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문제해결 과정의 연속.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그 말은 주로 인생을 빗대어 쓰이곤 합니다.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비단 인생 전체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린 일상적으로 문제에 부딪히며 문제로 고민하고 그 해결에 부심합니다. 그만큼 문제는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제는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하게는 좋은 문제, 나쁜 문제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해결 방법은 각기 다릅니다. 좋은 문제는 즐겁게 껴안으면 되지만 나쁜 문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문제, 복잡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 둘 또한 해결 양상은 판이합니다. 전자는 몇 가지 대안 중에서 선택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후자는 보다 많은 대안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대안의 선택지가 넓을수록 문제해결의 끝이 보일 것입니다.

 

문제해결에 근접한 대안 마련의 꿈. 우린 그 꿈을 문제해결기법에서 찾습니다. 팀빌딩(Team-Building, 집단이 과제를 달성하는 방식을 개선하도록 도움을 주고 집단구성원들이 대인기술과 문제해결기술을 강화하도록 도움을 주는 광범위한 계획적 활동), 델파이 기법(Delphi technique,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한 문제해결 및 미래예측 기법, 전문가 합의법), 추세 외삽법(경험한 사실들을 근거로 미래의 변동추세를 예측), 시나리오법(어떤 현상에 대해 미래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여러 대안을 찾아서 각각의 전개 과정을 추정하는 방법), 트리즈(Triz, 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창의적 문제해결기법) 등 문제해결기법의 수는 문제의 수만큼 많습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문제해결기법 중 하나인 시나리오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로 KT&G, KT, SK텔레콤, 삼성전기, (주)한진, LG전자, 한화S&C, 웅진코웨이 등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시나리오 경영에 관한 프로젝트와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저자의 화려한 실무 경험이 이 책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 방식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특정 사건이 발생한다고 가정한 다음, 그 사건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역으로 거스르며 따져보는’ 퓨처 백워드(Future Backward)와 달리 퓨처 포워드는 ‘현재 파악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재료로 미래의 시나리오를 펼쳐보는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퓨처 포워드는 마치 비디오 테이프를 되감아보면서 ‘지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재구성법’이라고 부릅니다.

 

퓨처 포워드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을 저자는 7단계의 절차에 따라 수행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무엇을 의사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핵심이슈 선정’이 관건입니다. 2단계는 ‘무엇을 알아야 의사결정할 수 있는가?’(의사결정요소 도출), 3단계, ‘변화동인은 어떠하며,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변화동인 규명), 4단계, ‘의미 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시나리오 도출), 5단계,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서술할 수 있는가?’(시나리오 쓰기), 6단계,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대응전략 수립), 7단계,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까?’(모니터링)

 

이상의 7단계는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이해하는 주요한 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단계별 추진 시나리오가 단순히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조망하는 차원에서 그친다면 현재 발생한 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적절치 않을 것입니다. 저자 또한 이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과 개인이 처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종적인 목적이 있다‘(p69)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현실 속의 크고 작은 문제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확실성은 인지와 불인지, 또는 그 경계에서 또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 속에 닥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의 정도를 구분하고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한 첫 번째 단계, 곧 ‘문제의 정의’는 단순히 시나리오 플래닝의 첫 단계라는 의미 이상의 중요성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위와 같이 7단계의 시나리오 과정을 거쳐 정의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은 교조적입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이 현재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미래에 발생가능한 상황에 대해 사전에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펼쳐 보임으로써 미래에 대처한다는 의미에서 상황적응성이 높은 기법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기법 또한 적용하려는 이가 현재의 불확실성을 정의하는 데 있어 지적 한계 내에 있다는 제약 조건을 전제한 기법임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언급한 다양한 문제해결 기법 중 하나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집중 서술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탁월하다는 인상을 주는 점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 기법의 문제점과 제약조건을 상세히 기술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균형감각은 장단점을 제대로 응시하는 데서 옵니다. 열린 자세로 단점을 인정하고 그 단점을 최소화하려는 꾸준한 노력을 펼칠 때 비로소 그 기법은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www. 12manage.com이 언급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피해야할 함정’은 곱씹을 만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피해야할 함정 1. 시나리오를 단순히 미래예측으로 취급하는 것, 2.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예 : 낙관 또는 비관), 3. 범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4. 시나리오의 초점을 기업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맞추지 못하는 것, 5. 시나리오를 참여적인 학습이나 전략형성이 아닌, 정보제공 도구나 지침으로 취급하는 것, 6.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세스에 관리팀을 개입시키는 적절한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하는 것, 7. 시나리오 디자인에 상상력이 풍부한 자극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 8. 경험있는 퍼실리에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생소하고, 그래서 사용도가 일천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유효한 도구로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기법에 내제된 약점을 공개리에 드러내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본질적으로 저자가 실무에서 활용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문제해결 기법 중의 하나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기법이라고 해도 그 기법으로 미래를 전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벌어질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미래에 존재할 유동성 보다 훨씬 유동적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기법을 사용하든 그 기법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기법이 지닌 장점을 최대화함으로써 유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중단없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칫 기법이 지닌 장점에 경도되어 그 기법이 표창하고 있는 해결책을 맹신하는 부작용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함정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은 내적 변수와 외생변수를 두루 조망함으로써 현실적합성이 높은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법 사용자를 배제한 채 추세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기법과 달리 사용자를 기법 내부에 적극 끌어들여 제시된 상황을 분석하고 조합하는 일련의 문제해결 과정에서 진퇴와 피드백을 거듭하는 참여형 문제해결기법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각 단계별로 수행해야할 과제를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는 한편 각 단계의 말미에 '단계 1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 바로잡기'를 두고 오독한 부분을 짚고 있는 점 또한 돋보입니다. 저자는 7가지 시나리오 플래닝 단계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결론적으로 미래 예측에 필요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리스크'를 거친 최종 시나리오의 탄생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하는 데는 회의적입니다. 저자 또한 그 점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법이라도 그 기법을 받아들일만한 조직 문화가 구축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저자가 거의 끝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13장에 '시나리오 문화의 구축'을 쓴 이유일 것입니다. 저자는 경영진 및 사내 전문가의 참여 유도, 시나리오 전담 조직의 설치,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 올 예측불가능한 변수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니다. 통제불가능 변수를 줄이려는 고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변수의 종류와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문제해결에 부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즐기려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해법은 문제가 현실로 닥치기 전에 예측하고 분석하려는 사전적인 노력을 첨병으로 세웁니다. 개인과 조직이 이 부분에  공통된 의식을 갖고 있다면 현실과 미래에 도전해볼 만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그 열기에 기름을 부을 것입니다. 

 

● 퍼실리에이터(faciliator)는 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 참석자들의 참가를 유도하고 회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공공 혁신 미녀 삼총사가 떴다', 박수진 기자, 한국경제, 200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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