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빠담 빠담, 파리〉(양나연, 시아, 2009)  

웃찾사의 개그작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양나연의 32살 일탈기.  

29세에 생전 처음 파리를 여행한 그녀였다. 거기서 그녀는 해박한 지식과 다감한 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가이드를 만난다. 그리고 방송작가 외에 가이드라는 직업도 괜찮아 본인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됐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32살 생일에 집앞에서 강도를 당한 후 그녀는 인생과 직업 전반을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이것이 내가 정말 바라던 삶이었을까? 고심의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마침내 파리행을 결심한다. 가이드가 되기로 한 것. 

이 책은 그녀의 파리 가이드 좌충우돌기다. 방송작가답게 매끈한 글솜씨가 일품이다. 문어체 냄새가 말끔하게 사라진 지면은 절친한 친구에게 들려줄 따끈한 소식으로 가득 찼다. 그녀와 함께 비행기에 오르고 파리를 누비는 듯한 착각이 전혀 싫지 않다. 필시 그녀의 필력이 주도한 일이라 연신 감탄을 마다하지 않는다.  

즐겁게 잘 읽힌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 당연. 툭 터놓고 후일담을 나눈 그녀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테크놀로지의 종말〉(마티아스 호르크스, 21세기북스, 2009)

대형서점 내 수개의 진열대 중에서 유독 그 진열대, 그리고 진열대 위에 올려진 수권의 책에 또한 유독 이 책이 눈에 띤 건 전적으로 이 책이 그 자리에 잘못 놓여진 때문이었다.  그 진열대는 잘 나가는 수필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낯선 사물과 낯선 사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란 걸 살면서 배웠다. 그런 낯섦이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낯섦은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기폭제로는 그만이다. 더욱이 그것이 전환기를 마련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한 권의 책과의 만남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보편적으로 책은 저자와의 만남이라고 하지 않던가. 

저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유럽 최고의 미래학자이자 트렌드 전문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메가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이 책에 끌린 건 그와 같은 저자의 쟁쟁한 약력이 아니었다. 아직 저자가 쓴 말인지 출판사가 판매전략으로 내세운 말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지만 책표지에 실린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었다. 

"인간은 뚝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제껏 그려왔던 과학기술의 찬란한 미래는 어디 있는가? 인간은 혁명적 미래가 아닌 편안한 미래를 원한다!" 특히 마지막 문장의 "편안한 미래를 원한다!"는 말이 두 눈에 꽂혔다. 주변 상황이 송두리째 바뀌는 전면적인 변화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는 입장이야 과거 세대나 지금세대나 과히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극심한 변화는 고통스러운 적응과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것을 배운 탓도 있을 게다. 

테크놀로지의 세계가 인간이 만들어갈 세계임을 새삼 일깨운다면 그와 같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도외시 할 수 없을 텐데도 테크놀러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혁명으로 인지되어 있다. 각종 매체가 다루는 바와 같이 테크놀러지가 펼칠 세상이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라는 이미지와 조응하는 한 그것은 혁명적인 변화와 대구를 이루며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불안감을 시중에 유포하고 다니게 된다. 인간 소외의, 인간이 주도권을 잃은, 인간이 배제된 미래가 암울하게 그려지는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전두엽을 강하게 사로잡은 잠재의식적 이미지의 위력이 실로 놀랍다. 

이 책은 미래의 테크놀러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찬찬히 살피고 있다. 인간을 대체할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테크놀로지의 꿈이 어디 과학자만의 소망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과학 관련 서적에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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