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의 경제학 - 웹2.0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폴 길린 지음, 최규형 옮김, 세이하쿠 감수 / 해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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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 후로 블로그는 기존 미디어의 형식에 일대 파란을 불러 왔습니다. 가장 큰 파란은 어느 누구나 웹에 글을 쓰고 올릴 수 있게 된 데 있습니다. 기자 또는 학자 출신의 전문가들이 대부분 생산하던 글 마당에 일부 자리를 마련했던 초창기 블로거와 달리 요즘 블로거들은 자신의 컨텐츠를 책으로 묶어내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글을 생산하는 주체의 확대가 그 파란에 수위를 점한다면 글의 소재와 주제가 확장된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 이르는 충실한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양성은 각 주체들이 자유롭게 자기 존재를 알리고 의사를 전달하는 공론장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신문이나 매스미디어 등의 근현대 매체들은 하나같이 일정 자격을 취득한 특정인들만이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장벽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연 장벽 너머로 존재감과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 계층은 소외되고 배제되었으며 특히 현대사회가 지식사회로 이행하면서 정보취득의 기회와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은 더더욱 고립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 균열을 낸 것이 인터넷입니다.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장벽 사이로 드러난 인터넷 환경은 현실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가상공간이었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또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버젓이 주소를 갖춘 세계. 그 속에선 어느 누구도 존재감을 잃지 않았으며 어떤 장벽도 제 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보는 마침내 계층을 상관하지 않고 각 주소에 막힘없이 유통되었고 소외계층의 주소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정보독점이 기세를 잃은 바탕 위에 화려하게 꽃피운 것이 블로그입니다.

 

정보는 투박하게 말하면 전달하려는 정보와 취득한 정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는다면 정보는 독점 또는 과점의 형태를 띠고 특정 계층에 집중될 것입니다. 블로그는 전달하려는 정보와 취득한 정보에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정보 쌍방향성을 고도로 구현하는 동시에 주소 내 거주자들 사이에 협력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소외를 밀쳐내고 소통을 그 중심에 옮겨 놓습니다.

 

이 책, 〈링크의 경제학〉은 '웹 2.0 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한 책이라는 희소성을 갖고 있습니다. 블로거의 영향력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블로거들의 지위를 특정 시장을 쥐락 락하는 위치로까지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같은 부류의 책과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습니다.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이용하는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것과 비례해서 요즘 시장은 블로거들에게 시사회 또는 시제품 등을 사전 점검하는 역할마저 부여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들의 반응이 중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행해진 우수 블로거 연말 시상과 막대한 시상금을 걸고 인터넷 서점과 출판사가 벌이는 독후감 모집 등 블로거들을 이용한 마케팅의 형식과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위치에 머물던 블로거들이 바야흐로 시장 주도세력 또는 시장 창조자로서의 지위를 만끽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영향세력의 범주를 '소셜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소셜 미디어는 블로그를 포함해 팟캐스트, 위키, 비디오블로그 등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백만에서 1억 이상의 운영자를 두고 있는 거대 미디어입니다. 이들 소셜 미디어는 '전통적인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군림했던 주류 미디어(신문, TV, 라디오)의 쇠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매체 환경에 주목하고 그들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시장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가는 시장 개척자이자 새시장을 형성하는 창설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입니다. 그 기능들은 오래 전에 기업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것들입니다.

 

태동 이후 20년을 갓 넘긴 청년 매체의 역동성은 일찍이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세를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는 데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것이 기술발전입니다. PC 생산과 보급, 소프트웨어의 적기 개발, TCP/IP 표준 마련 등의 사용기반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소셜 미디어의 시대는 조금 더 기다려야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는 기술발전에 힘입은 바 큽니다. 기술발전에 이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는 양축의 바퀴처럼 서로를 끊임없이 견인해갈 것입니다.

 

저자는 기술발전과 더불어 지배력을 넓혀나가는 소셜 미디어를 기업이 직접 다루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시합니다. 저자는 단순히 블로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을 넘어서서 그들이 구축한 환경, 곧 상호 연쇄망을 형성하며 링크로 결속된 쌍방향성의 다양한 양태를 적극 수용하는 차원에서 기업 블로그의 활용 가능성을 내다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자사가 생산한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의 불만을 처리하는 단순한 흐름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함으로써 시장의 변화상을 기업 내부에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적용하는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기업이 보다 우월적 입장에서 환경과 상호 작용하던 때는 지금과 같이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활발하지 않던 때의 일입니다.

 

확연히 변화된 환경 속에서 기업 블로그는 기업 홈페이지가 수행했던 소비자의 불만 처리라는 제한적인 소통에서 벗어나 블로그가 내장하고 있는 확대된 소통의 도구로 기능하며 기업에 활로를 모색해 줄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의 시장 지배력을 기업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시장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의 현재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세상. 그것은 소비자가 소셜 미디어를 장착하고 지배력을 확대해 가는 세계입니다. 향후 소셜 미디어는 제품 시장을 넘어 정부 정책 등 사회 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미디어가 추구하려는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소셜 미디어가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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