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영성작가들, '하나님의 약속'을 말하다 기독교 영성작가 시리즈 2
존 R. 스토트. A.W. 토저 외 지음, 최은미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의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단순하게 구분한다면 이 책은, 한번 더 단순하게 생각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 속할 것입니다. 240여 쪽의 책에 한사람의 글이 한쪽을 넘지 않고 다른 한쪽은 일러스트로 채워 놓았으니 120여명의 글이 실린 셈입니다. 길지 않은 글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 독자의 현 상태가 그 글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바로미터가 되던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글이 짧다고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쯤 어렵지 않게 알게 됩니다. 더욱이 그 글이 대표적 영성작가라는 타이틀 뒤에 감춰져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글을 대할 때 작가의 이력에 전적으로 올인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문제에 눌릴 입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번에 아니라고 할만큼 제 배포가 크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런 책을 낸 엮은이의 의도가 심상치 않다는 데 대해 일정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글이 길면 지루하다는 인상이 지배하고 짧으면 깊이가 없다는 또 다른 인상에 시달리는 출판계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후자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안고 이 책을 펴낸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이 무겁지 않은 책에 호감을 보인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신앙서적이라고 해서 독자의 트렌드를 비켜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성공하려면 깊이를 원하는 독자와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를 고루 끌어안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구매력 수준이 낮은 후자만을 겨냥해선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출판 부수 대비 수입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독자가 읽느냐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고 보면 사실 양자를 두루 포섭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서적은 아직까지 일정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영적인 도전과 영을 깨우는 호소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실적인 트렌드을 두고 볼 때 분명 독자의 요구에 소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깊은 수준의 영성을 보여온 작가들의 깊이를 올곧게 반영하지 못한 원죄를 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후속작이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후속작이란 대부분 전작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정설을 염두에 두면 아쉽지만 그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울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이 끌어들일 독자를 계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장치 마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한 권 분량에 정해진 수준보다 많은 글을 담다보니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을 모르지 않았을 출판인의 입장을 또한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결국 속 깊은 성찰과 깊이 있는 영성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런 주문이 출판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아냥을 듣는다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신앙서적을 읽는 독자의 수가 일반 서적을 읽는 그것과 비교할 때 성장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야 구체적인 데이터를 인용하지 않아도 알만합니다. 하지만 사정이 그렇다고 쉬운 길만 간다면 정작 어렵게 얻은 독자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부분 저만의 기우로 그친다면 좋겠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이 책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있어서 주요변수는 출판사가 아닌 독자의 몫으로 남겨질 전망입니다. 단번에 이 책 내용을 전부 훑을 것이 아니라 마치 큐티를 하듯이 매일 한 장씩 읽어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으로써 살아간 삶을 매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결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일종의 아포리즘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짧은 글은 반대급부적으로 특성상 풍부한 여백을 채울 몫이 남겨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듯 이 책을 대한다면 필시 전과 다른 성찬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행간의 의미를 읽는 데 익숙한 독자라면 더더욱 이 책의 효용성은 빛을 발할 것입니다.

 

모쪼록 이 책이 가진 단점이 독자의 풍부한 성찰로 감춰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럼으로써 이 책이 독자들을 높은 수준의 영성을 갈망하는 단계로 인도해 주기를 바랍니다. 어느 책이라고 특유의 가치가 없을까마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이와 같은 서적의 지위가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 분야의 독자가 바라는 수준이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보다 귀를 기울여 주기를 관계자분께 바랍니다.

 

기름부으심이 있는 책은 반드시 크리스천들을 불러 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천들이 책의 영향으로 놀랍게 결단하고 전과 다른 삶을 향해 분투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꿈을 놓지 않는 출판계를 기대하며 다소 무례한 리뷰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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