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매뉴얼 -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부자들의 투자전략 부자학 연구학회 총서 4
한동철 외 지음 / 북웨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부자 되세요."

 

수년 전 모 탤런트가 CF에 출현해 한 말이다. 당시 그 말은 "건강하세요", "오래 사세요" 등 널리 퍼진 새해 덕담과 자리를 바꿀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평소에도 '부자 되라'는 말을 건네야 제대로 인사치레 하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직장인들 사이에 그 말이 심심치 않게 오고갔다. 그만큼 위세와 파급효과가 대단했다는 얘기. 기세가 한풀 꺾인 요즘이라고 달라지랴.

 

달라진 건 있다. 부자 되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주고받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사람들 대부분이 부자 되기를 포기한 걸까? 아니다. 말 이면에 자리잡은 '부에 대한 욕망'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는 편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주택 청약에 몰리는 사람들. 고수익이 난다는 펀드를 좇은 사람들. 목 좋은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 가히 사람들 앞에 부와 관련한 어떤 형용사든 넣어도 말이 될만한 시대다.

 

언제든 기회만 되면 부자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세간의 욕망을 무작정 탓할 일은 아니지만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부를 좇는 현상에 대해선 일정부분 선을 그을 필요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하시리라 믿는다. 다만 그 방법과 한계를 분명히 해야하는 문제는 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뾰족한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 자본주의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현상 중의 하나라는 편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의 모범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편의 좌우를 기웃거리는 혼란을 여태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십 수년 전 '중심의 괴로움'을 노래한 한 시인이 있었다. 시인은 중심의 괴로움을, '누구나 한번은 생의 중심에 서는 때가 있고 중심으로의 이동은 누가 등 뒤에서 떠미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실현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중심에 서서 구심력으로 그 바깥을 끊임없이 견인해야 하는 위치에서 오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그 중심을 '부를 욕망하는 사회'에 시선을 맞춰 풀어보고자 한다.

 

'구심력과 중심의 괴로움'의 관계는 '원심력과 중심의 한계'와 같다. 중심에 서면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심은 외부에서 오는 동력, 곧 원심력에 의해 통제되고 그것에 끌려간다. 부에 대한 욕망이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다 부를 향해 좇아가니 나 또한 따라가는 구조. 그 구조 속엔 성찰도, 반성도, 분명한 계획도 없다. 한참 지나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통탄한다.

 

부나방 같은 삽시간의 쏠림과 몰입, 그리고 몇 사람만의 샴페인 파티와 대다수의 때늦은 후회. 부와 관련된 서적들이 최근 전적으로 부에 시선을 맞춘 데서 벗어나 그 부를 욕망하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조금씩 이동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과거 관련 서적들은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독자를 부추긴 후 그 책임을 전부 독자에게 돌린 탓에 비판이 많았다.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지만 무책임하게 책을 쓰고 세간의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상술로 도마에 자주 오르내렸던 것.

 

그런 비판을 희석할 의도였건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런 변화가 왔건 객체(부)에서 주체(부를 얻으려는 사람)로의 시선 이동은 일견 바람직하다. 다만 그런 변화가 또 다른 형태의 상술과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면 전과 다른 수위의 비판에 직면할 터. 그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이 책, 〈부자 매뉴얼〉도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전의 책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미미한 변화다. 중심 주제는 여는 책과 다를 바 없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접근방식에 있어 두드러진 차이는 이 책의 저자가 '부자학 연구학회'라는 정도다. 학회를 설립하고 '부자학'-과연 부자와 학이 연결될 수 있느냐는 의문과 별개로-을 학문적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시도는 부에 대한 사회적 욕망을 경원시 한다든지 또는 반대로 지나치게 몰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다든지 하는 극단을 벗어나 자유롭게 부를 광장으로 끌어내 연구하고 투자하는 미래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뒷표지 안쪽에 붙은 '부자학 연구학회 소개' 정도로는 학회의 성격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다만 이 학회가 부에 대한 지나친 욕망과 부에 대한 뿌리깊은 터부의 간극을 메우는 데 기여하길 바랄 뿐이다. 이 책, 〈부자 매뉴얼〉이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면 많이 미흡하다. 정해진 지면에 상당한 분야(주식, 증권, 채권, 펀드, 부동산)를 담으려다보니 어느 한 분야도 세밀하지 못하다. 전반적으로 '부에 대한 이론적 토대 마련'과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한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주춤한 인상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로 저자와 독자 모두 위안을 삼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시도하고 있는 '부에 대한 이론적 토대 마련'마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욕망이 결과한 사회적 손실 측면에서 정교한 경제학적 이론과 해박한 실물경제 지식을 갖춘 투자자의 양성에 대한 요구도 시장에 만만치 않게 형성되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저자들 대부분이 현직 교수라는 점에서 그들의 고민이 상당하리라 짐작된다.

 

첫 장을 '투자를 하기 전에 알아야할 사항'에 할애하고 '우리나라의 부의 구성', '인구구조와 부의 변천', '개인재무상태의 점검', '종자돈과 월급에 대한 이해(소제목을 일부 조정)', '투자심리',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통한 투자심리의 한계 극복' 등에 상당 지면을 배분한 것은 부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마지막 장, '부자들에게 배우는 투자 전략'에서 부자들의 투자성격과 전략, 특징을 그들의 부에 대한 태도와 생활습관에 초점을 맞춘 것 또한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머지 3개의 장은 실전 투자 지침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에 대한 추구는 사회구성원의 정당한 심리다. 그렇다고 그 심리가 부에 대한 욕망의 극한으로 치달아 사회 전체적으로 그 부분에 몰입하는 건 좋지 않다. 사회는 전 분야가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그 길로 매진하여야 한다. 부의 증진도 그 한 분야다. 다 분야의 약진이 부의 증진을 결과한다는 특징을 아울러 갖고 있다는 것이 타 분야와 조금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안에서만 보면 내가 전력투구하는 분야가 최고인 것 같은 착각과 함께 내가 속한 분야가 성장을 거듭하면 다른 분야 또한 그럴 것이라는 자기 중심성에 빠지기 쉽다. 중심은 바깥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외부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벌어진 각종 위기 상황, 특히 금융위기는 중심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 분야가 사회 전반적으로 일개 분야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감을 갖추어야 한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기분이야 단연 최고다. 그렇다하더라도 샴페인이 터질 때 주변으로 뿌려지는 파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회장 주변에 산포된 샴페인은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다. 치우는 일은 주빈의 몫이다. 성장에만 착목하면 그런 부산물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치워야 한다는 것을 놓치기 쉽다.

 

이 책이 실전투자전략과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사람이며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이 그에게 있다'(당연한 말임에도 자주 잊혀진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옳다. 투자와 그 투자에 따른 정당한 대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투자를 하기 전에 시장 상황과 개인재무상태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투자는 중심과 주변을 고루 보는 통찰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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