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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답기도 - 하나님이 항상 예스라고 응답하는 10가지 기도
앤서니 데스테파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기도를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해야 기도를 잘 할 수 있을까?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교회 학생부에 출석하고 있던 내게 가장 큰 고충은 예배 순서에 기도자로 이름이 박히는 것이었다. 바리깡, 머리를 미는 도구를 그렇게 불렀는데 등사 원판도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에 철필로 글을 써서 주보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난 서기였고, 이번 주에는 누가 예배순서에 이름을 올릴지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사회와 기도를 학생이 담당했던 때였다.
내가 아무리 서기라 해도 순서를 무시하고 내 이름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러 사람 앞에서 기도한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 했다. 숫기도 없었거니와 말주변도 별로 없었다. 평소엔 그렇게 말 잘하고 수시로 좌중을 휘어잡을 정도로 웃기기도 잘하였던 기질은 기도 앞에선 속수무책 자취를 감췄다.
한 주 전에 예배 순서를 미리 공지했던 때라 내 이름이 기도자 명단에 오르면 교회에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다들 기도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않은 줄 잘 알았을 테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몹시 창피했지만 사람 앞에서 기도하다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 학생시절을 다 마치기까지 기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일생일대에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을 맞았다. 그것도 자존심이 가장 강한 고등학생 때. 각오하고 기도하기로 작정했다. 더 이상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미리 준비하면 뭐 대수겠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그날 기도는, 그 시절 또래들 말로, 대번에 죽 쒔다.
하나님 아버지하고 운을 떼긴 했는데, 갑자기 그 순간부터 머리 속이 햐애지고 말았다. 수 분 동안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고 간신히 뭐라 뭐라 두 마디를 한 후 고통스럽게 끝맺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라는 구절마저 끝내 생각나지 않았다. 예배시간 한시간이 얼마나 길었던지.....
그런 악순환과 비로소 작별한 것은 대학시절 선교단체에 들어가면서였다. 기도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기도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 부분 벗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떤 상황에서든 기도하는 습성이 몸에 뱄다. 개인적으론 무척 다행이다 싶었는데, 기도도 자주 해야 느는 것은 다른 이치와 다르지 않았다. 10년여를 디글디글 살다가 3년 전에 회중 앞에서 기도하게 됐는데 또다시 턱하고 막히고 말았다. 중학생 때와 고교시절만큼은 아니었지만 알게 모르게 충격을 받았다.
다시 기도 관련 책을 사고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려 애썼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도는 쉽지 않다. 회중 앞에 섰을지라도 기도는 하나님께 올리는 것이라는 관념은 분명히 섰는데 생각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빼먹지 말았어야 할 기도제목들이 떠오른다. 늘 아쉬운 회중 기도. 그나마 그런 형편없는 기도도 하나님이 기뻐 들으시니 다행이다.
기도는 호흡이라는 말과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말이 설득력을 여전히 잃지 않는 기도 환경에서 하나님이 받으시는 기도에 관한 열망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기도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선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 관해 다시 생각할 일이다.
연약한 나를 인정하시는 하나님 앞에 나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친구에게 하듯이 솔직하게 드리는 기도가 우선 아닐까?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진부한 말을 반복하기보다 속깊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도야말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기도가 아닐까? 계속되는 의문부호는 그렇게 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이 깃들였다는 증거다.
그냥 쏟아놓으면 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하나님과 나를 가른다는 얘기다. 부지불식간에 그렇다해도 저편에 계신 하나님과 이쪽에 있는 나로 경계를 두는 한 하나님은 멀리 계신 하나님이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화내실 것만 같은 하나님이 된다. 꾸짖는 하나님이 당신의 하나님이라면 기도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 책, 〈즉답기도〉는 즉각적으로 응답되는 기도에 관한 책이 아니다.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관계 위에 쌓는 기도의 본질에 관해 속깊은 성찰을 던지고 있다. 사귐이 있기 전에 관계에 힘쓸 일이지 않은가? 관계가 이뤄져야 서로 살갑게 되고 사심 없이 어떤 얘기든 주고받게 된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한다. 그러니 기도가 자연스럽다. 기도는 관계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하나님은 어떤 기도에 응답하실까?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은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들으셨다. 부르짖는 기도는 가슴을 담아내는 기도다. 부르짖는 기도는 기도를 들으시는 분만이 유일한 희망임을 선언하는 기도다. 자신의 노력을 접고 하나님 한 분을 바라보는 기도에 그분이 응답하지 않으실 재간이 없다.
바로 저자가 말하는 10가지 기도가 그런 기도와 같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시다. 우리를 지으셨고 우리가 그 지으심의 목적대로 능력있게 살기를 바라신다. 그리고 어느 때든 어느 곳에서든 능력의 원천이신 당신께 기대기를 기뻐하신다. 그런 하나님의 성품을 저자는 깊이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누구신가?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시다. 없는 것을 있는 것같이 부르시는 하나님이시다. 불가능이 전혀 없으신 하나님이시다. 바로 그분이 우리 아버지이시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원에 가장 빨리 반응한다. 속히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소원이 있다면 다른 것들을 제쳐두고라도 그 소원에 반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10가지 기도에 대해 들어보자.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절박한 기도. 그 기도에 하나님은 '예스' 라고 대답하지 않으실 수 없다.
- 하나님, 당신의 살아 계심을 보여주십시오.
- 하나님, 저를 도구로 써주십시오.
- 하나님, 제 마음을 넓혀주십시오.
- 하나님, 이 고난을 통과하게 해주십시오.
- 하나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 하나님, 제게 평안을 주십시오.
- 하나님, 제게 용기를 주십시오.
- 하나님, 제게 지혜를 주십시오.
- 하나님, 전화위복이 되게 해주십시오.
- 하나님, 저의 영적 운명을 발견하게 해주십시오.