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사장학 - 대한민국 사장들을 위한 생존전략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1인 미디어 시대를 연 장본인이 강준만이라면 시장에서 통하는 1인 기업가의 그것은 공병호에게 돌려야 할 듯싶다. 그는 보수적 가치를 지선(至善)으로 삼는 대표적 지식인이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전업저술가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자유기업센터와 자유기업원 초대 소장을 거쳐 현재 공병호 경영연구소를 이끌며 연간 300회 이상의 강연과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변화관리와 경영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경험을 살려 60여종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그렇다고 그가 낸 60여종의 책이 변화관리와 경영경제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 그 안에 경영서와 영어학습서, 자기계발서가 망라되어 있을 정도로 그가 글감으로 삼는 소재의 영역이 의외로 넓다.

 

최근 그는 자기계발과 국가적 발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인다. 〈10년 후, 한국〉, 〈공병호의 10년 후, 세계〉, 〈3년 후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 〈공병호 미래 인재의 조건〉, 〈공병호 인생의 기술〉,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책, 〈공병호의 사장학〉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작과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만 조금 다를 뿐 이 책이 경기침체와 경제위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사장의 고민을 다루고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전략을 코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부가 개인과 기업의 부의 단순 합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세가 국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 경제구조 하에서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사장의 선택과 집중이 국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이 책 또한 그가 관심을 갖는 영역 밖의 문제를 다룬다고 보이지 않는다. 책은 총 2부 1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장이 갖춰야할 특정자질을 전문성, 판단력, 실행력 등 14개의 주제어에 담고 있으며 2부는 기업 내부의 조직을 효율적으로 구조화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1부는 일종의 리더십 특성의 집합장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과 부단히 상호작용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현대 기업은 과거와 다른 리더십 유형을 요구받는다. 고전적 리더십은 리더에게는 추종자가 범접할 수 없는 고유한 자질이 있다는 가정 하에 특정 자질을 갖춘 리더를 찾고 그 아래 추종자들을 일사불란하게 배치함으로써 특정 목적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현대적 리더십은 환경 변화에 가변적인 상황적응적 리더십이 주를 이룬다.

 

현대적 리더십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십 유형에 주목하는 바 추종자들을 일방적으로 견인하는 경직적인 태도를 벗고 추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관계중심형 리더십 특성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1부에 적은 리더십 유형은 고전적 리더십이 분류하려고 시도한 리더의 다양한 특성을 14개로 정리했다는 의미 외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그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경제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의 고단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장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상황과 연결 지으면 1부의 내용을 고전적 리더십 유형의 단순한 나열이라는 비판이 터무니없을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때, 이미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목적 또한 여기에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저자가 분류한 리더의 특정자질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영상 곤란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 사장에 특유한 자질이라기보다는 어느 조직과 사회든 리더라면 그 정도의 자질은 있어야 한다는 일반론에 가깝다는 점에서 '분량을 늘리기 위한 단순 삽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저자가 같은 서문에 '이미 사업 세계에 몸담고 있는 사장들만이 아니라 자기 사업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분들이나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것처럼 자기 사업을 계획하는 분들과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마저 파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다.

 

이 책의 핵심 부분은 2부에 실려 있다. 2부는 '상품과 서비스', '영업', '조직관리', '재무', '인재' 등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세밀하게 기록해 놓았다. 특장은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감정이입에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에서도 보았듯이 저자는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사장들을 만나며, 피부로 체감한 그들의 고충과 문제점들에 대해 분명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그와 같은 노력이 2부에 화려하게 꽃피웠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기업경영에 대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현실을 내밀히 들여다 본 컨설턴트나 기업 관계자가 아니면 기술할 수 없을 정도의 현실감을 갖추고 있다. 2부의 각 장에 인용된 기업의 성공과 실패사례는 저자의 시장분석과 성공전략에 신뢰를 더해준다. 지루하기 않게 읽히는 장점까지 주고 있으니 일석이조. 저자가 전업저술가의 1인 기업가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부분이라는 데 후한 점수를 기꺼이 주고 싶다.

 

경제위기의 한파가 여전히 그 세력을 거두지 않은 이때, 특히 중소기업의 부침이 심하다는 점에서 고급정보의 접근성 제한과 전략의 부재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학계와 재계, 그리고 저술가들 사이에 활발히 펼쳐지고 있어 훈훈하다. 이 책이 그런 조력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의 기대대로 이 책이 '이미 사업 세계에 몸담고 있는 사장들만이 아니라 자기 사업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분들이나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두루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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