지음 / 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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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다. 우리의 아파트 청약 열풍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것과 비슷하고, 분양 받지 못한 사람들이 인생에서의 전사자 또는 패잔병으로 전락한 듯한 경험을 맛보는 것도 그것과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판교 분양은 로또로 비교되었다. 집의 최우선 가치가 자산증식에만 맞춰진 사회에서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무리일 것이다.

집이 뭐죠?, 라고 묻는 CF 카피가 있다. 그 카피는 CF를 만든 측의 목적을 떠나 다중으로 하여금 달리 생각해 본적 없는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갖게 했다. 이 책, 『아파트의 문화사』가 그 물음에 일정부분 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파트는 집보다는 작은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아파트 열풍을 보면 마치 집과 아파트가 등치 돼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터라 굳이 전체적인 개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큰 무리없이 집에 관한 얘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내 의향이 마음에 안 든다면, 우리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하고 물어도 좋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의문을 굳이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다. 더욱이 그런 의문에 답을 구하려는 시도라니, 부질없는 짓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이상 열풍으로 관심이 딴 데 가 있는 상태에서 그걸 모른다고 손가락질 할 리 없고,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이 땅이 우리 세대만 살고 말 땅이라면 모르겠지만 애초 그게 아닌 마당에야.

우리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은 가깝게는 우리 세대와 기대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할 다음 세대를 위해 집에 대한 바른 개념을 세우는 중차대한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전도된 가치를 바로 잡는 일이 될 것이고, 향후 관계 중심의 사회를 중심적 기치로 옹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난 이 책의 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모쪼록 나와 독자들에게 이 책이 부지불식간에 굳어버린 사고를 여는 기제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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