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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 대한민국 100년을 먹여 살릴 창조적 소수자
전하진 지음 / 오푸스 / 2008년 12월
평점 :
교수와 의사,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우선 대학부터 가야한다? 그렇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시트 엘리트다. 시트 엘리트는 정규 코스를 밟아 목표한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도식화한 성공 시스템에 승차한 후 그곳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당신 역시 시트 엘리트다. 시트 엘리트는 자리 보전형의 다른 이름이다. 그들은 지극히 현상유지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비즈 엘리트는 상황 도전적이다. 그렇기에 현실에 안주하기를 한사코 거부한다. 목표를 지향하되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 또한 기존 시스템에 기대는 방식을 버리고 기꺼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이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또한 태생이 비즈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익히 저자는 오늘의 '한글과컴퓨터'가 있게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글과컴퓨터'의 2대 CEO로 모습을 나타낸 그는 창의적인 생각과 공격적인 경영으로 '한글과컴퓨터'의 가치를 천문학적인 숫자까지 오르게 했다. 이후 그는 수입과 명성이 보장된 그곳을 나와 여러 방면을 촉수를 뻗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이력의 그가 창조적 소수라고 할 수 있는 비즈 엘리트를 칭송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는 개인적인 경험과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조우하면서 2차적으로 습득한 경험을 살려 비즈 엘리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좀 튀는 일이다 싶으면 주변에서 비판을 하거나 말리기 일쑤다. 어떻게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찾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일만 튀지 않게 하는 것이 다치지 않는 방법이고 그렇게 자리를 유지하고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 목표인 시트 엘리트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 편안함을 거부하고 모두가 바라는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꿈과 목표다. 비즈 엘리트에게는 언제나 이뤄야할 새로운 목표가 있다.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이라면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이라 해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리에 연연할 수가 없다.〉(p57)
저자에게 비즈 엘리트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가뿐히 넘겨줄 전략가이자 리더이며 실용에 밝은 실무자다. 필요한 리더의 성품과 자질은 시대마다 달랐다. 상승의 시기엔 보수하고 부를 늘리는 리더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위기의 시대엔 강한 리더십과 바위도 뚫을 만한 자신감을 갖추고 추종자들이 목표를 향해 돌진하도록 끊임없이 추동하는 리더가 적격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과거처럼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리더십 유형을 재생산한다고 생각하면 오해. 저자는 비즈 엘리트를 이렇게 보았다.
첫째, 비즈 엘리트는 자리가 아니라 가치에 도전한다. 둘째, 비즈 엘리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발견한다. 셋째, 비즈 엘리트는 스스로 질문하며 상상력을 실현한다. 넷째, 비즈 엘리트는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리더십 스타일로서 저자의 비즈 엘리트는 실무능력을 갖춘 이론가에 가깝다. 견고한 이론을 실무에 활용하고 나타난 결과를 피드백 하여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 그것을 다시 실무에 적용하는 등의 자가 발전이 내부로부터 쉼 없이 이뤄지는 공장을 연상해도 좋다. 그러나 그 공장은 파업이나 원재료의 수급 차질 등으로 빚어지는 난제에 곤란을 맛보거나 농락당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엔 조직에서 튄다는 이유로 천대를 받거나 그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밀려난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주류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비즈 엘리트는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 조직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조직이 오히려 자신들의 창발성과 사업성을 방해한다고 믿는 그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느 때든 나올 준비가 된 사람들. 그들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웃옷을 훌쩍 벗듯 그렇게 조직이라는 옷을 과감히 벗은 사람들이다.
창의와 기술, 판단력을 두루 갖춘 비즈 엘리트의 등장은 이제 우리 사회 또한 새로운 물결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함을 갖고 있다는 다른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과연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 하면 아직 그렇지 않다는 데 동의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분간 그들은 튀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그들의 활동공간은 사회의 수용 여부에 따라 확대와 축소를 거듭할 전망이다. 그들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기엔 여전히 세력이 약한 데 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저자도 언급한 바와 같이 빅뱅과도 같은 변화가 와야 가능하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빅뱅의 씨앗이 이미 뿌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린 그 단초를 지난 1999년∼2000에 불어닥친 IT 광풍에서 보았다. 비록 그 실험은 실패했지만 그 실험에서 살아남은 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가정신이 차세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믿음은 확고하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웹 2.0 경제의 적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상황에서 시트 엘리트의 필연적인 쇠락을 보여준다. 2장, 〈비즈 엘리트의 탄생〉은 창조적 소수자의 탄생 배경과 역할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비즈 엘리트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3장, 〈컬쳐 키워드를 비즈니스 코드로 변환하라!〉는 상상력과 개인화의 창조적 융합을 문화적 상생의 개념으로 풀어내며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4장, 〈비즈니스의 탄생을 가로막는 앙시앵레짐〉은 예를 들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거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비효율과 경직적인 조직 구조,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교육과 대학진학 일변도의 교육현실 등을 파헤치고 그것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5장, 〈Rule vs Rule -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은 어떻게 지속되는가!〉과 6장, 〈비즈 엘리트 시대의 마인드세트〉는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동기부여의 가치를 돌아보고 비즈 엘리트의 활동 공간을 위한 판짜기와 기회를 전망한다.
끝으로 저자의 비즈 엘리트를 위한 로드맵을 소개한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세계적인 유일무이를 추구하라. '스몰 윈'(자자는 '스몰 윈(Small Win)을 목표달성을 위한 성공요인을 세분화해 가장 적은 투자로 이룰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을 뜻한다고 썼다)을 축적하라. 식량 보급이 최우선이다. 멘토를 믿고 따라가는 것도 용기다. 실패도 계획하라. 성공을 통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