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余命 : 1개월의 신부
TBS 이브닝 파이브 엮음, 권남희 옮김 / 에스비에스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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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실이 보다 영화적일 때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진짜야", "정말이야", 하는 감탄을 동반하는 현실 앞에서 우린 자주 영화 같다는 말을 뱉습니다. 대부분 그 말은 행보다 불행한 현실을 대할 때 더 자주 목격됩니다.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된 취재. 놀랍게도 주인공은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20대의 여성이었습니다. 더없이 맑은 얼굴과 터질 뿜어 나오는 생기는 여느 2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1년만 지나면 병상을 훌훌 털고 일어나리라, 어느 누구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골은 그의 길 한복판을 깊숙이 가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갑작스럽게 악화된 병과 함께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자취는 그 길 위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진실이 있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사람은 죽음에 맞서지 못합니다. 고로 사람은 죽음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예정된 죽음을 향해 항해를 거듭하는 동안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떨굴 것인지, 한번 멋지게 살아보자고 주먹 쥔 손에 힘을 줄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죽음에 맞서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죽음보다 무섭다 하는 절망적인 선고 앞에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힘없이 떨구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인생은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1개월 후 사망이라는 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천금같은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같은 무게의 사랑을 도탑게 쌓아갔습니다. “매일 뭐하고 있어?” “살아 있어.” 어울리지 않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생의 의지를 불태웠을 그들의 애절한 삶을 영상과 책으로 보고 읽은 시청자들과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더 이상 일상적일 수 없을 때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엔 먹먹한 눈물이 켜켜이 쌓입니다. 더불어 내게 주어진 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카메라 앵글 앞에 섰던 이유였을 간절한 생이 누군가에게 의미 없이 소비된다면 그것은 도처에서 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이들에게 죄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허비한 오늘이 어제 그토록 살기를 열망했던 이의 내일'이라는 점을 결연히 깨우쳐 주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여전히 남아서 내일이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삶은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책망하며 그들의 등을 크게 후려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죽음이 정말 가까이 있다'고 미리 절망할 필요도 없지만 '죽음이 아직 멀다'고 대충 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죽으면 끝'이라고 생을 회의한다면 크게 벗어난 것입니다. 성경은 죽음 뒤의 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생이 이생의 길이에 견줄 수 없을 만큼 길다는 점을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음대로 살게 됩니다. 죽음 뒤에 있는 영생. 그 영생을 영원한 벌과 영원한 복으로 가를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듯 이 세상에서 성실하게 사는 데 달려 있지 않습니다. 나를 만든 분이 계심을 믿고 그분을 나의 주로 받아들일 때 나는 비로소 영원한 벌이라는 선고를 벗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의 절망적인 선고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또한 알 수 없다고 외면한 다음 생에서 받게 될 선고입니다.

 


아쉽지만 그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견뎠을 생은 하지만 다음 생에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의 1개월의 생이 충분히 견딜 만했다면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확실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누렸을 1개월의 생, 그리고 우리가 살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는 수십 년의 생은 의심 없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외에 필요한 것이 더 있습니다. 죽음 이후의 생이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면 지금 나를 지으신 분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분은 당신을 지금과 전혀 다른 삶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더없이 소중한 1개월의 생 뿐만 아니라 영원한 생을 보장할 분은 그분밖에 없습니다. 한번뿐인 생, 아무렇지 않게 살 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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