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춤추면 코끼리도 춤춘다 -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 강력한 힘
이서윤 지음 / 이다미디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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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직전과 직후 줄곧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부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 홍수처럼 쏟아진 때가 있었다. 당시 자금 흐름은 낮은 금리수준과 소폭상승과 급락 기조를 이어가는 주식가격 등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보여준 추세를 따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고 있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투기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기제로 작동하기를 바랐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시장 중심으로 활황세를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한 반면 청약과 부금 등을 부으며 주택을 구입할 꿈에 부푼 서민들의 꿈은 현실 저편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예상과 달리 종합부동산세의 납세자 수가 30만 명(국세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7년 종부세 총 납세인원은 50만 5천명으로 2006년 대비 48% 증가)을 돌파하자 서민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득세 및 등록세의 세율을 낮춰 구입비용은 최소화하고 고율의 양도소득세는 현행을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양도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세력을 부동산 시장에서 몰아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서민들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부담이라는 진입 장벽에 막혀 시장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매몰되고, 양도 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세력은 최소한의 구입 또는 관망세로 돌아섬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IMF 학습으로 정부가 금융감독원을 동원한 시장조절 기도에 은행권이 꿈쩍 않고 대출금리 인하에 미진하게 반응하는 전례 없는 일이 반복된 것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과잉 투자를 막는 기제로 작동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부동산 구입은 계속되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될 조짐이 있다는 진단과 아직 고점(高點)은 멀다는 예측이 팽팽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은 둔화되었지만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부동산 관련 서적의 시장 수요도 만만치 않게 형성된 상태였다. 전례 없이 많은 수의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름을 날린 블로거들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전례 없이 실전 투자 붐이 일었던 것. 종자돈을 만드는 법에서부터 그 종자돈을 굴리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전 위주의 서적 출판은 부동산 시장을 더욱 달구었다.

 

'실전에서부터 실전까지' 라는 출판 모토는 당시 법칙과도 같았다. 그런 경향은 확실히 눈에 띄는, 결국 검증 가능하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달리 보면 보다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신뢰를 얻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상태라고 해도 시장의 요구는 '검증가능성과 실현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투자 지침서의 출간 흐름이라는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검증가능하지 않고 실현가능성 또한 의심스러운 기법에 의지하고 있어 의아스러움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일찍이 할머니의 영향으로 주역 공부에 빠졌다고 했다. 그 시절에도 사주와 관상을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니 확인 여부를 떠나 놀랍다. 그가 이 책을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논문을 남겨둔 상태에서 썼단다. 학문과 실제는 별개의 것일 수 있다. 과학적 판단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과학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선 사주와 관상에 기댄 그의 선택은 극히 주관적인 선택으로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지만 그가 이와 같은 책을 냈을 때는 다르다.

 

저자의 주장처럼 사람의 일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람 나고 돈 났다'는 말과 달리 사람 보다 돈을 우선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토에 일침을 가하려는 저자의,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사람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결정하는 투자 방식이라는 화두를 그가 던져 놓고 다른 한편으로 운명론에 빠진 것은 논리모순이다.

 

부자 운을 타고나도 A가 A의 방식으로 부를 획득하면 B는 A가 아닌 B의 방식에 따라 부를 얻지 않을 수 없다는 저자의 코칭은 맞춤식 처방이라는 합리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반대로 그 처방 이면에 숨은 독설, 곧 부자 운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부자 될 마음조차 품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내재되어 있어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부의 이상에 대한 그의 관점을 무색케 한다.

 

부자 될 사람, 권력을 가질 사람, 학자가 될 사람 등 타고난 바탕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힘써 살아야 하는지 그 의문에 그가 답해야 할 것이다. 이는 변화가능성에 대한 결정권을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운명에 맡기는 것이어서 그의 주장과 형용모순을 낳고 있다는 점을 그가 아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의 여러 곳을 뒤적여보았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원래 부자로 태어났"으며 "운은 움직이는 과학"이라는 앞 뒤 띠지에 적힌 말의 선정성 외에 달리 찾은 게 없었다. '경영학과 행정학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면서 운명학의 과학화를 시도하는 신세대 운테크 컨설턴트'로 소개된 그가 대중적 설득력이 약한 운명론에 기댔다는 비판을 가리기 위해 경영학과 행정학을 들러리로 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때마다 재현되는 아파트 청약 붐과 돈이 된다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주식투자 등 부에 대한 사회적 광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돈을 거머쥐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재무상태를 벗어난 무리한 투자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방'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자신의 재정형편을 고려한 합리적인 투자와 기업의 장래성과 발전가능성에 투자하는 미래가치형 투자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소문과 감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결과를 운명에 맡기는 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더욱이 책임 있는 지식인이 그렇지 않아도 운명주의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시장에 위험신호를 알리는 경광등이 되지 못하고 그것을 부추기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옳지 않다. 저자의 집필 의도가 비록 부에 대한 서민의 좌절감을 일으켜 세우고 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꿔보려는 뜻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이와 같은 책의 출판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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