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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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결심한 대로 살지 못할까?

삼일 만에 퍼지는 당신을 위한 급 회생 처방

 

 

‘불광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하려면 미쳐야한다는 것입니다. 조금하다 지치면 다른 것을 기웃거리고 이것 찔끔 저것 찔끔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린 대부분 무언가 하려하면 결심부터 하고 봅니다. 결심을 해야 그 일에 대한 추진력이 생기고 전과 달리 그 일에 힘을 쏟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자주 결심만 할 뿐 결심한 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생긴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 삼일이라도 힘을 쏟았으면 그게 어디냐는 말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될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가벼운 결심이라도 결심 한 사람의 입장에서 가벼운 결심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견 대담하게 결심하고 덤볐는데 삼일도 못돼 결심이 꺾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허망하겠습니까. 알리지 않은 결심이라도 며칠 동안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하며 보내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본질적으로 불행한 기억이나 나쁜 기억은 빨리 잊으려는 심리기제를 갖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 심리가 없다면 아마도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등의 곤란을 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 궁금합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내 경우를 봐도 결심한 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의지력은 특정인의 전유물인지 모르겠어?’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아마도 최근에 또는 기억 속에 여러 번 작심삼일을 경험한 분이라면 그 생각에 맞장구를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사는 동안 결심한 대로 이룬 것 보다 결심만으로 그친 경우가 많았던 데서 더더욱 그런 생각에 동의하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의지력은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수준 높은 어떤 이들이 지닌 놀라운 특성이라고 치부하고 보는 거지요. 경험에 의지해 그렇게 믿어버린다고 사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결심했다 좌절하고 다시 결심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 세월은 흘러가고 당신 앞엔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훈장 몇 개만 남아있게 될 뿐입니다. 일견 모든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밟으며 살고 있다고 보면 그리 손해나는 선택도 아닐 것 같습니다.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절대 흰 곰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심리학 교수가 그렇게 학생들에게 주문한 후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친구 만날 생각과 주말에 누구와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느라 부산했을 학생들이 생각하지 말라고 한 흰 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느라 진땀을 빼야했습니다. 교수는 실험을 통해 우울증과 중독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의지력이란 통제하려고 하면 더더욱 그 반대의 결과를 낸다는 역설이 그것입니다.

 

 

 

 

 

교수의 지시니 만큼 학생들은 흰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간 그것이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시간 지나자 느닷없이 흰곰 생각이 큰 폭으로 자리잡아갔고 나중엔 아예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꽉 차 버리고 말았습니다. 불안을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불안 증세에 더욱 시달린다든지, 중독 증상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 게 도리어 더더욱 그 중독에 빨려 들어가는 현상 모두 집착이 만들어낸 반동효과라는 게 실험 결론이었습니다.

 

 

'흰곰 생각 실험'으로 불리는 그 실험의 별리현상에 대해 이 책은 집착을 포기하고 화해하라하고 처방하고 있습니다. 통제하려다가 오히려 말려드는 역설에 또 다른 역설로 대처하라는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버리면 그런 생각과 감정 또한 나를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살다보면 닥친 일의 크기보다는 그 일에 대한 집착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년 전에 전 대략 3개월 동안 눈만 감았을 뿐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잠자리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는 해도 이내 바로 잡힐 거고 전과 같이 푹 잘 날이 올 거라고 단순하게 처리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같은 상태를 불면증이라고 자체 진단한 전 불면증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각종 처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피곤하게 하려고 초저녁 운동을 시작한 건 물론 와인이 도움 된다는 말에 잠자리에 들기 직전 한 두 모금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아지기는커녕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 석 달이 다 되었습니다. 당연히 피곤한 몸은 둘째 치고 이러다가 큰 일 날 것 같은 생각에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처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아마도 어떤 프로젝트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냥 체념한 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프로젝트 때문이건 체념 때문이건 불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린 게 주효했습니다. 불면의 밤을 3개월을 보내고 나서 또 다시 한 달이 흐르고 나서야 ‘어?, 불면증이 사라졌어’하고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어떤 현상을 뿌리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오히려 원하지 않은 결과로 귀착된 셈입니다. 치료는 불면증 자체를 잊은 데서 왔습니다.

 

 

불안의 근원 - 장정아

 

 

저자의 처방은 보다 적극적입니다. 한쪽으로는 버리되 또 다른 한쪽으로는 화해하라는 양동작전으로 저자의 처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보통 사람이 의지력이 박약한 반면 특정인들은 대단한 의지력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결심과 좌절에 대한 생각의 차이와 그 차이로부터 비롯된 훈련의 결과로 생각 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의지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누구든 훈련에 의해 의지력을 키울 수 있을 뿐더러 보다 나은 선택을 한 후 그것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지력을 키우는 첫 단추는 결과를 보면 결심만 하고 끝내는 나의 현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보편적으로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불편한 상대는 피하고 싶어 하는 회피기제를 갖고 있습니다. “올핸 틀림없이 다이어트를 하겠어!”, “반드시 담배를 끊을 거야!” 하는 등등의 새해 결심을 야심차게 해놓고 실천 계획을 빼곡히 세워 며칠 동안 시작에 불을 당기듯 화려하게 팡파르를 울리지만 그것도 잠시 고작 삼일, 길게는 한 달 정도에서 멈추는 행동을 반복하고 보면 다시는 결심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심한 경우 자책은 물론 자신에 대해 경멸조의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징벌적으로 전 보다 더 먹는다든지, 더 많이 피우는 등의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태는 나만 의지가 박약하다거나 의지력은 다른 누군가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믿는 데서 비롯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결심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경멸 또한 사람의 보편적인 습성입니다. 바로 이 부분을 먼저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린 평생을 게으름과 의지박약과 싸워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와 같은 자기 위치에 대한 자각에서 훈련에 대한 의지가 싹틀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의지력을 키우는 다양한 훈련방식을 제시하기에 앞서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먼저 소개함으로써 언제고 맞닥뜨릴지 모를 좌절이 본인 특유의 현상이 아니니만큼 용기를 가지라고 설득합니다. 아무리 좋은 훈련이라도 중간 중간 크고 작은 실패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 실패가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치부하면 훈련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실패 뒤에 놓인 성공을 보기 위해선 적어도 잠깐의 실패가 앞선 이들이 이미 겪은 과정이라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의지력 훈련에 돌입하기에 앞서 다양한 실패 사례를 적시한 것에 대단한 함의가 있습니다.

 

 

이 책의 각 장은 성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핵심개념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충족하는 과학적 결과, 이어 개인적 적용이라는 순서를 밟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같은 실패에 좌절함 없이 과학적 결과를 믿고 자신에 대해 기꺼이 투자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대표팀 감독을 지낸 히딩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하곤 했습니다. 피하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닌 것처럼 피할 수 없다고 해서 힘겹게 그 과정을 밟아갈 필요 또한 없습니다. 어떤 마음자세를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인생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훈련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가면 언젠가 바란 열매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이 실패와 좌절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 도전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불태우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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