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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성경이야기 - 삶을 축복으로 이끄는 성경 레시피
유재덕 지음 / 강같은평화 / 2009년 11월
평점 :
맛있는 음식이 햇살을 타고 우리 앞에 당도했다!!
특별한 음식의 향연. 평소 자주 맛보지 못하는 음식이거나 이국적인 음식일 경우 입맛이 보통 당기는 게 아니다. 기억과 상상을 동원해 그 맛을 추적해보지만 기억과 상상은 이내 주저앉기 마련이다. 그땐 오로지 시각만 살아있다. 그런데 그 시각이란 게 참 묘하다.
눈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시각이 음식을 담아내면 미각이 그동안 섭취한 음식에서 수용한 음식의 맛을 결정하고 후각은 냄새를 맡는다. 기억은 그것들을 저장소에 들여놓는다. 이 일련의 과정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시각이 전달한 음식의 호오를 결정할 만큼 강한 특성을 갖는다. 눈이 지각한 이미지의 강도가 음식 맛을 유추하고 그것을 정보로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 시대가 이미지의 시대임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미지는 완전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왜곡된 이미지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앞서 언급한 상황에서도 유추한 음식 맛은 실제 그 음식 맛과 일치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지는 내용을 담아야 제대로 된 정보가 된다. 성경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성경을 기록한 시기와 그 성경을 읽는 나와의 간극엔 수백 년의 시간이 강같이 흐르고 있다. 그 시간의 간극을 무시하고 무심결에 읽는다면 정확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성경의 배경은 기록된 시기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그 시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준의 언어습관을 담고 있으며, 그들의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해만해도 수백 종의 책이 출간된다. 그 책들 중의 어느 책이든 꺼내 읽는다 해도 우린 읽고 이해하는 데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당대에 출간된 책들은 동시대와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동시대의 책이 아닐 경우엔 다른 독법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요즘 성경을 읽는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어 무척 신선하다. 이 책, 〈맛있는 성경이야기〉도 예외가 아니다.
성경 시대의 음식을 테마로 그 시대 안으로 성큼 들어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보고 그들이 일상적으로 내놓은 음식의 종류와 그 음식에 담긴 의미들을 하나씩 좇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면 보인다’는 말처럼 음식이라는 프레임으로 들여다본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엔 지금 우리가 이웃에서 보는 얼굴이 친근하게 담겨있어 우리 음식 문화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냈구나 하는 당연한 확인을 새삼 즐겁게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곳에 그 사람들과 한 뿌리가 되어 공존했던 식재료들, 그리고 그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서로 나눌 줄 알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씀씀이를 대하며 오늘 우리사회에서 성큼 사라져가고 있는 나눔의 문화를 되돌아볼 수도 있다.
성경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크게 내리사랑과 이웃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은 사랑을 이웃과 공유함으로써 이스라엘 공동체는 보다 강화되었다.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했던 그들의 문화는 고스란히 그들 또한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는 궁극적으로 나그네임을 잊지 않은 결과였다. 나그네 의식이 충만한 그들이었기에 그들이 거주하는 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들을 대하며 그들은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때마다 내려주신 햇빛과 때맞춰 쏟아주신 이른 비와 늦은 비의 혜택임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산과 들에서 자란 제철 채소와 과일들, 그리고 그들이 정성껏 재배한 각종 식재료들 그들이 정주한 그곳 땅과 일체화된 것들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출애굽과 가나안 정착으로 이어지는 그들 역사에 ‘하나님의 은혜’라는 커다란 가운이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착의 역사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면 그들이 오늘 얻은 음식물 또한 하나님의 은혜와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은 광야의 ‘만나’에서 보듯이 일용할 양식에 크게 교훈을 얻은 이들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양식의 일부를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드리고 이웃과 나누는 데 거리낌이 있을 리 없었다.
더불어 그들은 음식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기릴 줄 알았다. 누룩을 먹으며 누룩에 담긴 ‘죄의 전이와 만연’이라는 의미를 되새길 줄 알았고, 렌즈콩 스튜를 먹으며 ‘축복을 헌신짝처럼 버린 어리석음’을 곱씹을 줄 알았다. 양고기를 씹으며 ‘아비가일의 지혜로운 처신’을 새삼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 〈맛있는 성경이야기〉를 통해 음식에 담긴 의미를 되짚어가는 동안 독자는 행로의 대부분을 사람과 땅과 그 소산과 이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에게로 튜닝하게 될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하나님으로부터 오지 않은 것이 없으니 그 결국은 하나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까지 유다를 배려한 예수님의 ‘마지막 빵’을 되새기며 우린 오늘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에 기록된 음식이 음식 자체로 끝나지 않아야할 이유는 그 의미를 담은 저자의 노력 외에 그것에 반응하는 독자의 적극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가 망가지기를 원치 않으신다. 끝까지 보듬는 그 분의 사랑에 사랑으로 반응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엘리야를 먹이신 그분의 사랑과 유다를 섬긴 그분의 사랑은 다르지 않다. 오늘 우리에게 다가온 사랑 또한 경중을 가늠할 수 없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깊어져감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