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길돈 - 윤태익 위기극복 콘서트
윤태익 지음 / 지식노마드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마음 먹기에 달렸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하고 싶은 말이 이 말 아닐까 싶습니다. 경영학 박사이자 인하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르다면 어색한 책제목을 달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뜻을 세우고 길을 찾으면 돈이 따라온다."는 저자의 평소 지론을, 각 어구 첫 글자를 따서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뜻길돈〉이 그것입니다.

 

제목만 봐선 언뜻 투자 지침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책엔 돈 얘기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하나마나한 이야기, 바른 생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타 투자 지침서에 질린 독자들, 특히 신물 날 정도로 돈, 돈 하며 목청을 높인 책들에서 맡지 못한 사람 냄새를 맡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을 선택한 독자라면 이내 어이없어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탓에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모자라 근근히 입에 풀칠하고 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돈을 눈에 잘 띄는 표지에 언급하고도 돈에 관한 내용을 빼먹은 것을 저자의 단순한 실수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호기심을 부추기기 위해 출판사가 자의적으로 책 제목을 선정적으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뜻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시중에 넘쳐나는 투자 지침서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서민들의 애끓는 가슴을 달래 줄 요량이었든지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북돋을만한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선의에서든 책은 우선 진정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처음이 책 제목으로 시선을 끌려는 얄팍한 상술을 버리는 데서 시작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나치게 호된 대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마키아벨리즘이 경멸적인 시선을 받는 것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속과 달리 겉만 번지르르한 그릇에 담긴 내용물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다른 것과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내용물이라면 다신 그릇을 보고 선택하지는 않겠지요.

 

요즘 한창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아내에게 이 책의 출판 의도가 남다르니 읽어보라고 선뜻 건넨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이 선택의 제일 기준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같은 부류의 책과는 다른 구석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에 전적으로 기댄 제 잘못이 우선 지적되어야 하겠지요. 선택은 독자의 몫이니 출판사의 잘못은 나중 문제겠습니다.

 

둘째, 진정성은 내용의 현실성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데 그 원천이 상당부분 막혀 버렸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차상위 계층 여러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배가 부르면 남 사정 모른다'는 말이 제 경우에 정확히 들어맞는 통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화소연할 힘조차 잃은 분들의 고통스런 현실은 별 도움이 안 되는 '서푼짜리 지원'이나 위로랍시고 실제 도움도 되지 않는 '뻔한 말'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알려주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조금 살만할 때나 가능한 말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당장 손에 돈이 쥐어져야 할만큼 어려운 때입니다. 고기를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말만 무성히 하지 말고 고기를 잡아주든지 고기 잡는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주든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선 직설화법으로 돈 버는 법을 가르쳐주는 투자 지침서가 보다 솔직하다고 해야겠지요.

 

저자의 이력이 책의 완성도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진 출판물은 시장에 좌절감이라는 부산물을 쌓을 뿐입니다. 자기계발서의 한계가 다 그렇다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 이 책은 실제적인 재테크에 대한 도움을 얻으려던 아내의 손에서부터 떨어져 나갔습니다. 제겐 별 의미 없는 책이라는 인상을 부단히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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