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멘토링 - 오프라 윈프리의 상담 코치 필립 맥그로의 특별한 인생 상담
필립 C. 맥그로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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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력으로 달리는 열차도 간이역에서만큼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춘다. 길어야 20여분 정도의 짧은 정차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탑승객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우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삼삼오오 모여 기타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일삼던 청년들은 부푼 방광을 덜어내려 화장실을 분주히 오고간다.

 

그 시각 기관사는 계기판을 재차 점검하고 각종 기계장치의 작동상황을 체크하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을지도. 잠시 간이역 철로변에 내려 뻣뻣해진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던 승객들의 입에서 싱그런 계절, 5월을 마주하는 탄성이 터질 때쯤이면 아쉬운 정차시간은 아쉬운 대로 접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적은 양의 쉼일지라도 그 쉼을 통해 긴장을 이완하고 조금 다른 생각에 여유롭게 빠질 수 있는 시간. 살다보면 실제 그런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간이역은 쉼의 자리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달려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내려놓음의 자리. 그 자리는 간이역에서 승객들과 기관사가 한 행동과 같이 몸을 누이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재충전의 자리이기도 하다.

오프라 윈프리 소송사건을 승리로 이끌어 유명세를 탄 저자 필립 맥그로는 미국 최고 인기 토크쇼인 '닥터 필'의 진행자로 활동하며 「인생 멘토링」을 비롯해 「똑똑하게 사랑하라」, 「인생의 전략」 등을 낸 대표적인 인생 전략가다.

 

저자는 이 책, 「인생 멘토링」에서 자주 자기와 남을 혼동하며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는 현대인들의 현 상태를 적절히 지적해내기 위해 자기주도적인 삶의 의미와 중요성을 풀어내는 데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서서히 간이역에 도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간이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감속이 필수적이듯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이생을 계획하기 위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기 위한 일종의 철학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장치를 통해 내 인생이 과연 제대로 기획된 인생인지, 또는 절망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동인을 갖게 될 수 있다.

 

인생에서 실패하게 되는 주요인 중의 하나는 프레임 설정의 잘못에 있다. '타인에게 비친 나'의 프레임으로 자신을 보고 그렇게 투영된 모습대로 살아간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은 온데 간데 없고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타인의 얼굴을 한 자기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어버린 뒤다. 손쓸 새도 없이 막 뒤로 쓸쓸히 사라질 준비를 해야 하는 때. 그 때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 저자가 말하는 '자기주도적 삶'이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 자리에 자신을 복원해 놓는 일이다. 그 일은 또한 자기결정권을 회복하는 길이며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방책이다.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내 앞에 놓인 인생이 자기주도적 삶으로 화려하게 꽃필 인생임을 자각하는 순간 인생 제2막이 서서히 열리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간이역에 도착했다면 이제 나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볼 시간이다. 이곳엔 '지난 시절, 삶을 변화시킨 결정적 사건들'과 '인생을 바꾼 일곱 가지 선택', '내게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주제어로 등장한다. 인생은 '관계'와 '선택'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환경 또는 타인과 수없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그 가운데서 특정 환경과 타인을 선택한다. 때론 그 선택이 인생에 큰 획을 그을 정도로 결정적이기도 하고 때론 치기 어린 행동에 불을 지피는 한낮의 화약고와 같기도 하다.

 

간이역은 지난날을 돌아보는 데 유용한 시간을 제공한다. 바야흐로 자기주도적인 삶을 결단한 사람이라면 지난날 과오는 털어 버리는 의지적인 노력을 앞서 해야 한다. 일종의 자기와의 솔직한 대면 행위와 같은 이 과정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새로운 선택을 적게 한다는 의미와 일견 통하는 면이 있다. 많지 않은 선택이 '신중하다' 또는 '집약적이다'라는 형용사와 잘 맞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벗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부분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중년 남성 이상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그 카피가 의식을 바꿔놓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자기암시가 필수적이다. 한동안 긍정의 힘을 강조한 책들이 봇물 쏟아지듯 출간되기도 했다. 그 책들이 실천이라는 부분을 균형있게 다루지 못한 점에서 비판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자기암시와 표현에 대한 통찰력은 곱씹을 구석이 적지 않다. 저자 또한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기주도적 삶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성찰에 충실했다면 이제 당신에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할 '실천 메뉴얼'이 주어질 것이다. 저자는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실천 매뉴얼'을 다섯 단계로 구분해 놓았다. 1단계, 인생 사슬의 첫 고리를 찾는다. 2단계,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본다. 3단계, 자신의 내적인 반응의 진정성을 평가한다. 4단계, 참되고 정확한 대안을 생각한다. 5단계, 최소 효과 반응(투입요소는 적지만 효과는 만점인 행동)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 인생이 특정 단계별로 진행된다면 단계별 맞춤식 진단과 처방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인생이란 없다는 점에서 저자의 5단계 실천 매뉴얼이 지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생이라는 계획을 재구획하고 재조정하는 데 채용할만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찾기가 쉽지 않는다는 점은 현대사회가 결과한 또 다른 비극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이 건강할 때 사회가 건강한 이치는 재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생 실패자와 낙오자가 많은 사회란 절망적인 사회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아갈 여지를 보다 일찍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저자의 통찰이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에 근접하지 못한 이론적 측면이 강하다 할지라도 자기 성찰과 긍정적인 미래상을 기획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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